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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될 수 있나?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4-27 19:01:57
  • 수정 2020-06-30 14: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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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 잦아든 의료계와 적극 찬성 산업계 사이에서 답 미루는 정부당국
비대면진료‧원격진료는 어차피 상시화가 진행될 수순이지만, 정부가 답을 미루는 이유로 의료사고 등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확산 이후 이달 초부터 보건 당국은 가벼운 감기나 만성질환자에 한해 전화 상담과 처방, 대리처방, 화상진료 등 ‘비대면 진료’(Untact medical care, Untact Medicine)를 허용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향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상시적 허용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의료계와 적극 찬성을 주장하는 산업계 사이에서 정부는 아직 답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보건당국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에서 ‘상시적 허용’ 움직임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의료기관 진료비 청구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4월 12일 3072개 의료기관에서 10만3998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으며 총 진료금액은 12억8812만7000원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갑작스럽게 시행된 비대면 진료가 큰 잡음 없이 빠르게 확대되자 보건당국은 이번 기회에 비대면 진료에 대한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한 예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정부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지난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비대면 진료가 만성질환자나 고령자 중심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신종 코로나가 던진 비대면 진료 ‘화두’를 정책 체계 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를 상시적으로 허용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17대 국회 때부터 수차례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논란 끝에 모두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비대면 진료를 찬성하는 여당이 승리하면서 오는 6월 1일 개원할 21대 국회에서 이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통과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180석을 확보한 여당은 국회 선진화법상 패스트트랙 조항에 따라 사실상 어떤 법안이든 단독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
 
의료계, “오진·대형병원 쏠림 부른다” 반발 속 “시대에 따라야” 허용 목소리도
 
그동안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던 까닭은 의료계의 반발 때문이다. 의료계는 진료의 기본 전제는 ‘대면 진료’라며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허용을 반대해왔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살필 수 없어 ‘오진’이 나올 수 있고 약물의 오남용도 우려된다는 게 의료계의 목소리다.

극단적으로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비대면으로 큰 병원의 유명 의사만 찾으면 지금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지금도 정부가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진입 문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대학병원 쏠림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확산되면서 반대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달라진 의료환경을 고려해 비대면 진료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현실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를 금기시하던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원격의료를 ‘의협 대의원회 상정 금지’ 사항으로 정해놓고 논의조차 필요 없다는 강경한 태도에서 벗어나 지난 20 열린 의협 운영위원회에서 ‘정부와 국회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원격진료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협의의 물꼬를 텄다. 

의협 관계자는 “‘개원가 중심’으로 원격진료가 시행되는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필요에 따라 TF팀을 구성해 원격의료 관련 법안을 놓고 정부·국회와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원격의료는 새로운 시장 ‘당장 허용해야’
 
산업계에서는 비대면 의료가 새로운 사업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보고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2일 내놓은 ‘中·日 원격의료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중국과 일본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원격진료를 적극 활용해 의료진 감염방지와 진료 효율화에 효과를 봤다며 원격의료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중국은 알리페이·바이두 등 총 11개 업체가 참여한 ‘신종 코로나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구축해 환자를 진료했다. 이 중 사용자가 가장 많은 ‘핑안굿닥터’는 코로나 이전 대비 회원 수가 10배 증가해 총 11억1000만명에 이르렀다. 일본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크루즈 승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 지원센터’ 앱으로 원격진료를 하고 필요 약물을 제공했다.
 
전경련은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며 “향후 전염병 발생 등에 대응 역량을 키우고, 전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원격의료 시장에서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원격의료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보고서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305억달러(37조5150억원)으로 중국은 39억달러, 일본은 2억달로 규모로 추정된다. 세계 시장은 오는 2021년까지 연평균 14.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제한 규제부터 과감히 개선해 향후 신종 전염병 출현에 대비하고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답을 미루는 정부당국 … 눈치보기 그만해야
 
산업계의 바쁜 움직임과 대조적으로 정부 당국은 검토하되 당장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강립 총괄조정관은 최근 구성된 청와대의 보건의료혁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내용에 비대면 의료활성화가 포함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일부 거론될 수 있겠지만, 현재 논의되거나 논의 내용에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흐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도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현재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해서 신종 코로나의 위험에서 취약한 고위험 집단을 보호하고 있다”며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긴급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여력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원격진료는 허용돼야 할 수순이지만, 의료사고 발생 등에 대한 보건당국의 부담이 커서 미루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 경우 이를 옹호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 부처에 의료 관련 헤게모니를 뺏기게 된다는 위기의식도 기저에 깔려 있다. 

국내 IT기업과 통신 3사 등은 원격의료의 기반으로 삼기 위한 시스템과 관련 제품을 오래전부터 개발해놨다. 대학병원도 비대면 진료, 원격진료에 적응할 수 있는 IT시스템을 기반을 갖춰 놓고 있다. 의료소비자가 이를 절실히 원하는 민의의 강도에 따라 향방이 갈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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