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변이 확인, 유의미한 전염력 차이는 아직 … 물놀이는 해수욕장이 실내수영장보다 안전
지난 5월 2일 시작된 이태원클럽 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집단감염의 여진으로 수도권 확산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은 5월 하순부터 최근까지 매일 신규 확진자가 1만6000명 대에서 많게는 2만5000명 대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좀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11일 이후 베이징의 한 시장 방문자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나 제2 유행기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흥미로운 새 주장과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들이 사실 여부를 검증해 본다.
유럽산 연어가 바이러스를 옮긴다? (X)
지난 12일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농산물 도매시장의 수입 연어를 손질하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검출됐다. 11일 촉발된 집단감염의 발단이 여기에 있다고 보고 중국 보건당국은 15일 유럽산 연어 수입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신파디 시장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이 유럽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외 유입과 관련된 것”이라고 판정했다. 즉 유럽산 연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베이징 시는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잔추(楊占秋)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는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4일까지 나흘 동안 79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은 베이징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매우 전염력이 강한 것을 보여준다”며 “초창기 우한 유행 때보다 바이러스가 더 강한 전염력을 가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16일 말했다.
하지만 연어로 바이러스가 들어와 확산된 것이라는 주장에 다른 전문가들은 대체로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우준여우(吳尊友)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입 연어를 토막 내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해서 연어가 전염원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다. 도마에 접촉한 사람이나 사물이 전염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입 연어를 절단하는 도마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하지만 수입 연어로 인한 오염인지 종사자의 분비물로 인한 오염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들을 모니터링하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잔추 교수는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류 같은 수중생물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 연어가 중간숙주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전염력이 높아진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들어와서 확산 중? (X)
현재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미국·유럽 등에서 확산 중인 감염력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타고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캠브리지대학은 염기서열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크게 S, V, G 등 3개 계통으로 구분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최초의 바이러스는 S계통,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퍼진 것은 V계통,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난 것은 G계통이다.
한국은 3 계통의 바이러스를 모두 경험했다. 초창기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이 S계통,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V계통,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를 비롯해 현재 발생하는 수도권 확진자는 G계통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스크립스연구소는 “가장 마지막에 발생한 G계통의 바이러스가 감염을 더 잘 일으킨다고 하고, 사람 간 전파도 더 잘 이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아직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이가 전염력을 변화시킨다는 근거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유천권 방대본 진단분석관리단장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가 전염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아직까지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WHO도 “이런 변이들이 아직까지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유의미한 전염력 변화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바이러스의 변이보다 노출 정도와 개인의 면역력에 의한 감염 차이가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수영장·바다에서 물놀이, 감염 안 된다? (△)
더운 여름이 찾아오면서 실내외 수영장·워터파크·해수욕장 등이 하나둘 개장하고 있다. 특히 무더울 것이라 예고된 만큼 여름철 수영장을 찾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라 예측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물놀이장을 찾아도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수영장 물이나 해수욕장 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감염자의 비말이 물 속에 떨어진다고 해도 희석돼 감염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해수욕장의 경우 염분으로 바이러스 생존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기적으로 염소로 소독하는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의 물도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다. 에빙 라우텐바흐(Ebbing Lautenbach)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전염병학과장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수영장 물에는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는 염소와 브롬이 포함돼 물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 밀집되는 만큼 사람들 간의 비말전파로 인한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의학과 교수는 “수영장은 마스크를 할 수 없는 환경으로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말에 노출돼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남부 21개주에서는 메모리얼데이(5월 25일) 연휴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매체는 연휴 기간 동안 수영장 등 주요 휴양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며 휴양지에서 거리두기 실패로 인해 바이러스 확산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물놀이장보다는 탈의실과 샤워실 등에서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독방역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실내보다 환기가 잘 되는 실외 놀이시설, 실외시설보다는 넓은 해수욕장을 이용한 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 “휴양지의 밀집도는 낮추기 위해 휴가를 7월초부터 8월말까지 분산하는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할 수 있다? (O)
초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범위는 폐와 호흡기로 인식됐으나 최근 바이러스가 혈관을 통해 심장 등 여러 기관을 동시에 공격한다는 게 밝혀졌다. 그런데 얼마 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바이러스의 최종 공격 목표가 뇌라는 연구결과가 동시에 나왔다.
마지드 포투히(Majid Fotuhi) 뉴로그로우 뇌 피트니스센터(NeuroGrow Brain Fitness Center)의 의료실장이 지난 11일 ‘알츠하이머병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코로나19가 뇌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포투히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차로 코와 구강 상피세포(epithelial cell) 공격하는데 이 때문에 후각과 미각의 장애가 나타난다. 2단계에서는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이토카인폭풍(cytokine storm)’ 현상이 발생해 정상 세포들의 DNA를 변형시키고 폐 손상 및 혈관 혈전이 일어난다. 이 때 크고 작은 뇌졸중이 발생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뇌의 검문소 역할을 하는 혈액뇌관문(BBB·blood-brain barrier)을 무너뜨려 혈액 속의 염증 표지들과 바이러스 입자들이 뇌를 침범해 경련착란·혼수·뇌병증을 일으킨다.
포투히 박사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들은 상당수가 발작, 착란, 현기증, 마비, 혼수 등 여러 형태의 뇌 기능 장애를 보이는 만큼 인지기능 저하, 주의력 결핍, 뇌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나타나는지 지속해서 살펴봐야 한다”며 “회복된 환자는 일단 퇴원하기 전에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도 지난 15일 코로나19에 뇌의 뉴런이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학 토마스 하퉁(Thomas Hartung) 동물대체시험연구센터 교수는 “코로나19가 혈액뇌관문을 통과해 뇌를 감염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며 “다만 코로나19 환자가 겪는 심한 염증이 혈액뇌관문 붕괴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당뇨병 유발할 수 있다? (O)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코로나19에 더 잘 감염되고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건강하던 사람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과 호주 등 해외 당뇨 전문가 17명은 지난 12일 국제 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난 당뇨병 사례 연구를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코로나19-당뇨병 등록 프로젝트’(CoviDiab Registry Project, CoviDiab)의 설립도 발표했다.
프로젝트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의 20~30%가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었으며, 코로나19 치료 중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프란체스코 루비노(Francesco Rubino)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내분비외과(대사수술) 교수는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속으로 침투할 때 결합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 단백질은 폐뿐 아니라 췌장, 간, 신장 등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다른 장기와 조직에도 존재한다”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포도당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연구가 종료된 후 발표된 논문(article 또는 papers)이 아닌 일종의 중간보고(letter 또는 communications)다. 연구 중 중요하다고 판단돼 중간에 보고한 것이다.
코비디아 프로젝트는 코로나19 환자에서 발생하는 당뇨병 증상의 정도와 특징을 이해하고, 펜데믹 이후 환자들의 치료 및 모니터링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