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일본 다케다제약은 각각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사업부문 포트폴리오 확충과 첨단신약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을 3324억원에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셀트리온이 다케다로부터 인수할 사업은 프라이머리케어 사업으로 한국,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ETC) 및 일반의약품(OTC) 브랜드 18개 품목의 특허,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이 지역에서 2018년 기준 약 1억4000만달러(약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들 인수 제품군은 한국, 동남아, 호주 시장에서 자체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 사업부문을 총 332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인수는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기업결합신고 등 각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 올해 4분기 내 인수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케다제약은 글로벌 장기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핵심 치료분야인 위장관질환, 희귀질환, 혈장유래치료, 항암 및 신경계질환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다케다는 지난 3월 러시아·구소련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내 비핵심 자산을 독일 제약사 스타다(Stada Arzneimittel)에 6억6000만달러,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같은 자산을 스위스 제약사 아시노(Acino)에 2억달러에 매각했다. 지난해 7월에는 노바티스(Novartis)에 성인 안구건조증 치료제인 ‘자이드라점안액’을 53억달러에, 올해 3월에는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 비핵심 자산을 브라질 하이페라파마(Hypera Pharma)에 8억2500만 달러에, 올 4월엔 유럽에선 덴마크와 폴란드에 위치한 두 생산기지를 포함한 자산을 덴마크 오리팜그룹(Orifarm Group)에 약 6억7000만달러에 팔았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군에는 글로벌 신약은 당뇨병약 ‘네시나정’(성분명 알로글립틴벤조산염, Alogliptin Benzoate), ‘액토스정’(성분명 피오글리타존, Pioglitazone), 고혈압약 ‘이달비정’(성분명 아질사르탄메독소밀칼륨, Azilsartan medoxomil potassium) 등 전문의약품과 감기약 ‘화이투벤’(아세트아미노펜 등) 시리즈, 구내염 치료제 ‘다케다알보칠콘센트레이트액’(성분명 폴리크레줄렌액, Policresulen) 등 일반의약품이 포함됐다. 이 중 네시나정과 이달비정은 각각 2026년, 2027년까지 물질특허를 보호받아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당분간 기존 다케다 제조사 생산을 이어갈 예정으로 기술이전을 거쳐 셀트리온제약의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생산시설에서 이번 인수한 주요 제품을 생산해 국내 및 해외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셀트리온의 첫 대형 인수합병(M&A) 건으로 높은 국내 수요에도 불구하고 다국적제약사의 과점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 국산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당뇨병·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각각 3조원, 2조7600억원 규모이며, 2030년에는 총 11조원으로 2배 가까운 성장이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다케다의 전문의약품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이들 제품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고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 제품군에 케미컬의약품 제품을 보강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국내 당뇨병 및 고혈압 환자는 1700만명에 달하고, 만성질환을 3개 이상 보유한 환자도 전체 고령인구의 60%를 넘어서는 등 이 분야 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외국계 제약사에 의존하던 당뇨병·고혈압 필수 치료제를 국산화해 국민보건 및 건보재정 건전성에 기여하고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이번 매각으로 당뇨병·심혈관·일반의약품 사업부 임직원 70여명의 희망퇴직을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단행한다고 12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70여명을 대상으로 ERP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희망퇴직은 직원 선택의 문제인 만큼 신중한 ERP 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