지난 2일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미의 승계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2016년 3월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된 만큼 큰 혼선 없이 2세대 경영체제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임 회장으로 지분율은 34.27%다. 2대주주는 임 회장의 김포 통진종합고등학교(현 통진고) 후배로 알려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며 12.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대표(48)는 자녀 중에서 가장 많은 3.65%를 보유하고 있다.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이 3.55%, 차남 임종훈 부사장이 3.14%를 갖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으나 법정 상속 비율대로 상속이 진행되더라도 임종윤 대표는 삼남매 중에서 가장 우위에 있게 된다.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한미약품 지분의 41.39%를 갖고 있다.
임성기 회장은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2010년부터 임종윤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오다가 2016년 3월 비등기임원으로 물러났다. 임 대표는 이때부터 단독 대표를 맡아 그룹 지주사 경영을 이끌었다.
임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바이러스연구원을 지내며 제약·바이오기업 경영인으로서 기본기를 다졌다.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 작곡 석사과정을 밟은 독특한 이력도 있다. 귀국한 뒤에는 ‘로맨틱쏘울오케스트라’라는 밴드의 리더로서 ‘C.Lim’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밴드는 앨범을 녹음하면서 녹음 전반에서부터 믹싱,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끊어가기도 허용하지 않는 ‘원-테이크’ 라이브 리코딩을 고수한 때문에 1집 ‘Old School Corea’는 희귀 앨범으로서 소장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귀국 후 2000년 한미약품에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 2004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기획실장·부총경리(부사장), 총경리(사장) 등을 거쳐 2009년 한미약품 사장에 부임했다.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경영능력을 키워왔다.
그는 지난해부터 외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바이오협회는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을 비롯한 350여개 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산업계 기술개발과 산업화 촉진을 위한 구심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메가급 및 신흥 바이오벤처가 참여해 기존 이 업종의 터줏대감인 제약바이오협회와 어깨를 같이 하는 단체로 성장 중인 바이오협회는 삼성, 셀트리온과 협력해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한미는 한국에서 글로벌 제약기업과 파트너십을 가장 활발하게 맺은 기업으로 꼽힌다. 임 대표는 선친이 추구했던 지속적인 R&D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진출에 가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기 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진출 토대를 닦고 산업 전반의 기술 발전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
임종윤 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바이오 플러스 웰컴 리셉션’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며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혁신을 위한 양보, 즉 위기탈출을 위한 기회로서 기술을 공유하며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녀 임주현 씨(46)과 차남 임종훈 씨(43)는 2018년 1월 1일자로 나란히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임주현 부사장은 미국 스미스칼리지 음악과를 졸업한 뒤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인적자원개발(HRD) 및 글로벌전략 업무를 맡고 있다. 임종훈 부사장은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현재 경영기획을 맡고 있다. 그룹 관계사인 한미헬스케어와 벤처캐피탈인 한미벤쳐스 상근 대표직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