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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미룬 제약·바이오 기업들 … SK바이오팜·소마젠 ‘군불’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4-09 16:24:41
  • 수정 2020-04-09 18: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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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상장예정 8곳 기한 연장 … 일정 강행 2곳 성공 여부에 투자심리 회복 전망도
상반기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공개(IPO)를 연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일정을 강행해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지 투자자가 주목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탓에 신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제약·바이오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장이 지연돼 임상시험 비용 조달 등 신약개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올해 상반기 중 IPO가 예정됐던 제약·바이오기업은 SCM생명과학·압타머사이언스·노브메타파마·TCM생명과학·듀켐바이오·카이노스메드·소마젠·SK바이오팜 등 8곳이다. 노브메타파마·TCM생명과학·듀켐바이오 3사는 코넥스(KONEX) 시장에 상장돼 있으며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 중 마크로젠의 미국 자회사인 소마젠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9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소마젠은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전문기업으로 외국 법인으로선 첫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영향과 관계없이 상장 절차를 진행할 예정으로 상반기 내 시장 입성이 예상된다.


그러나 SCM생명과학·압타머사이언스·노브메타파마·TCM생명과학·듀켐바이오 등 5곳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서류 보완을 이유로 심사를 자진 중단한 듀켐바이오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은 철회 사유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불안을 기재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이 예정대로 IPO를 상반기 중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카이노스메드도 일정 연기나 철회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IPO 철회를 선언한 곳은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인 TCM생명과학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월 7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을 감안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19일 코넥스 시장에서 종가가 9000원이었으나 같은달 26일 미국이 한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해달라는 입장을 발표한 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31일 종가는 66% 상승한 1만4950원을 기록한 뒤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SCM생명과학은 지난 2일 코스닥 시장에 IPO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6월 말로 늦췄다. 코로나19로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예상했던 공모가 밑돌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IPO를 철회했다. 이 회사는 제넥신과 미국 바이오벤처인 코이뮨(CoImmune)을 공동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당초 회사 측은 모집가액을 주당 1만55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책정하고 총 180만주를 공모해 최소 279억~324억원의 자금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그 중 연구개발비로 141억원, 운영자금에 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IPO 일정이 지연되면서 언제 재개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SCM생명과학 관계자는 “IPO 일정이 지연되고 있지만 현금 자산을 2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어 자금운영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기업들은 주가 관리 전략을 세울 틈도 없이 폭락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공모가 6만원에서 시작해 지난달 19일 장중 2만4500원까지 떨어졌다가 7일 종가 3만8250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36.25%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바이오업계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라며 “상장에 성공해도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신생 바이오기업은 대부분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경우가 많고 임상시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나 보유한 기술을 기반으로 IPO를 추진한다. 이에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해야 한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로선 ‘성장성 추천’ 방식의 특례상장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6개월 내 주가 실적이 부진하면 주관사가 환매청구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엔 바이오기업 중 유일하게 코스피 상장에 나서는 SK바이오팜은 계획대로 IPO를 진행할 방침이다. 당초 1분기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 대기 상태다. 지난해 12월 30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은 6개월 째인 오는 6월말 이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 수요예측, 공모 및 납입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지난 1분기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5월 중 절차를 진행하면 기한 내에 상장 절차를 마칠 수 있다.

미국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한 ‘135일 룰’(재무제표 작성 시점부터 135일 안에 일정 완료)에 따라 투자설명서(Offering Circular·OC)를 제출해야 한다. 이 설명서에 기재한 재무제표 결산일 기준으로 135일 안에 자본금 납입 및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데 1분기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6월말에 상장 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은 공모 규모만 1조원에 달하고 기업가치는 약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외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선 상장이 필수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뇌전증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성인 대상 부분발작에 사용되는 약물로 미국 마약단속국(DEA) 등록 절차를 마치면 2분기 중 미국 내 판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마크로젠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뒤 실효성 논란을 일으킨 이뮨메드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는 만큼 소마젠 상장 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SK바이오팜과 소마젠이 상장에 성공하면 시장의 투자심리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 IPO 일정을 미뤘던 기업들이 투자자로부터 주목받기 위해 앞다퉈 공모에 나설 전망이다.

SK증권 관계자는 “2분기 SK바이오팜과 소마젠이 상장을 강행하면서 일부 절차를 연기했던 기업들도 상장 일정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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