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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 높이는 신풍제약 ‘피라맥스정’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4-24 11:35:12
  • 수정 2020-04-27 19: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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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은 부작용·높은 효과 기대, 클로로퀸·하이드로클로로퀸 대체 가능성 … 국내 공급도 시작, 비급여 처방
신풍제약의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정’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팬데믹(Pandemic)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약사 간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23일(현지시간)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실수로 공개한 초안 보고서를 인용해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중국 임상시험이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임상참여자가 충분히 모집되지 않은 임상 결과라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지만 벌써부터 냉기가 흐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와 싸워 이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극찬한 바 있는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도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 부작용이 노출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본래 에이즈치료제로 가장 먼저 중국 임상현장에 투입된 애브비의 ‘칼레트라정’(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도 두 차례 나온 간이 임상결과 유효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신약 경쟁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처럼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던 후보들이 낙제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으면서 다른 후보군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에선 신풍제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16호 신약인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정’(성분명 피로나리딘·아르테수네이트, Pyronaridine·Artesunate)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미국에서 세포시험에 들어갔고, 국내서는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이 약의 주성분인 피로나리딘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인 항말라리아제 클로로퀸(Chloroquine)과 화학 구조가 유사한데다 동물시험에서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억제 효과까지 확인된 게 개발의 동기가 됐다. 

코로나바이러스 등 대다수 바이러스는 체내 산·염기에 따라 성쇠가 갈라진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산성화된 엔도좀을 통해 전염을 확산시키는데 염기성을 띠는 클로로퀸은 이를 억제해 전염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은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과잉면역반응이 더 폐에 위중한 증상을 일으키는데 클로로퀸은 이를 억제하는 작용까지 입증해보였다. 더욱이 오래된 약물로 안전성도 어느 정도 확립돼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자료에 따르면 클로로퀸은 세포내 소기관인 ‘엔도솜’(endosome)의 산성도를 낮춰 중화 작용을 한다. 엔도솜은 물질의 세포 내 유입 과정에서 처음 형성되는 주머니 모양의 소포체로 병원체나 외부 물질을 포식하는 과정에서 점차 리소좀(lysosome)으로 변해간다. 가설에 따르면 클로로퀸은 리소좀에 의한 자가포식(autophagic degradation)을 억제해 치료효과를 낸다.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또는 자가소화작용)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한 단백질과 세포 구성 성분들을 분해하는 순기능이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오토파지가 억제될수록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다. 클로로퀸과 같은 원리로 피로나리딘도 몇몇 바이러스의 침입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클로로퀸이 효과가 없다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재향군인병원에 입원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3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사용된 확진자의 사망률은 28%로 표준치료를 받다가 숨진 1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아지트로마이신까지 투약된 확진자도 22%의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 국내에선 예방 차원에서 효과적이란 임상 결과도 나왔다. 삼성서울병원·부산대병원 감염내과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면서 추가 감염 우려가 제기된 부산의 한 장기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 184명과 간병인 21명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400㎎을 하루에 1회씩 예방적 목적으로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14일간 실시한 결과 대상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 중 고위험군이 많았고 관절염 환자에게도 이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하고 있어 코로나19에 적응증은 없지만 긴급 급여 투여가 허용된 이 약의 투여를 결정했다”며 “환자의 체구가 작아 저용량을 선택했는데 부작용이 적은 편이었고 모두가 음성이 나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신풍제약은 지난 3일 시험관(In-vitro) 실험에서 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가 각각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두 성분을 병용하면 24시간 뒤 바이러스 역가 억제율이 99% 이상으로 나타났고 48시간까지 지속력이 향상됐으며 세포독성은 감소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미국 약물 재창출 전문가이자 컬래버레이션파마(Collaborations Pharmaceuticals)의 최고경영자(CEO)인 션 에킨스(Sean Ekins) 박사와 협업해 미국 연구소 두 곳에서 헬라세포(HeLa cell)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약물재창출은 빠른 시일 내에 치료제가 필요한 경우 기존 약물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기존 사용 약물을 활용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에킨스 박사는 “하이드로클로로퀸은 심장 칼륨 이온채널(human ether-a-go-go-related gene, hERG)을 저해해 급사 위험을 높이는 부정맥(torsades de pointes, TDP, 염전성 심실빈맥, 꽈배기성 심실빈맥) 유발 가능성이 있다”며 “피로나리딘은 개 실험에서 칼슘·칼륨·나트륨 이온채널을 균형있게 억제해 TDP를 유발하지 않았다”고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클로로퀸은 심한 설사, 청각손실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피로나리딘이 클로로퀸보다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용량 선택이나 효과면에서 치료제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신풍제약의 피로나리딘은 국내 임상 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에 임상 2상 참여를 요청한 상태다. 김 교수는 병원 내 임상시험윤리위원회(IRB) 리뷰를 기다리고 있다.

신풍제약은 그동안 아프리카 개별국 정부 및 유엔(UN) 등을 통해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 피라맥스정을 집중 수출해왔다. 경기도 안산 전용 공장은 1일 50만정, 연간 최대 1억2000만정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피라맥스정의 국내 유통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비급여로만 처방이 가능한 상태로 임상 2상 진행을 준비하면서 국내 물량 공급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현재로선 국내 공급이나 임상시험 등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필요 시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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