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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제약사 사회공헌활동은 얼마나 효과 있나?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7-10 18:17:23
  • 수정 2020-07-16 20: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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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내 캠페인·기부에 여전히 치우쳐 … 사각지대 환자에 저렴한 의약품 공급 노력이 진정한 CSR
한국노바티스가 제작한 '2019년을 보내며…한국노바티스의 1년' 뉴스레터 중 한국 사회 기여 부분
국내 진출한 외국계 제약사는 활발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자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왔다. 금전적 기부 외에도 각종 질환인식 캠페인, 의약품 기부, 문화프로그램 운영 등 종류와 형태도 다양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과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이어졌다. 하지만 일회성 캠페인이거나 사내 직원 대상 행사를 외부행사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주는 직간접적 이해 관계자에 대해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감당하는 경영기법이다. 보통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얻은 이윤을 사회에 특정 방식으로 환원하는 것을 말한다. 넓은 범위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행위로 볼 수 있지만 좁게 보면 기업 평판을 관리하는 투자 행위로도 간주된다.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는 “제약사의 사회공헌은 인적,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요인 등 4가지 요소가 작용하는데 제약사는 환자의 삶의 질 증진과 건강 문화 확산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양한 화학성분으로 제조되는 의약품 생산 환경 문제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제약사의 사회공헌활동은 제약기업 활동과 관련 없는 금전적 기부와 계절별 봉사활동이 주를 이뤘다. 연말에는 성금, 김장철에는 김치 김치 담그기, 한겨울에는 연탄 나르기 등 일반적인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활동은 일회성으로 지속성이 떨어지고, 수혜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식상한 봉사활동 소식은 관심을 끌기 어려워 홍보효과도 낮았다.

제약사가 기획한 프로그램 중 대외 행사를 표방하지만 막상 가보면 사내 복지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6년 M 기업의 백신 아동모델 선발 대회에 아이와 함께 참여한 모 언론사 기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경연에 참여하러 갔다가 참가자 대부분이 이 회사 직원 자녀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사내 행사인 줄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가장 흔한 일회성 행사는 인식개선 캠페인이다. N사는 지난해 비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면서 사내에 각종 문구가 담긴 팻말을 붙인 모형에서 직원들이 이를 하나씩 떼는 ‘낙인 떼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인식개선 캠페인이라기에는 참여 대상이 직원에 한정되고 개선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노바티스 등 국내 진출한 28개 외국계 제약사의 지난해 사회공헌 기부금을 조사한 결과 약 3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8년 327억원 대비 감소했다. 협회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전체 매출액 대비 기부금 집행률은 0.58%로 2015년 0.47% 대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 기준 국내 206개 기업 평균 기부율인 0.16%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중 25개사는 지난해 임직원 총 2581명이 직접 자원봉사나 임직원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해 1만3869시간의 나눔을 실천했다”며 “10개사 임직원이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가 매칭펀드한 모금액도 1억8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정보에 따르면 주요 외자사 중 지난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낸 기업은 한국노바티스로 29억90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로슈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각각 23억2000만원, 22억2000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얀센(13억8000만원), 한국화이자제약(12억2000만원), 한국애브비(8억원), 한국오츠카제약(6억5000만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6억1000만원), 한국베링거인겔하임(4억9000만원), 한국쿄와하코기린(4억8000만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3억3000만원), 게르베코리아(2억3000만원), 한국화이자업존(2억1000만원), 바이엘코리아(1억5000만원), 한국유씨비제약(8800만원), 노보노디스크제약(7400만원), 한국룬드벡(6200만원), 한국엘러간(4200만원), 한국코와(3200만원), 갈더마코리아(2700만원), GSK컨슈머헬스코리아(2400만원), 한국머크(1500만원), 한국알콘(1300만원) 등 순이었다. 대부분의 기부금은 사회복지기관을 통한 기부나 환자 치료비, 의약품 무상 공급, 장학금 등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자체 소식지를 제작하면서 2018년 한국지사가 한국 사회에 기여한 사회경제적 혜택이 2조원에 육박한다고 홍보해 당황케 했다. 회사 측은 국민 건강 및 사회적 혜택을 통해 130만명의 환자에게 치료제를 공급했으며 한국 국민의 질보정수명(QALYs, 질환없이 건강하게 사는 1년)을 2만6000년 늘렸다고 홍보했다.

2조원의 효과는 전체 사회공헌 실적에 의약품 제공 및 간접적 고용 창출, 현장 파급 효과 등을 포함해 추산한 수치로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너무 과장된 게 아니냐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외국계 제약사의 사회공헌활동은 금전적 기부 외에 주력 의약품 투여 환자군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서비스 위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헬시 에이징’ 캠페인을 통해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공동체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 노인성 질환 예방·관리 교육, 건강하게 나이들기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로슈는 국제구호단체 굿피플과 함께 암 및 희귀난치성 질환 환우를 대상으로 공연·미술공예·문학활동·영상사진·전통예술 등 활동을 돕고 있다.

한국애브비는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함께 지난해 4월 개정된 ‘희귀질환 관리법’ 등 제도와 복지 최신정보를 반영해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를 위한 복지 정보’ 2020년 개정판을 지난달 발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소, 주민센터, 지방자치단체, 민간 환자지원재단 등 운영 기관별 각종 환자 지원 및 생계비 지원 등 복지사업 주요 내용과 신청 대상·방법을 정리해 제공했다.

한국노바티스는 함께일하는재단 주관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중증 질환 등으로 치료 중이거나 치료한 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정서 치유를 위한 심리상담과 자격증 준비, 취업 포트폴리오 제작 등 취업 역량 강화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이음(I-EUM)’을 운영 중이다. 환우의 사회복귀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같은 다국적 제약사의 다각적 사회공헌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약업계의 소외계층과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지난 4월 기자에게 연락해 온 한 환자는 바이엘 ‘아달라트연질캅셀5mg’(성분명 니페디핀, Nifedipine)의 국내 유통이 중단됐다며 재입고 시기를 물어왔다. 확인 결과, 국내에선 지난해 2월 수입이 중단됐고 재고도 이미 2018년 말 경 소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엘코리아 관계자는 “아달라트연질캡슐5mg은 전세계에서 영구적으로 공급 중단돼 향후 수입 계획이 없다”며 “독일 레버쿠젠 공장의 생산시설 현대화 작업에 따른 결정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2016년 3월 아달라트연질캅셀10mg 제품 수입을 중단하는 등 시장 철수를 진행해왔다. 
 
자율신경반사부전증(자율신경과반사)을 앓는 환자는 갑작스런 혈압 상승으로 응급상황 시 이 약을 경구 또는 설하투여하는데 대체 약물은 반응시간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같은 성분의 서방형 제제인 ‘아달라트오로스정’은 서방형 제제로 응급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같은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한 뒤 수많은 환자가 대안을 물어왔지만 바이엘코리아는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제약사의 사회공헌이 인적 요소에 중점을 둔 활동이라면 사각지대에서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시장성이 다소 떨어지는 약이라도 지속적으로 공급하거나 대체약을 제시하는 게 진정한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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