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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스크 제도 종료 앞둔 약업계 “시원 섭섭” … 최후 승자는 ‘지오영·백제약품’?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7-09 14:04:55
  • 수정 2020-09-12 16: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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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업계 “고난 극복하며 약사회 위상 강화, 경쟁력에 도움됐다” … 더위에 가격 저렴해진 KF94·80 마스크 사재기 재현 조짐도
올 봄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밀려올 때 약국에서 비닐 봉투에 소분 포장한 KF-94 규격 공적마스크
지난 2월 27일 시작돼 136일간 이어진 공적마스크 판매 제도가 오는 11일 종료를 앞두면서 주요 공급처로서 역할을 한 약국가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선 약국은 공적 사업에 참여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마스크 판매로 눈곱만큼 벌고 성난 소비자 응대에 ‘욕받이’로 고생하고, 마스크 소분 포장에 피로가 누적되고 조제 업무에 지장을 받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시원섭섭해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약국과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공적마스크 판매처에서 일반 시민에게 공급된 보건용 마스크는 약 8억장으로 추산된다. 장당 1500원으로 계산하면 약 1조2000억원 상당의 마스크가 시중에 풀린 셈이다.

식약처가 지난 7일 발표한 공적마스크 관련 브리핑에 따르면 중복구매제한 시스템을 적용한 뒤 공급된 수량은 1주일 평균 일반 국민 약 4000만장, 의료진 약 1000만장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사회 건강지킴이인 전국 약사들이 봉사의 마음으로 공적 마스크 보급에 기여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통령 명의 감사장을 대한약사회에 발송하도록 지시했다.
 
대한약사회는 “나라와 국민이 힘들 때 전국 2만3000여 약국에서 공적마스크를 담당해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어 왔다”며 “코로나19라는 국난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약사 역할 막중해져 … “스스로 경쟁력 강화” 한 목소리  

약사들은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모 약사회 회장은 “공적마스크제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도 공급처를 약국이 담당하자고 했을 것”이라며 “처음 시행된 제도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번 제도 종료로 패배주의가 아닌 대승적 관점에서 약사회를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도 약사회가 이번 제도 시행으로 고군분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적 사업에 약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만큼 약사의 역할이 막중해졌다”고 평가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C약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약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계절이 바뀌고 마스크 수급이 정상화되면서 떠밀려 퇴장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약국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국에선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공급 정책이 자주 바뀐 탓에 내용 습득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약사회 등을 통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면서 언론 보도로 내용을 접하거나 손님들이 먼저 문의를 하는 탓에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여기에 5부제 시행에 불만을 가진 손님 응대와 조제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계속된 질문 세례와 일부 소비자의 폭언으로 정부 대신 욕을 먹는 ‘욕받이’로 전락했단 푸념도 나왔다.

마스크 판매로 약국 매출이 떨어지기도 했다. 마스크 구입 손님은 밀려오는데 장당 200원이 남는 마스크를 50명에게 5장씩 하루 250장 팔아도 마진은 5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병의원을 찾는 손님이 가뜩이나 줄어든 상태에서 마스크 구입 대기 줄을 보고 환자들이 발길을 돌려 처방의약품 판매와 부수적으로 이뤄지던 일반의약품 매출도 감소했다.

서울 용산구 모 약사는 “코로나19로 매출이 30~40% 정도 떨어졌다”며 “마스크 판매 매출이 환자 감소 분을 일부 보완해주긴 했지만 인건비와 각종 세금 납부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라고 토로했다.

최후의 승자는 마스크 독점 유통한 ‘지오영·백제약품’
 
공적마스크 제도 운영에 따라 약국에 마스크를 배분해 온 지오영, 백제약품 두 유통업체는 민간사업자로 사실상 독점적 공급권을 쥐고 큰 매출을 올리면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민간기업 두 곳만 참여시킨 데 대해 불공정 논란이 일었지만 가장 넓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로 강행됐다. 결국 두 업체는 거래를 하지 않던 약국으로 거래선을 넓히는 효과까지 봤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적마스크 ‘지오영 독점 유통 특혜’ 의혹은 가짜뉴스라고 진화했지만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2013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지오영 고문으로 있던 박명숙 대한약사회 전 국제이사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지오영은 공적 마스크 공급처 지정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박 씨는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에 오르면서 정권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지오영은 공적 판매처 지정 직전에 마스크 60만장을 불법 판매한 게 적발돼 지난 4월 지오영 법인·임원 등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고, 마스크 소분포장 등에 군부대 인력을 지원받아 이익을 내는 사기업에 장병들이 동원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 동안 지속된 언론의 지탄에 시달린 탓인지 의약품 도매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이달부터 홍보대행사까지 써가면서 대응에 나섰다.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35일간 이들 의약품 유통업체를 통해 전국 약국 2만2818곳에 1억6983만장의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다. 점유율은 지오영 컨소시엄 75.5%, 백제약품은 24.5%였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를 근거로 35일간 지오영 204억원, 백제약품 66억원의 이윤을 남긴 것으로 추산했다.

KF규격 마스크 가격 재급등 가능성 … 공적 기능 일시 해제에 사재기 재현 우려

신분증 확인과 판매수량 제한으로 마스크 구매 대란을 일으켰던 중복구매확인시스템을 한 번에 폐지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 번에 지침을 해제하고 유통처를 확대하면서 다시 사재기 열풍이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오는 11일까지는 약국에서 구매수량 제한없이 공적마스크 구입이 가능하고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 12일부터는 약국, 온라인 쇼핑몰, 마트, 편의점 등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K약사는 “공적 판매를 위해 수시로 바뀌는 지침을 지켜온 약국 입장에선 허무하다”며 “이번 정부 조치는 애써 유지해 온 공적 기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름에는 한시적으로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나 덴탈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변종 코로나19 확산세가 살아나고 있는데다 가을·겨울이 오면 다시 KF94·80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마스크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날씨가 더워도 코로나19에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은 비말차단용이나 덴탈마스크 대신 KF 규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각심이 덜한 사람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어 수요는 당분간 일정하게 일정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국내 수급 상황이 나아지면서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저가 마스크를 구입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잇따른 가짜 마스크 등장과 비위생적 제조 환경 등이 조명되면서 중국 내 마스크 제조업자들은 기계를 무상으로 임대해줄 테니 한국산으로 제조해서 판매하고 수수료만이라도 달라는 입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온라인 쇼핑몰에선 중국산 마스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마스크 대란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과 대조적이다.

KF94·80 마스크 가격은 인터넷 쇼핑몰 기준 1000원 내외로 이미 공적마스크 판매가 1500원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상대적으로 필터가 얇은데도 오히려 100원 가량 비싼 1100원 내외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기존 장당 100~200원에 팔리던 덴탈마스크는 장당 500~700원선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스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2차 공적마스크제 재시행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약국이 사실상 유일한 판매처로 다시 등판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약국과 의약품 도매업체가 협업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며 “비상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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