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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생명과학·이노비오 소송 공방전 예고 … 협력관계 깨지나?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6-11 04:21:25
  • 수정 2020-06-12 22: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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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GXI “백신 생산법 기술 이전 안돼, 지적 재산 강탈” … 이노비오 “코로나19 확산 속 백신을 인질 삼아”
조셉 김 이노비오 대표(왼쪽)와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미국 생명공학기업 이노비오(Inovio)가 국내 제약사 진원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VGXI를 지난 4일(현지시각) 고소했다. VGXI는 이노비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여하며 임상시험용 백신을 생산해 온 의약품 수탁생산기업(CMO)이다.

이에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노비오가 제조 규모를 신속히 늘리기 위해 VGXI의 지적재산을 취하려는 소송”이라며 반박했다.

지난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노비오는 VGXI가 코로나19 백신을 대량생산하는 제조과정에 대한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법원에 고소했다.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VGXI 대신 다른 업체에 대량생산을 맡기려고 하는데 기존 백신 제조방법 등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노비오 측은 “VGXI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면서까지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백신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조셉 김(Joseph Kim) 이노비오 대표는 “VGXI가 기술 이전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노비오는 적시에, 안전하게 제품을 제조 할 수 없다”면서 “VGXI는 초기 임상시험에서 백신후보물질을 충분히 확보했지만 판매 승인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리려는 이노비오의 노력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VGXI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Houston)에 소재한 CMO로 진원생명과학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노비오는 코로나19 백신 이전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백신 후보물질인 INO-4700, GLS-5300 등을 개발해 진원생명과학 및 VGXI와 백신 생산 및 임상시험에서 협업하는 등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이노비오는 2020년말까지 코로나19 임상 백신 100만도즈 생산을 요구했지만, VGXI는 2주에 3만도즈를 생산하고 있으며 기존 전임상과 임상 1상을 위해 제공한 5만5000도즈를 포함해도 50만도즈가 채 넘지 않는다. 생산라인을 확충하는 2022년 전에는 공급량을 맞출 수가 없는 형편이다. 한 달에 6만도즈 씩 6개월간 생산해도 36만도즈 수준으로 VGXI는 이노비오 측에 생산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VGXI는 이노비오의 DNA 기반 치료제 제조업체로 계약에 따라 ‘가장 선호되는’ 업체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노비오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최초로 거부할 권리도 가질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양사는 2008년 생산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공식적으로 계약 종료를 선언하지 않아 효력이 유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VGXI는 이 계약을 지난 5월 7일부로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노비오는 VGXI가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면 다른 제조업자가 VGXI의 제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하고 모든 문서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술이전이 이뤄져야 다른 생산업체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품질의 백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노비오가 코로나19백신 생산을 위해 리히터헬름바이오로직스(Richter-Helm BioLogics)와 올로지바이오서비스(Ology Bioservices) 등 2개 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VGXI 측이 제조법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제조법을 다시 개발해야 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리히터헬름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VGXI 관련 제품(메르스백신 추정)을 기술이전받는 과정에서 VGXI 제조법에 접근할 수 있었고 50만회 용량을 공급했다. 기술을 갖고 있어도 공개를 통해 제조법(지재권)을 획득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올로지바이오서비스는 VGXI의 기술이전을 기다리다가 자체 제조법 개발을 시도했지만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다. 올로지바이오서비스는 주로 미군용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비공개 자료가 많은 편이다. VGXI는 이노비오와 만료된 계약은 유효하지 않다면서 기술 양도를 거부했다.

이노비오는 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VGXI와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고 기술이전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결을 유도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VGXI는 이노비오의 훌륭한 제조 파트너로 이노비오가 계획한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하는 데 충분한 백신을 이미 제조했다”며 “이노비오는 공급계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으며 VGXI는 지난달 7일 이노비오에게 계약 종료를 통지했다”며 “이 문제들은 법정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7일부로 계약 관계가 종료된 것인지, 양사 대표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등을 문의하기 위해 회사 관계자와 통화했지만 “소송과 관련 된 건이기 때문에 입장문 외에 추가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결 양상을 보면 조셉 김과 박영근 대표 간 동업관계는 끝났다고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또 VGXI가 당장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양사가 합의한다고 해도 이노비오는 다른 CMO와 계약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나스닥(NASDAQ) 상장사인 이노비오의 손자회사로 이노비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계 미국인인 조셉 김이다. 그는 11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로 바이오기업 창업을 꿈꾸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생물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다.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머크(MSD)에 다니던 중 2000년 말 한인 교포들과 뜻을 모아 제약사 바이럴제노믹스(VGX)를 창업한 뒤 DNA 백신의 선구자란 평가를 받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자로 성장했다. 2009년에는 바이럴제노믹스를 나스닥 상장사인 이노비오와 합병했다. 2005년 이노비오 100% 자회사인 VGX파마슈티컬스를 통해 한국 코스피 상장사인 동일패브릭을 인수했다. 동일패브릭은 봉제 제품 등 섬유 심지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인수 이후 VGX인터내셔널로 이름이 바뀌었고 2014년 진원생명과학으로 변경됐다. 

VGX파마슈티컬스의 진원생명과학(옛 VGX인터내셔널) 지분은 한 때 18%에 달했고 지난해 연말 기준 지분은 7.5%로 떨어졌으며 올 1월 두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4.99%로 낮아졌다. 반면 박영근 대표는 같은 기간 6.49%에서 6.94%로 바뀌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박영근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9.23%이다. 신종플루,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 백신 개발에 잇따라 도전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VGX파마는 자본결손금이 4310억원에 달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연말 기준 자본결손금이 622억원이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히트작은 나오지 않고 그동안 해온 노력이 아까워 서로 갈등이 심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는 이노비오를 이끌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인 조셉 김 이노비오 CEO의 창업동지다. VGX파마슈티컬스를 설립할 당시 고문변호사를 맡았다. 박 대표는 바이오에 관심이 없었집만 MIT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공부하면서 학부생이던 조셉 김과 인연이 됐다. 박 대표는 2006년 조셉 김 CEO가 VGX인터내셔널 대표를 맡았던 시절부터 임원으로 있다가 2011년 5월부터 대표로 있다.  

박 대표는 1978년 중학교 1학년 무렵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재미교포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주로 한인 사회와 관련된 사건 소송과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맡았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으로 만성 C형간염, 대상포진, 지카바이러스, HIV바이러스 등 다양한 백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 분야 상위권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상용화된 백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일패브릭을 인수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매출 412억원에 영업손실 82억원을 냈다.

적자를 메우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시로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는데 최근에 이뤄진 것만 보면 올 1월 2일 207억원, 1월 14일 198억원, 4월 29일 880억원, 5월 19일 764억원 등이다. 잦은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신규 백신 상용화 기대감에 유상증자나 주식매집에 나서 주가는 지난 3월 30일과 31일, 4월 7일 상한가(30%)를 쳤다. 

한편 이노비오는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INO-4800의 국내 1상, 2상 임상을 조만간 시작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과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이 주관하고 서울대병원이 참여하며 건강한 19~50세 성인 40명이 백신 접종을 맞고 안전성과 면역능력 등을 평가받는다. 19~64세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추가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노비오는 이미 국제 민간공동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약 900만달러(약 110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NO-4800은 DNA 백신으로 바이러스 항원(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인체 세포의 핵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이론적으로 가장 앞서지만 그만큼 실패 부담도 높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임상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 검토 단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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