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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구속영장 기각 … 차명주식도 인보사도 “고의성 없다”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7-01 16:39:11
  • 수정 2020-07-01 16: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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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장심사 개인 사유로 하루 늦추고 대법원 수석연구관 출신 변호사 추가 선임 … 법원 “2액세포 변경 인지 시점 소명 불충분”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2017년 4월 5일 ‘인보사’의 생산라인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개발에 대한 소회와 기대감을 밝히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들고 있는 화이트보드의 ‘981103’은 인보사 사업보고서를 처음 받아 본 날로 그는 이 날을 '인보사의 생일'이라고 불렀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세포주 허위 신고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인보사 사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구속 수사를 대비해 온 검찰은 혐의 입증 증거 등을 다시 보완해 이 전 회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피의자 및 다른 임직원들이 인보사 2액세포의 정확한 성격을 인지하게 된 경위 및 시점 등에 관해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다른 임직원에 대한 재판 경과 및 신병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 지위 및 추가로 제기된 혐의사실을 고려해도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영장심사는 지난 29일 예정돼 있었지만 이 전 회장이 변론 준비 시간 등 개인적 사유로 연기를 요청해 하루 늦게 이뤄졌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인 김현석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등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를 썼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성분 허위표시와 상장 사기 등 제기된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보고 있다. 인보사는 미국에서 임상 2상을 마친 뒤 3상에 진입할 무렵 미 FDA가 인보사 세포주가 종양원성(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성질)이 있는 신장세포로 뒤바뀐 사실을 발견하고 임상시험을 중단시켰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인보사에 이같은 위험성을 알고도 국내 판매 허가를 받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식약처 허가과정에선 주효능으로 홍보해왔던 ‘골관절 재생’과는 거리가 먼 통증 완화 등을 1차변수로 설정해 승인을 받아 ‘비싼 진통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는 인보사가 구조개선이 아닌 증상개선을 위한 치료제라고 해명하고 무릎 통증·기능성·활동성지수(IKDC, International Knee Documentation Committee), 통증시각척도(VAS, visual analog scale) 등이 위약군 대비 높다는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허술하게 심사를 통과시켰다. 결국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케이주 국내 허가를 받고 같은 해 11월에는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식약처 조사 결과에서도 종양원성이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 허가를 신청하면서 이 성분을 ‘연골세포’로 둔갑시킨 사실도 확인했다.

식약처는 “형질전환세포(TC)인 2액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비교대상을 바꿔치기한 뒤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며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고 세포주가 신장유래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2액(TC)이 인체연골세포(HC)인 1액과 같은 연골유래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식약처가 2액의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유래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유전자(gag·pol)가 검출됐는데 지난 17일 실시한 코오롱 측의 재현시험에서도 이 유전자가 검출되면서 이전 제출자료가 거짓임이 명확해졌다. 즉 신약허가신청 서류 제출시 1액이 엄연한 신장유래세포임에도 불구하고 연골유래세포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로 오류를 감춘 채 허가서류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증명자료가 허위사실로 밝혀졌고 이에 대한 근거를 소명하지 못해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일본 미쓰비사다나베와 분쟁 중이라는 것을 숨기고 회계 분식 등으로 상장심사를 통과해, 회계법인과 한국거래소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추가했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에도 이 전 회장이 관여됐다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도 추가해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허위 자료를 이용해 약 2000억원 규모 주식 청약대금을 끌어모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2016년 코오롱은 미쓰비시다나베와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일본 내 기술판권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지만 2017년 임상시료 생산처 변경에 대한 사항 및 변경된 시료를 사전 승인받아야 하는 미 FDA 임상개시 조건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파기를 당했다. 당시 250억원 계약금 반환 소송이 걸리자 코오롱 측은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코오롱이 내놓은 임상결과와 실제 나타난 효능 간에 큰 격차가 벌어지는 점이 계약 파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결국 이 소문은 사실로 드러나 대외적으로는 망신을, 국내에선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는 법원에서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영장 재청구 검토 작업 및 보강수사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미 지난해 2월 코오롱생명과학 차명 주식 38만주를 보유했다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자본시장법과 독점규제법, 금융실명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도소득세 납부 회피 목적으로 차명 주식 4만주를 차명 상태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7회에 걸쳐 매도하고 소유상황 변동에 대해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지난해 5월 검찰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5000만원을 구형받았지만 같은 해 12월 2심에서 벌금 3억원을 구형받고 항소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감형의 가장 큰 이유였다. 여기에 퇴직금도 411억원을 수령해 비난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아이’라고 부르며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에 공을 들였다. 세포주 거짓 보고 의혹이 제기되기 몇 달 전인 2018년 11월 코오롱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주회사 코오롱 51.65%, 코오롱티슈진 17.80% 지분은 아직 보유하고 있어 인보사 사태를 예상하고 벌인 사퇴 쇼라는 의혹도 받는다. 당시 그는 미국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와 같은 검정색 목티셔츠를 입고 나와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지금은 구속을 면하려 애쓰는 딱한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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