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주사 후 개별성향에 맞춰 주기 조절 … 12주 이상 간격 환자 60%가 효과 봐, 40%가 16주 투약 간격 유지
65세 이상 연령의 실명 원인 1위 질병인 ‘습성 연령관련황반변성(wet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wAMD)’에 대해 ‘주사 횟수는 줄이고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새로운 치료 트렌드가 제시됐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주사’(Eylea Injection, 성분명 애플리버셉트 aflibercept)를 판매하는 바이엘코리아는 23일 ‘미디어 에듀케이션’을 열고 최신 치료법인 T&E(treat-and-extend)요법를 소개했다.
나이관련황반변성(AMD, 노인성황반변성)은 50세 이상 성인의 망막 중심부(황반)가 변성되는 것으로 선진국의 주요 실명 질환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습성은 전체 AMD의 10% 안팎을 차지한다.
습성 황반변성은 레이저로 신생혈관을 파괴해 실명을 지연시키는 치료가 주였으나 2006년 노바티스의 ‘루센티스주’(성분명 라니비주맙, ranibizumab), 2011년 아일리아주사, 2019년 노바티스의 ‘비오뷰’(Beovu, 성분명 브롤루시주맙 Brolucizumab) 등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신약이 개발되면서 주사치료가 주가 됐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사제는 안구에 직접 주사하며 효과는 1~2개월로 이에 맞춰 고정적 주기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를 고정주기 요법(Fixed dosing)이라고 하는데 주기적인 병원 방문 탓에 환자의 부담이 크고, 환자에 따라 주사 간격이 맞지 않는 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필요할 때만 약을 투여하는 ‘PRN(Pro re nata) 요법’이 등장했다. 모니터링 결과를 확인하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문제가 발견되면 약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비용 등 환자의 치료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모니터링을 위한 병원 방문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고, 문제 발견 후 치료가 이뤄져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PRN 요법은 매달 맞는 주사요법보다 반 정도 횟수를 줄일 수 있고, 효과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며 “하지만 매달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아 더 긴 기간의 주사 간격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치료법이 T&E 요법이다. 첫 3개월 간 매월 1회 주사(Loading dose)를 투여 후, 시력 혹은 해부학적 검사결과에 따라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선제적(Proactive)으로 투약한 후 일정한 휴지 기간을 가진 뒤 주사 주기를 2주 혹은 4주씩 추가로 늘려 잡아 점진적으로 투여 간격을 연장하는 요법이다.
진료 당일 주사제를 먼저 투여한 후 모니터링을 통해 다음 투여 시점을 정하게 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는 주기를 단축하거나 늘릴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투여간격을 유연하게 결정하는 것은 PRN요법과 같지만 이상 발생 전에 주사제를 투여하며 관리하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바이엘은 치료경험이 없는 일본인 wAMD환자 247명을 대상으로 T&E 요법의 효과를 실험했다. 이들은 첫 3개월 간 아일리아를 매달 투여한 후, 2개월 뒤 1회 투여했다. 이후 16주차에 환자를 두 치료군으로 나눠 한 그룹은 2개월에서 2주씩 연장해(2.5개월, 3개월, 3.5개월…) 주사하고, 다른 그룹은 2개월에서 4주씩 연장해(3개월, 4개월까지) 주사했다.
그 결과 2년차인 96주 시점에서 전체 약 60%의 환자가 12주(3개월) 이상으로 투여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16주 간격으로 주사를 투여받는 환자도 40%가 넘었다. 2개월에 한번 투약하는 고정주기요법에 비해 주사 횟수는 감소했으나 시력 개선 효과엔 큰 변화가 없었다.
우 교수는 “T&E요법은 환자의 병원 방문 횟수와 투약 횟수를 점진적으로 줄여 환자의 치료 부담을 낮추면서도 기존 치료법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다고 주장했다. 습성 황반변성은 재발이 흔하고 치료 기간도 길어 환자의 치료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우 교수는 “T&E로 치료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환자에게 맞는 주기가 찾아져 그에 고정하게 된다”며 “개인별 차이가 큰 황반변성에서 효율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치료 효과 및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