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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실효성 논란에도 정부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임시 허용 추진, 왜?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6-26 16:41:26
  • 수정 2020-06-30 14: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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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원격의료 위한 ‘꼼수’ 반발 … 국내 처방전 외국서 무용, 의료사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25일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2년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의료계는 원격의료 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며 극렬 반대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원격진료 도입을 겨냥한 포석으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전화·화상 온라인 플랫폼으로 의료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에 넣어 임시 허용하기로 25일 결정했다. 2015년 5월 박근혜 정부 당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올 4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기존 만성질환자에 대한 제한적인 원격의료(처방전 발급)가 허용된 데 이어 원격진료를 밀어붙이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즉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오는 28일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첩약 급여화’와 ‘원격의료’에 극렬한 저항을 예고하는 결의를 다지기로 했다. 
 
산업부,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 2년간 임시 허가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 임시허가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앞으로 2년 동안 재외국민이 온라인 플랫폼에 기재한 증상 등 내용을 바탕으로 전화·화상 등 비대면 방식을 통해 재외국민에 의료상담·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년 후 보건복지부 검토를 거처 정식 허가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가 신청한 재외국민 대상 원격의료를 규제 샌드박스 1호 안건으로 접수했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5월 13일 헤셀, 한진정보통신과 비대면 의료서비스 및 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헤셀은 온라인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온라인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한진정보통신은 이를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에 연동·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대면 진료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라이프시맨틱스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3개 병원에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는 재외국민이 전화나 화상통화를 통해 국내에 있는 의사에게 의료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진이 판단해 전자처방전도 발급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의료 수준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 유학생 등에 대한 의료 접근성 개선이 목적”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해외 근로자 및 가족 등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원격진료는 의사와 의료인 간 의료지식 및 기술지원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도서·산간 지역 등 의료 소외지역과 교도소 등에서만 일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다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지난 4월부터 기존 진료 경력이 있는 만성질환자 한정으로 의료기관의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가했다. 따라서 국외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재외국민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것도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받아들여 규제를 임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원격진료가 기존 법과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테두리에서 운영되는 만큼 예외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의료법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의료인과의 대면진료가 사실상 제한된 국외 환자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추후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제도화에도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가별 관리 법안 달라 극히 제한적 서비스 … 실효성 논란 
 
이번 조치엔 실효성에 의문을 남긴다. 비대면 진료로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제한적이고, 일반 의약품 관련 상담은 굳이 비대면 진료로 의사에게 받을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비대면 진료에서는 처방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국내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은 오직 국내에서만 유효하다. 국내 처방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에서는 필요한 처방약을 구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번 안건 진행을 담당했던 박용균 산업기술정책과 사무관은 “국내 처방전으로 해외에서 처방약을 구입할 수는 없으나 환자의 가족이 처방전으로 약품을 구입해 보내주거나, 환자가 해외에서 처방전에 기재되거나 비슷한 성분의 일반약을 구입하는 식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에서는 처방약으로 분류되더라도 해외에서는 일반약으로 분류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내 발행 원격의료 처방전으로 필요한 약을 구입하기 어려운 한계는 분명하다. 

국가별로 의료법·민사법 등이 달라 국내 의료기관과 해외 거주 환자 사이에 의료사고·과실 관련 분쟁이 생겼을 때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므로 의료기관과 환자는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 의료법에 지배를 받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법률속지주의에 따라 미국 등에서는 자국의 국적을 가지지 않더라도 영토 안에서 발생한 문제에 자국법을 적용할 수 있다.
 
박 사무관은 “해당 국가의 의료법 등을 면밀히 살펴 해당 국가에서 불법의 여지가 없고 관할법이 분명할 때만 서비스될 예정”이라며 “의료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처방 등 의료서비스를 신중하게 진행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임시 허가 기간 동안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원격진료 추진 포석” 28일 강력 규탄 예고 … 산업부 “재외국민 의료 편의 차원일뿐”

지난 4월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를 일부 허용한 정부는 이후 누차 비대면 진료 추진을 언급했다. 4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비대면(언택트) 사업 육성 방안의 한 예로 비대면 진료를 언급한 후 지난달 13~14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의료계는 이번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임시 허용에 대해 ‘사실상의 원격진료’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오는 28일 청계천에서 예정된 ‘첩약 급여화 규탄 결의대회’에 이번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추진도 안건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재외국민을 위해서라면 전세계 각국 공관에 의료진을 파견하거나 현지 사정에 밝은 의료진을 채용해 대면이나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속에 의사들은 본인의 생명을 내놓고 묵묵히 환자들을 진료했다. 코로나19 시국을 틈타 원격진료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수십년간 어렵게 구축한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라는 말처럼 의사가 환자를 대면해 진료를 보는 것을 ‘규제’라고 평가하는 정부의 생각은 교란 행위”라며 “많은 의사들이 정부의 말을 믿고 일해왔지만 반복된 말 바꾸기로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고 했다.
 
이같은 의료계의 반발에 산업부는 원격진료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사무관은 “이번 안건은 오직 재외국민에 대한 것으로 회의에서 원격의료 등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국내 비대면 진료 혹은 원격진료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살펴서 할 일이며 산업부와는 관련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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