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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퍼지는데 남은 중증병상 48개 … 수도권 의료붕괴 피할 수 있나?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6-24 15:24:20
  • 수정 2020-06-26 17: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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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입‧퇴원 기준 바꿔서라도 병상 확보 안간힘 … “공공기관 중증병상 확대” 주장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3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실 여분이 48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제공.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이 제2차 유행의 성향을 띠며 전국으로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수도권 중증 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격리해제 기준을 완화하는 등 병상 확보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개선책이 없다면 대구에서처럼 수도권에서 의료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권에 남은 중증병상 겨우 48개 … ‘여유있다’던 정부, 병상 확보 비상령

2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고령층 환자가 늘면서 수도권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가 우려된다”며 대구에서 경험했듯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면 현재 의료자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수도권 확산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계속 지적돼 온 수도권 병상 부족 문제가 이슈화된 것이다. 정부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며 병상 확보의 필요성을 부인해왔으나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데다 상당수가 중증이 될 위험이 높은 노인층이라 중증 병상의 여유분이 예상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인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브리핑을 통해 밝힌 감염병 전담병원의 병상 여유분은 2000개 남짓으로 이 중 수도권이 959개다. 수도권에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명씩 열흘만 나와도 남은 병상이 부족해진다.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중증병상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의 중증병상 여유분은 겨우 117개에 불과한데 그나마 수도권에 남은 중증병상은 그 절반도 안 되는 48개가 전부다. 최근 고령환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위태로운 수치다.
 
정 총리는 “고위험환자를 치료하는 데 의료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사망자 발생은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입원 기준 완화 등 병상 확보를 위한 개선 방안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방역 당국을 다그쳤다.
 
임상위 “입‧퇴원 기준 바꾸면 병상 50% 확보” … 경증환자의 중증 악화 비율 1.8%에 불과
 
정 총리가 말한 개선 방안은 지난 21일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가 발표한 입‧퇴원 기준 변화 권고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주치의 등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중앙임상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병상 입원·퇴원 기준을 유지할 경우 대구·경북 유행 당시의 병상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기준을 바꿔야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임상위는 “격리를 이유로 병원에서 퇴원하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입원치료가 필수적인 고위험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의료시스템 붕괴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방역의 격리해제 기준을 만족하지 않더라도 의학적으로 퇴원이 가능하면 자가격리 또는 생활치료센터 전원을 적극 고려하고 퇴원 이후 확진자 관리를 위해 방역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원회가 4주간 임상경과가 확인된 성인 확진자 1309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저위험도 환자의 입원, 퇴원 기준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입원 일수를 50%이상 줄일 수 있다.
 
임상위는 코로나 의심 증상이 발생한 지 7일이 지나지 않은 50세 미만 성인 중 확진시 호흡곤란이나 기저질환이 없고 의식이 명료한 경증 환자의 경우 지금처럼 병원에 입원시키지 말고 자택에서 격리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해 상태를 지켜볼 것을 권고했다.
 
대신 고위험군은 우선 입원 대상이 된다. 임상위가 밝힌 중증 발생 위험이 10%가 넘는 고위험군 환자는 △체질량지수 (Body Mass Index,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 △qSOFA(Quick 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sepsis-related organ failure assessment 패혈증 등에 따른 장기부전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 0~3점) 점수 1점 이상 △당뇨병, 만성신장질환, 치매 등을 가진 기저질환자 △65세 이상 고령자 등이다.
 
임상위는 “기저질환 없는 50세 미만 성인 환자 중 열흘 동안 경증을 보인 환자가 중증‧중등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1.8%,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으로 진행된 비율은 0.12%에 그쳤다”며 “이 근거에 기반한 환자분류 및 입원기준을 적용하면 최대 59.3%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상위는 또 현재 입원 중인 50세 미만 경증환자도 퇴원 기준을 낮춰 더 일찍 퇴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증상이 나타난 지 10일 지나도록 산소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지 않았거나, 산소치료를 받았더라도 회복 후 3일 이상 지난 환자는 퇴원해도 전염력이 없고 상태가 악화할 우려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퇴원기준은 ‘증상이 없고 진단검사에서 2차례 음성이 나올 때’이다.
 
임상위는 “바이러스 조각만 몸에 남아 있어도 진단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수 있다”면서 “진단검사 음성을 격리 해제 기준으로 설정하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나 격리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할 수 있고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가 제때 입원을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기관 중증병상 확충 필수적 … 장기투자 요구돼
 
일각에서는 이런 미봉책만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참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의료 공공성 강화’를 빠르게 실현하고, 공공기관의 중증병상 수를 늘려 코로나19의 2차 파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코로나19 중증환자는 공공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하고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하고 있다. 중증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와 의료인력이 공공병원에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들은 민간병원이라서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병원처럼 쉽게 동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가 지난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4월 코로나19 환자의 78%가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국내 공공병상 비중은 전체 병상의 10%(201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나마도 국립대병원 병상을 빼면 5%대로 줄어든다. 감염병을 대응할 수 있는 공공병상 자체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도권보다 공공의료 병상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지역의료체계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수도권 다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많은 대전은 중환자가 발생할 경우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음압병상은 3개밖에 남지 않았다. 일반환자용 음압병상을 사용하다고 해도 42개 중 현재 입원 가능한 병상은 13개뿐이다.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 규모가 크고 인구 밀도도 높아 지역 확산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부산도 코로나19에 대비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10군데에 불과하다. 항구를 통해 해외에서 많은 환자가 유입되거나 여름철 몰리는 피서객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날 경우 의료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2차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당장 공공병상 확충부터 시행돼야 하며 이후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도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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