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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없는 답답한 코로나19 ‘혈장치료’가 열쇠될까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4-08 17:45:06
  • 수정 2020-07-31 09: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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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염병 최후 옵션, 당국‧제약업계 적용 및 개발에 속도 … 효과‧안전성 미검증 지적도

완치자의 혈장을 투여받은 신종코로나 중증환자 2명이 완치하자 보건당국과 제약회사가 혈장치료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증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으로 생명이 위험하던 환자 2명이 지난 1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완치자의 혈장을 투여 받은 후 완치해 화제다. 혈장치료가 신종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완치자의 혈장 속 항체로 치료, 마땅한 藥 없을 때 최후 옵션
 
혈장치료는 완치된 사람의 면역력을 활용한 감염질환 치료법이다. 감염질환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의 혈장에는 병원체에 노출되고 이와 싸워 회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항체가 존재한다. 완치자의 혈장을 병이 진행 중인 환자에게 투여해 혈장 속 항체가 병원체와 싸우게 만드는 원리다. 이미 동종 병원체를 경험한 항체는 항원을 쉽게 인식하거나 대량의 대항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혈장은 혈액 중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 빠진 액체 성분으로 누런빛을 띤다. 혈장은 영하 20도에서 보관하면 2년까지도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같은 혈액형의 혈장을 투여하는 게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혈액형 혈장도 투여할 수 있다.
 
혈장치료는 명확한 치료물질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특정 병원체로 인한 증상 완화 및 치료 기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딱히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신종 감염병에서 환자가 중증에 이른 경우 최후의 옵션으로 시행된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서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 등이 창궐할 때도 시도된 바 있다.
 
2015년 메르스가 기승을 부릴 때 공군 김모 원사(44)의 혈장을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와 119번 환자(평택시 경찰)에게 주입했다. 이후 두 환자는 메르스에서 완치했으나 혈장치료 후 투병 기간이 길어 혈장치료 효과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혈장으로 COVID-19를 치료한 사례가 보고됐으나 안전성과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그동안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이달 1일 한국도 신종 코로나에서 회복된 사람들에서 채취한 혈액 제제를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승인했다.
 
세브란스병원 3명 중 2명 완치, 클로로퀸과 칼레트라정 효과 없어서 사용
 
세브란스병원에서 완치된 환자는 이 곳 최준용 감염내과·김신영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이 혈장치료를 진행한 세명의 환자 중 둘이다. 71세 남성과 67세 여성 환자로 약 1주일 여만에 완치됐다. 이는 중국 외 첫 혈장치료 완치 사례로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JKMS)에 게재됐다. 폐암 말기였던 다른 44세 남성 환자는 7일 숨을 거뒀다.
 
완치된 71세 남성은 기저질환은 없으나 폐렴과 호흡곤란이 심각했다. 의료진은 20대 남성 완치자의 혈장 500mL를 12시간 간격으로 2회 투여했다.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했다. 혈장치료 이틀 후부터 상태가 나아졌고, 부작용 없이 완치됐다. 현재는 재활치료 중이며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
 
67세 여성은 고혈압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X-레이 촬영에서 폐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심각한 중증 폐렴 증상을 보였고,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같은 방식으로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이후 염증이 사라지고 림프구도 회복돼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말 퇴원했다.
 
두 사람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호흡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으며, 클로로퀸과 칼레트라정 모두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주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준용 교수는 “다른 치료도 병행했기 때문에 ‘회복기 혈장만으로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혈장치료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부족한 상황으로 중환자 치료 방법의 하나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체 확진자의 2~3% 미만의 최중증 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 환자에 대해 혈장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효과·안전성 검증 안 되고, 치료제 대량생산 어려워
 

혈장치료로 완치자가 나오자 당장 65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혈장치료법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효과가 입증된 혈장 치료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효과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완치 사례는 절박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다른 치료법과 함께 사용돼 독립변수가 통제되지 않았고, 따라서 효과 여부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의 효능을 검사하는 임상시험에서는 통제된 조건에서 위약(플라시보)과 섞어 시험물질의 효과를 비교 확인한다.
 
혈장치료를 담당한 최 교수도 “스테로이드 치료와 혈장요법이 함께 시행돼 완치 사례가 혈장요법 단독의 결과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타인의 혈장이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환자의 몸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자칫 완치자의 면역체계가 비 완치자의 면역체계를 교란 또는 과잉반응을 유도하거나, 완치자의 혈장 속에 잔류한 다른 병원체에 의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혈장에 다른 감염질환이 없는지 검사하고 완치자 1명의 혈장을 환자 1명에게만 사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타인의 혈장이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연구팀도 “혈장치료는 자칫 바이러스 감염을 악화시키거나, 폐손상을 더 유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일반 약과 달리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완치자의 자발적인 헌혈에 의존해야 혈장을 얻을 수 있다. 최 교수는 “병원에서 혈장 기증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코로나 완치자가 원할 때 혈장을 기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채승 고려대 구로병원 진단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6000명이 넘는 완치자가 혈장을 기부하도록 독려하고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이 나서서 이 혈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 패스트트랙 마련하고 혈장 확보 방안 논의 … 제약업계, 면역글로불린제제 개발 중
 

명확한 치료제가 없는 와중에 혈장치료로 완치자가 나오자 당국과 정치권, 제약업계의 반응이 뜨겁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임상위원회 회의에서 회복기 혈장치료 진행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할 기회가 있다”며 “검토 이후 회복기 혈장 확보, 치료 시행 가이드라인 마련, 소요되는 재정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치료제TF 팀장인 허윤정 의원은 앞서 7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실무 당정 협의를 진행해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의 빠른 도출을 위한 ‘패스트트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와 의료기관 등이 회복 후 환자 혈장 확보에 참여해 연구자의 혈장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 당국은 오는 9일 중앙임상위원회 정기회의에서 회복기 혈장치료 사례를 검토하고 혈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국내외 바이오파마가 중화항체 치료는 차원이 달라 … 면역과잉 억제하는 항체치료도 별개

의료기관과 대한적십자사가 주도하는 혈장 항체치료는 어떻게 보면 수혈치료에 가깝다. 반면 암젠, 릴리, 다케다제약, 그리폴스, 셀트리온, GC녹십자 등이 경쟁에 나선 항체 치료는 혈장 성분 중 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인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을 분리해 치료제로 만든다는 것이다. 

수 백 종의 항체 중 가장 강한 역가를 가진 항체를 선별해 이를 만드는 유전자를 도출하고 대장균 등에 해당 유전자를 심어 대장균 등으로 하여금 항체를 대량 생산토록 유도함으로써 이를 추출해 의약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혈장에서 항체를 분리하고, 그 중에서 가장 강한 항체를 선별하고, 그런 항체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유전자를 조사해서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여기엔 많은 시간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속도전’이라며 연구원들의 24시간 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GC녹십자의 경우 B형간염면역글로불린 ‘헤파빅’, 항파상풍면역글로불린 ‘하이퍼테트’ 등 다른 질환의 면역글로불린제제를 상용화한 바 있다.

혈장 항체 치료제와 헷갈리는 것으로는 코로나19 환자의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유발되는 폐 손상과 염증(일명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을 줄여주는 항체가 있다. 주로 자가면역질환치료제로서 스위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주’(Actemra) 성분명 토실리주맙, tocilizumab)가 대표적이다. 면역과잉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에 대항하므로 항체치료제로 흔히 부르는데 개념이 다르다. 

또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mRNA의 악영향을 siRNA로 상쇄하는 게 RNA간섭이다. 바이러스의 발병 유전자가 준동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우는 유전자를 심어놓는 게 siRNA 치료제의 핵심이다. 항체를 유도할 단백질(가상 항원)을 여럿 결합해 일종의 백신 효과를 발휘하는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도 있다.

화학물질 또는 소분자물질로 바이러스의 활동을 저지하고 독성을 끼치는 게 항바이러스제다. 이 중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대표적인 게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 고전적인 항말라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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