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로 운영부담 줄이고 지분투자로 시너지 창출 … 의료기기·화장품 사업 정체, 피부과·비뇨기과 한정된 라인업도 여전
동구바이오제약이 영업조직을 철폐하고 영업대행사(CSO) 위탁 규모를 키우고, 피부과·비뇨기과 전문약 분야 선도 입지를 유지하면서 바이오기업 투자에도 잇따라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사내 투자관리실까지 신설하는 등 수익 극대화에 나선 만큼 향후 투자기업과 사업화 전략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252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4억원, 1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18년 45억원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디앤디파마텍, 뷰노, 지놈앤컴퍼니 등 동구바이오가 투자한 기업의 지분 가치이 상승한 덕분이다. 이들 기업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어서 상장 시 고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체 영업조직이 없어 CSO 의존도가 높고 판관비 지출 비중이 높다. 영업이익은 2017년 133억원에서 2018년에는 57.4% 감소한 56억7000만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2018년 급격한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인건비 증가, 신규사업 마케팅, 광고선전비 지출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지만 이 시기는 불법 리베이트 제약사에 대한 처벌이 한창 내려졌던 시기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18년 3월 씨제이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일동제약, 일양약품, 파마킹, 씨엠지제약, 아주약품, 영진약품, 한국피엠지제약, 한올바이오파마, 한미약품, 이니스트바이오 등 11개 제약사가 2009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불법리베이트(대가성 환불) 제공으로 적발돼 340개 약제에 대한 가격을 평균 8.38% 인하하는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들 제약사는 리베이트 적발로 건강보험 급여정지 받은 의약품을 일정 시간 경과 후 재등재하거나, 다른 제약사에 넘겨 등재하는 등 편법을 저지르다가 또 한번 강제 약가 인하 처분을 받았다. 이 때 의약품을 양수받은 제약사에 동구바이오제약, 한국다케다제약, 한독, 부광약품, 일성신약, 구주제약, 바이넥스, 한국팜비오 등 8개 제약사이고 관련 11개 품목의 약가가 깎였다.
동구바이오제약은 대대적인 보건당국의 불법 리베이트 조사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되자 2010년부터 CSO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전국 거점지역에 지점을 설립해 영업조직을 운영하던 것을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폐쇄하고 2010년 이후 CSO 체제를 선택해 영업망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인 매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회사 매출의 약 60%가 전문의약품에서 나오고 이중 최대 80%가 CSO에 의한 매출로 추산된다”고 관측했다. 이 회사는 2019년 매출 1252억원의 절반이 넘는 642억원을 판매관리비로 지출했는데 이 중 지급수수료가 430억원이다. 2018년 영업이익 감소 원인으로 꼽았던 광고선전비는 29억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현 조용준 대표의 부친인 조동섭 창업주가 1970년 5월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세운 동구제약이 기초가 됐다. 1979년 창업주가 사망하자 부인 이경옥 씨가 대표를 맡아 운영해왔다. 2006년 조용준 대표가 사업을 물려받아 성장을 이끌어왔다. 2014년 1월 사명을 동구바이오제약으로 변경했으며, 2016년 11월에 현 송파구 문정동 사옥으로 이전했다. 2018년 2월 1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사명 변경 당시 조용준 대표는 “사명과 CI 변경은 단순히 얼굴과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영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질개선’을 이루기 위함”이라며 “그동안 피부·비뇨기과 의약품시장에서 일궈온 성공신화를 이제 기업 ‘상장=성장’이라는 공식까지 확대 적용시켜 비약적인 도약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 동구제약은 기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피부과·비뇨기과를 넘어 이비인후과·내과 등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며, 바이오사업과 줄기세포 추출키트·코골이 방지용 교정기 등 의료기기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6년이 지난 지금 이비인후과·내과 분야에선 큰 수확이 없었다. 바이오사업에는 직접 뛰어들지 않는 대신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피부과 처방 전문약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 기준 2019년 피부과 처방액은 155억원으로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는 135억원을 기록한 종근당으로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이어 3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119억5000만원, 4위 한국콜마 97억4000만원, 5위 레오파마 93억1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비뇨기과 처방액은 144억원으로 6위에 올랐다. 전년도 129억원 9위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1위는 아스텔라스가 1221억원으로 독보적 입지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 2위 GSK 210억원, 3위 일양약품 186억원, 4위 종근당 180억원, 5위 한미약품 149억7000만원 순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41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292억1000만원 대비 1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억원, 14억원으로 전년 26억원, 22억원 대비 각각 19%, 36% 줄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확산의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제품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비뇨생식기 분야 치료제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유로파서방정’(성분명 탐스로신염산염), ‘유로리드정’(피나스테리드) 등이 44억4000만원(13.0%) 매출을 올렸다. 이어 피부과약으로 항생제 ‘크래빅스정’(클래리트로마이신) 등이 39억3000만원(11.5%), 외피용약 ‘더모타손엠엘이크림’ 및‘더모타손엠엘이연고’(모메타손푸로에이트) 등이 27억3000만원(8.0%), 알레르기약 ‘알레스틴정’(에피나스틴) 등이 23억원(6.8%), 항진균제 및 항바이러스제제인 ‘팜클로버정’(팜시클로비르) 등이 17억5000만원(5.1%)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뇨기과 및 피부과 처방약 시장은 절대 시장 규모가 작아서 상위권에 올라가도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렵고 이에 따라 성장성을 높이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탁생산(CMO) 매출에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던 뇌질환 보조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choline alfoscerate)에 대한 급여 범위가 지난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요양급여 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에 따라 대폭 축소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6년에는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셀블룸(Cell Bloom)’을 출시했다. 이는 사람의 자가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배양액을 핵심 성분으로 하는 화장품이다. 이 성분은 ‘스마트엑스(SmartX)’라는 병원용 의료기기로 추출한다. 스마트엑스는 이 회사가 2015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자가유래줄기세포(SVF) 추출 키트다. 그러나 스마트엑스는 미용 시장에서 필러나 보톡스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에 못미치고 비싼 가격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금은 유방암 수술 후 가슴확대와 재건, 화상·관절염 등의 개선을 위한 의료기기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대학병원과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임상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스웨덴 쎄닐(AB Cernelle)로부터 1978년 도입한 일반의약품 ‘쎄닐톤정’(Cernilton, 성분명 세르니틴GBX·세르니틴T60)은 이 회사 이름을 널리 알린 화분(꽃가루) 추출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다. ‘쎄니톨노붐(Cernitol Novum)’은 쎄닐톤과 동일 성분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2018년 3월 들어왔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쎄니톨노붐의 한국, 대만, 몽골,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GCC(걸프협력회의 :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회원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을 국빈 방문할 때 조용준 대표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이사 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등 자격으로 동행한 뒤 올린 성과도 있다. 10월에는 스웨덴 모버그파마(Moberg Pharma)의 손발톱무좀치료제 ‘MOB-015’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이 약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유럽연합(EU)은 독일 바이엘(Bayer), 캐나다는 사이퍼제약(Cipher), 일본은 타이쇼제약(Taisho)에 라이선스아웃됐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성장 전략은 직접적인 신약개발이나 조직 확대가 아닌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한 사업모델 창출로 분석된다. 지난 5월 19일 뷰노, 4월 24일 지놈앤컴퍼니를 추가해 디앤디파마텍, 바이오노트, 로보터스, 노바셀테크놀로지 등 총 6곳에 전략적투자자(SI)로 이름을 올렸다. 공동 신약개발이나 위탁생산 기회를 직접 만들고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투자한 기업이 상장하게 되면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는 사내 투자관리실까지 신설해 신규 투자 및 투자 수익 극대화에 나섰다.
30억원을 투자한 뷰노(VUNO)는 의료영상 판독 등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 선두업체다. 동구바이오는 뷰노를 통해 제약·바이오사업 분야 AI 적용을 확대하고, AI 의료기기를 활용한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거래처를 활용해 뷰노 제품을 판매하면서 신규 거래처 확보 및 기존 제품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참여했다. 전환우선주(CPS) 10만주를 30억원에 사들였으며, 조용준 대표와 김도형 사장도 각각 2억원, 3000만원을 투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전문 개발 기업으로 총 6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이 회사의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GEN-001’의 동아시아 권역(한국·일본·중국) 독점적 임상시험, 허가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해놨다. 아시아 바이오벤처 최초로 지난 1월 독일 머크(Merck)와 화이자제약(Pfizer)이 공동 개발한 면역항암제인 ‘바벤시오주’(성분명 아벨루맙, Avelumab) 무상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바벤시오와 GEN-001 병용요법의 1/1b상 임상시험을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동구바이오는 이 회사가 보유한 건강기능식품 및 피부질환 개선용 화장품 후보물질의 공동사업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2012년에는 펩타이드 전문기업 노바셀테크놀로지에 7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26.9%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동구바이오는 노바셀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NCP112’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2018년에는 완제의약품 위수탁 전문생산(CMO) 사업 연계를 염두에 두고 디앤디파마텍에 31억원(지분 7.9%)을 투입했다. 퇴행성 뇌신경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디앤디파마텍은 파킨슨병과 치매 모두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 ‘NLY01’(디앤디파마텍의 자회사인 뉴랄리(NEURALY)가 개발)로 파킨슨병 관련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치매는 임상 1상을 마쳤다. NLY01은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가 부친 이강춘 성균관대 약대 교수와 함께 2000년대 말 개발한 물질로 10년간 성균관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함께 연구했다.
지난달 29일엔 디앤디파마텍의 미국 자회사로 다양한 섬유화질환의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세랄리파이브로시스(THERALY FIBROSIS)의 파이프라인인 ‘TLY012’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신경화증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현재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동구바이오의 투자 ‘대박’이 기대된다.
동물약 전문기업 바이오노트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진단키트를 최초로 개발한 업체로 지난해 10월 동구바이오는 30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노트는 동물질환 진단시약뿐만 아니라 인체용 체외진단기기 개발도 연구하고 있어 의료기기 분야 강화를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팩토리용 로봇 팔과 마이크로버블을 제작하는 로보터스에도 16억원을 들여 지분 8.9%를 확보했다. 로보터스의 기술력을 활용, 경기도 화성시 향남공장의 원가 절감 및 생산경쟁력 향상을 이뤄 스마트팩토리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투자관리실을 신설하는 등 체계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바이오기업을 선별해 추가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