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갑상선암 발생에 ‘DNA 메틸화(methylation)’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새롭게 규명했다. 향우 악선 삽상선암의 진단 및 예후 바이오마커 실용화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DNA 메틸화는 DNA 염기서열에서 이중 뉴클레오티드인 CG의 C(시토신)에 메틸기(CH3)가 추가되어 발생하는 후성학적 변화를 말한다. 염기서열의 변화를 일으키진 않으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찬권 가톡릭대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와 김용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 박사 공동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 갑상선암 환자 200여명에게서 떼어낸 임상 시료 분석 결과 악성 갑상선유두암종에서 유전자의 DNA 메틸화 수치가 경계성 갑상선암에 비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예후가 나쁜 유형일수록 DNA 메틸화 수치가 더 낮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밝혔다.
정상세포에서는 암 억제 유전자의 DNA 프로모터(DNA 염기서열 앞부분) 부위에는 메틸기가 붙어 있지 않고, 암 유전자에는 DNA 프로모터에 메틸기가 부착돼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상태로 유지된다.
하지만 암 억제 유전자의 DNA 프로모터가 메틸화되고, 암 유전자의 DNA 프로모터는 탈 메틸화될 경우 유전자 발현이 활성화되면서 암세포가 발생하게 된다. 즉 DNA 프로모터에서의 메틸화 유무가 암세포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질환 세포에서 프로모터와 멀리 떨어져서 유전자 발현의 조절에 참여하는 인헨서(enhancer)라 불리는 DNA 영역이 발견되었는데, DNA 메틸화 변화가 인헨서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갑상선암의 발생과 프로모터 DNA 메틸화의 관련성은 보고된 바 있으나, 인헨서 부위와의 관련성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경계성 갑상선종양 및 악성 갑상선암을 식별할 수 있는 DNA 메틸화 분자 바이오마커의 연구는 진행된 적이 없다.
연구팀은 인헨서 및 유전자 DNA 메틸화 변화가 갑상선암 발생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최초로 밝혔다. 특히 악성 갑상선암에서 'MMP7', 'MICAL2', 'DIAPH1' 유전자의 DNA 과메틸화가 낮은 빈도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유전자 DNA 메틸화뿐만 아니라 인헨서의 DNA 메틸화 변화도 갑상선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찬권 교수는 “DNA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검사법을 임상 현장에 도입한다면 갑상선 결절 진단의 정확성을 높여 불필요한 재검사나 수술을 줄일 수 있다”며 “갑상선암으로 수술받은 환자에서 예후 판정 및 추후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을 주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용성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악성 갑상선암의 진단 및 예후 판정을 위한 실용화 기술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한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갑상선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싸이로이드(Thyroid, IF 7.786) 최근호(2020년, 30권 2호)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