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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국이 올 가을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들어간다고?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7-14 17:42:49
  • 수정 2020-07-24 16: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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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장비 및 부지 확보, 일부 재료 구입 중” … 전문가들 “변이 나타나는 상황서 안전성 갖춘 백신 기대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미국 보건복지부가 주재한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백신 제조공정 가동을 이미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신규 하루 확진자 수가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각) 미국에서만 6만6281명, 전세계에서 23만370명에 달해 최근 들어 피크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공기전파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 고위 인사가 13일 여름이 끝나는 대로 백신을 생산하겠다고 장담해 주목을 끌었다. 한주간에 있었던 코로나19에 대한 주요 연구결과와 발언을 모아 사실 여부를 점검해 본다.
 
미국이 연내에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한다? (△)
 

미국 CNBC가 13일 미국 보건당국이 연내 코로나19 백신 생산 개시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보건복지부가 주재한 기자 간담회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한 장비 구입 및 공장부지 확보를 마무리했으며, 일부 원재료 매입을 진행 중”이라며 “생산 시작 시점은 아마도 4∼6주 이후로,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활발히 제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백신일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3일 미국 정부는 연내에 코로나19 백신 양산을 위해 화이자, 미국 머크(MSD), AZ, J&J, 모더나 등 5개 업체를 초고속 실행계획(Operation Warp Speed) 수행 업체로 지정하고 이달 7일 노바백스까지 추가해 총 6개를 지원하고 있다. 각 업체에 연구개발비로 수억~십수억달러를 집행 중이다. 

효과가 있는 백신을 찾아내면 즉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춰가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6개사 중에서도 모더나, 존슨&존슨,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화이자 및 독일 바이오엔테크 연합을 보다 유력한 백신후보 개발사로 꼽고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실험용 백신 2종은 이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들 외에도 후보군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이달 중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텍(독일)가 이달 중 3상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잠재적 백신의 내구성에 대해 우려했다. 백신을 투입하더라도 장기적인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같다면 면역력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도 연내 백신 개발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게 하는 요소다. 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 6만개를 모아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약 30%에서 변이 징후가 발견됐다. 이는 기존 백신의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변이의 정체와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백신에 어떻게 적용할 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뎅기열‧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백신의 경우 개발 이후나 도중에 ‘항체의존적 감염촉진(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 현상이 보고됐다. 백신을 맞은 뒤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오히려 악화하는 부작용이다. 김 교수는 “특히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 바이러스 백신 동물실험에서 ADE가 보고됐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변이가 더 진행되기 전에 부작용 없이 안전한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이야기다.
 
WHO 공기전파 인정, 국내 방역지침도 바뀐다? (O)
 
WHO가 지난 9일 코로나19의 공기전파(에어로졸 감염)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수칙을 수정했다. 반영된 수칙은 “혼잡한 실내공간과 관련한 일부 발병 보고는 비말(침방울) 감염과 결합한 에어로졸(공기전파) 가능성이 있음”이다. 그 사례로 합창 연습, 음식점, 체육관 수업 등을 들었다. 또 “장시간 충분한 환기가 되지 않은 특정 실내 장소에서 근거리 공기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 위생도, 마스크 사용도 지켜지지 않을 때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기전파 가능성에 대해서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WHO는 "코로나19의 주요 전파 경로는 비말 및 증상이 있는 감염자와의 밀접한 접촉“이라고 강조했다.
 
WHO는 그동안 병원에서 호흡기 삽관 등에 의한 에어로졸 발생 외에는 코로나19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부정해왔다. 하지만 지난 4일 전세계 32개국의 과학자 239명은 WHO에 공개서한을 보내 코로나19의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제기하며 방역수칙 수정을 요구했다.
 
에어로졸은 지름이 1㎛(100만분의 1m)에 불과한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다. 에어로졸 전파로 불리는 공기 전파는 비말에 혼합됐던 바이러스가 수분이 빠진 뒤 공기 중에 혼합돼 떠다니는 방식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결핵과 홍역 등이 대표적이다.
 
WHO는 방역지침을 수정했으나 당장 국내의 방역수칙은 변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WHO 권고사항인 1m보다 먼 2m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다.
 
공기 전파 상황에선 마스크도 소용없다? (X)
 
에어로졸로 인한 공기감염은 전파 범위와 전염력이 비말감염보다 훨씬 더 넓고 강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비말뿐 아니라 공기로도 전염된다면 1~2m보다 더 거리를 두는 등 철저한 예방수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어로졸 감염이 일어날 경우 마스크가 소용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
 
현재 마스크는 비말을 걸러내기 위한 용도여서 비말보다 사이즈가 훨씬 작은 에어로졸을 걸러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에이로졸 감염의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쓰는 것은 중요한 예방 지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KF80 이상 보건 마스크를 규정에 맞춰 잘 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중에 유통되는 KF94 마스크는 중환자실·음압격리병실 의료진이 사용하는 N95 마스크와 성능이 비슷하다”며 “혹시 모를 공기감염 위험에 대비해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에어로졸 감염을 방어해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날이 더워지면서 최근 인기가 높아진 비말차단마스크(KF-AD)는 에어로졸을 막기 어려워 가급적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감염 예방을 위해 KF94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이후 3월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개정해 대중교통 이용 같은 일상생활에서 KF80 이상 마스크 착용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보건용 마스크로 불리는 KF94와 KF80은 미세입자 차단에 최적화돼 있다. 전자는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걸러내고, 후자는 0.6㎛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차단한다. 반면 KF-AD의 미세입자 차단능력은 보건용 마스크의 55~80%에 불과하다. 평균 지름 0.1㎛ 정도로 알려진 코로나19 병원체는 물론 비말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에어로졸을 막아내기에도 역부족이다.
 
김우주 교수는 “보건용 마스크 수급이 원활한 상황에서는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편이 좀 더 안전하다"며 "무더위와 습도 때문에 수시로 마스크를 고쳐쓸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불편 없이 착용할 수 있는 KF-AD나 3중 구조로 된 다른 마스크라도 쓰는 게 낫다”고 밝혔다.
 
마스크가 에어로졸을 막을 수 있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코로나19 에어로졸이 다발할 수 있는 밀폐·밀집·밀접 환경을 피해야 한다. 김 교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스크가 코로나19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면 안 된다. 손씻기와 환기 등 다른 노력과 병행해야만 마스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면역이 없는 한국, 2차 웨이브에 불리하다? (X)
 
지난 9일 방역당국은 국내 항체보유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4월 21일~6월 19일에 조사한 혈액 샘플의 항체보유율 0.033%였다. 초반 방역을 성공한 한국이 집단면역이 갖춰지지 않아 가을‧겨울에 예고된 코로나19의 2차 웨이브에 불리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학계가 말하는 집단면역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 바이러스가 확산이 저지되는 상태다. 지난 5월말~6월초에 이뤄진 코로나19 항체 조사에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베르가모가 57%의 항체보유율을 보여 집단면역 기준에 가장 근접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일각에서는 방역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기간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없으니 2차 웨이브가 오기 전에 사회 방역망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감염을 용인해 집단면역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역정책은 수많은 희생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다. 항체보유율이 높은 베르가모는 전체 인구 11만명 중 1만6000여명이 사망했다. 이탈리아 전체 사망자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에서 가장 피해가 큰 뉴욕의 항체보유율은 25%, 중국 우한이 10%다. 방역수칙이나 이동제한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집단면역 실험'을 한 스웨덴도 7%에 불과하다.
 
한편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영원히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다. 일본의 면역학 권위자인 미야사카 마사유키 오사카대학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의 3분의 1에서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충칭대 의대 연구진이 8주 동안 확진자의 혈액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유증상군 78.4%, 무증상군 62.2%에서만 단기 항체가 발견됐다. 그마저도 8주가 지나면 면역글로불린G(IgG)이 감소하고 중화항체 반응이 약해졌다. 스페인 보건당국도 6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항체검사에서 항체가 형성됐다 사라진 사람이 1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지역사회에 집단면역을 형성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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