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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데이터 없는 첩약 ‘500억원’ 시범사업? … 양방醫, 신약 급여 안 늘리면서 ‘돈 낭비’ 반발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7-01 14:23:38
  • 수정 2021-06-15 17: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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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생제·희귀질환·신경계 신약 임상서 효과 입증해도 非 급여 ‘수두룩’ … 비용·효과 따지면 ‘무리수’일수도

건강보험공단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자 의학계는 상당수 항생제·희귀질환·신경계 신약이 높은 급여 기준에 막혀 비급여 샹태로 남아 있다며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한약에 대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일단 추진하고 향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히자 의학계는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비급여 상태로 남은 항생제‧희귀질환‧신경계 신약이 수두룩한데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의료계는 신약은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임상 3상 연구에서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해야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는 데 한약은 동의보감 등에 의지해 몇백년 경험을 근거로 동일선상에 놓고 급여를 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첩약은 양방에서 말하는 현대적인 잣대의 안전성 및 유효성 입증이 안됐다는 시각에서다. 

반면 수백억원, 수천억원을 들여 임상시험을 진행해놓고는 그 엄청난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하고 자본주의식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시스템판에 익숙해진 의사의 시각이 맞는지는 생각해볼 측면이 많다. 암환자의 수개월의 생명연장을 위해 수천만원~수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지출되는 것, 다중이 아닌 극소수의 희귀질환 환자를 위해 역시 수억원대의 약값이 지불되는 것은 한국 의료가 민간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이라는 공공보험에 의지하고 있는 이상 차제에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 
 
급여장벽에 막혀 희귀질환 약 개발돼도 그림의 떡
 
항생제‧희귀질환‧신경계 신약은 국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힘들다는 게 국내외 제약사의 공통된 인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재정 절감을 위해 미국의 민간보험처럼 전향적으로 급여 처리를 해주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20만명 이하인 희귀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할 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고 이럴 경우 신속승인(패스트트랙) 지위가 부여되고 임상 개발 비용의 약 25%를 세금에서 공제받게 된다.  보통 미국에서도 개별 희귀질환의 전체 환자수는 수천명 정도여서 한국처럼 미국보다 인구수가 적고 진단율도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수백명 정도만 혜택을 입는다.

그나마 약이 개발된 희귀질환은 전체의 약 6%정도에 불과하다. 의학 발전 수준이 못미치기도 하거니와 환자 수가 적고 임상자료가 제한적이기에 자료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가 어려운 탓이다.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미국에서는 비용효과성을 인정해주는데 우리 국민건강보험은 입증하기 어렵다면 퇴짜놓기 일쑤다. 이는 공공보험 체계인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외신을 보면 영국의 건강보험관리기구인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조차 약값이 비싸다며 급여 등재를 몇년에 걸쳐 퇴짜를 놓고 약값을 미국에 비해 상당히 깎은 후에야 등재가 된다. 아예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쨌든 국내외 희귀질환자들은 어렵게 약물을 찾아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싼 비용에 약물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에서는 신약 등재 과정에서 근거 마련이 어려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대한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위험분담제(RSA)와 경제성평가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위험분담제는 대체약제가 없거나, 비용대비 효과적인 약제로 인정되거나, 경제평가가 면제된 약제(경제성평가특례제도)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경제성평가특례제도는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고 대상 환자가 소수여서 임상근거를 댈 수 없다고 인정돼야 하며, 7개 국가 중 3개 국가 이상에서 공적급여가 돼야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베링거인겔하임의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연질캡슐’(Ofev, 성분명 닌테다닙, Nintedanib), 노바티스의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및 신생아 발현 다발성염증질환 치료제 ‘일라리스’(Ilaris 성분명 카나키누맙 canakinumab)는 임상 3상 데이터에서 괄목할 만한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했지만 기존 치료제 대비 경제성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5년째 국민보험 항생제 신약 급여 적용 ‘제로’ … 25년 전 약물과 가격 비교

2014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13개의 항생제 신약 중 국내에서 국민보험이 적용된 제품은 없다. 의료계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이 늘고 있는 가운데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다”며 급여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허가된 유일한 제품은 한국MSD의 ‘저박사주’(성분명 세프톨로잔 Ceftolozane)'다. 시판 허가는 2018년 4월에 획득했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저박사 허가는 18세 이상의 복잡성 요로감염 또는 복잡성 복강내감염에 대한 치료효과를 확인한 2건의 임상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복잡성 요로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ECT-cUTI 연구에서 저박사는 대조약인 레보플록사신(68.4%, n=275/402) 대비 유의하게 우수한 미생물학적 및 임상적 완치(76.9%, n=306/398) 결과를 보였다. 총 800명이 참여한 다국적 이중맹검 연구였다.

복잡성 복강내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ECT-cIAI 연구는 대조약인 메로페넴(87.3%, n=364/417)과 저박사·메트로니다졸 병용요법의 동등한 임상적 완치 효과(83.0%, n=323/389)를 확인했다.
 
임상에서 저박사는 다제내성 녹농균 및 광범위베타락타마제(Extended-spectrum beta-lactamase, ESBL) 생성 장내세균에 생체 외 활성을 입증했으며, 그람음성균 및 그람양성균에도 효과를 보였다. 내성 녹농균이 발생하고 있는 카바페넴 계열을 대신할 수 있는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1995년 개발된 메로페넴과 비교해 경제성을 평가했을 때 저박사가 임상에서 메로페넴과 효과 면에서 ‘우월’이 아닌 ‘비열등’으로 인정돼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미뤄졌다. 기존 약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진 않지만 명확하게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평가는 내성에 대한 고려는 이뤄지지 않은 비교지만 정부는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우월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비싼 신약에 보험급여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임상 어려운 신경계질환 신약 … 건강보험 급여는 ‘남 이야기’
 

뇌전증(옛 간질) 등 신경계질환 신약은 보험급여 적용이 가장 어려운 분야다. 신경계질환은 발생 원인과 작용기전이 다양해 기존 치료제와의 직접 비교 임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뇌전증 약의 경우 임상 3상에서 위약과 비교해 효과적인 발작 증상 조절 효능과 내약성 프로파일을 확인해도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우월하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환자의 발병 양상이 다양하고 사람마다 잘 듣는 약이 일정치 않아 일괄 평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최근 급여기준 협상에서 고배를 마신 유씨비의 뇌전증치료제 ‘브리비액트정’(Briviact 성분명 브리바라세탐 brivaracetam, 국내 생산중단)’이 그런 경우다. 브리비액트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으려면 기존 치료제를 기준으로 한 가중평균가를 수용해야 한다. 기존 치료제는 특허 만료로 가격이 처음 매겨진 급여 약제비의 절반으로 떨어져 있다. 오랜 기간 신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불상사다. 
 
유씨비는 임상 3상에서 5개 이상의 기존 뇌전증 치료제를 사용하고도 발작을 보이는 환자에게 효과를 보였다며 2차 치료제 개념의 급여기준 마련을 요구했지만 급여소위원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의료계, 임상데이터‧약물효과 비교 없는 첩약 급여화 부당 주장
 
정부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약제를 우선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한약의 첩약 급여화는 이런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임상연구 등 과학적인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첩약이 급여 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검증된 약제보다 우선순위가 있다는 게 온당치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간 한방 첩약 시범사업을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시행한다고 구체화했다.

한의계는 첩약 유효성의 근거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을 통해 연구를 진행해왔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에서 나온 국내외 논문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질환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면 유효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도 첩약 급여화 관련 회의에서 지적된 안전성 문제에 대해 “첩약이 급여화를 통해 제도권으로 들어왔을 때 오히려 안전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3번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시판 허가가 나고, 다시 기존 약물과 효과 및 비용 우위를 입증해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신약과 비교하면 한방 첩약에 주어진 기준은 너무 무르다고 의학계는 반발한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신약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글로벌 임상 3상 데이터를 갖고도 건강보험 급여 책정이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며 “임상 데이터 없는 첩약에 급여가 쉽사리 책정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는 연간 건보재정 500억원, 환자부담 5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계된다. 향후 대상질환이 확대되면 이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건보공단 의뢰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치료용 첩약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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