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란’·‘벨빅’ 시장 퇴출에 300억원 매출 증발 … 글로벌신약 연구협력·코프로모션 등 노력 지속
일동제약 매출 제외하면 전년 대비 14% 감소 … 일동제약도 창사 이래 첫 적자 기록
일동제약을 포함한 일동홀딩스 관계사 대부분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470억원 대비 621% 성장한 2922억원을 달성했으나 영업손실은 67억원에서 355% 늘어난 238억원, 당기 순손실은 4% 늘어난 400억원을 기록해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7월 1일부로 일동제약이 연결 대상 회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이 작년 하반기에 올린 매출 2515억원을 제외하면 일동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407억원으로 2018년 대비 14% 감소한 셈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총 매출 5174억6768만원을 기록해 전년 5039억원 대비 2.7% 늘었다.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의 지분을 기존 25.6%에서 지난해 40.6%까지 끌어올렸다.
신약개발만 전담하는 아이디언스, 신약개발 컨설팅기업인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등 2개사도 연결 대상 회사에 포함됐으나 연구 위주의 사업구조상 매출액이 없어 재무제표 상에는 손실만 나오는 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아이디언스를 신설하고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합병(M&A)했다.
관계사 9곳 중 루텍, 일동바이오사이언스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루텍은 RFID태그 및 2D바코드 시스템 구축·유지보수 등 사업을 하고 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건강기능식품 중 프로바이오틱스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동홀딩스로선 본업인 제약 관련 사업이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동바이오사이언스 147억1300만원, 소프트웨어개발사 루텍 94억4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밖에 의료기기·건강식품 전문기업 일동생활건강이 48억8200만원, 미용·성형 의료기기 전문 일동에스테틱스 40억2500만원, 광고대행사 유니기획 34억5850만원, 히알루론산 및 필러 전문기업 일동히알테크 25억1380만원 등의 매출을 기록했다.
일동홀딩스의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2018년 326억원에서 지난해 73억원으로 8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6월 일동제약은 신약개발 임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셀리버리에 투자했던 20억원의 지분을 88억원에 팔아 68억원의 차익을 남기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적자 증가에 추가 연구개발(R&D) 비용 마련을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은 코스닥 상장사인 셀리버리와 파킨슨병 치료제, 약리물질생체내전송기술(Therapeuticmolecule Systemic Delivery Technology, TSDT)을 활용한 희귀질환 리소좀축적병(LSD)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일동이 유동자금 확보를 위해 셀리버리 지분을 전량 매각해 차익을 챙겼으나 이후에도 주가 상승이 지속돼 향후 성장 포인트를 하나 잃은 것으로 여겨진다.
‘큐란’·‘벨빅’ 퇴출에 빈자리 메우기 분주
일동제약은 지난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175억원,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보고서 발표 이전 잠정 공시한 매출액 5174억원, 영업이익 90억원에서 영업이익은 무려 100억원 이상 줄었다. 별도 기준 실적도 매출 5174억원, 영업이익 85억원에서 각각 5168억원, -19억원으로 정정됐다.
이같은 수익성 하락은 일동제약이 판매하는 에자이의 비만치료제 ‘벨빅정’ 판매금지에 따른 회수 비용을 작년 회계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결정에 따라 발암 위험성이 제기된 로카세린 성분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판매 중지 및 회수·폐기 계획을 밝혔고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 등 2종이 처분 대상이 됐다.
벨빅은 비만 환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CAMELLIA-TIMI 61 임상에서 암 발병 위험 증가 소견이 관찰돼 에자이가 FDA에 허가 철회를 요청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벨빅 2종은 2018년 98억원, 지난해 85억원 등 9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벨빅 판매 중단은 올해 결정됐지만 감사보고서 제출 전에 발생한 중요사항은 전년도 회계에 반영한다는 원칙에 따라 잠정 실적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엔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 ‘큐란정’에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져 악재가 겹쳤다. 이 품목은 2018년 기준 국내에서 동일 성분 단일제 중 가장 많은 2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니티틴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우려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초과 검출됐다는 이유로 관련 품목의 판매를 모두 금지했다.
라니티딘 제네릭을 생산하던 국내 제약사는 판매 재개에 대비해 지난달 31일까지였던 주요 품목의 허가를 갱신해 2025년까지 연장했지만 미 FDA는 지난 1일(현지시각) 사노피(Sanofi)의 위장약 ‘잔탁’(Zantac)의 판매 중단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퇴출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큐란의 부활을 꿈꾸던 일동제약의 기대는 단숨에 날아갔다.
큐란정 220억원, 벨빅정 90억원 등 두 품목의 시장 퇴출·판매 금지로만 300억원이 넘는 매출이 단번에 증발되자 일동은 손실을 신속히 메우기 위해 대체 의약품을 발굴하고 다른 제약사와 코프로모션(공동판매)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10월 동아에스티의 위산분비억제제 ‘가스터정(성분명 파모티딘)’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두 회사는 이미 동아에스티의 기능성소화불량 천연물의약품 ‘모티리톤’(현호색·견우자 50%, 에탄올연조엑스 30mg)도 함께 팔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일반의약품(OTC) 공동판매 계약도 체결했다. 기존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동화약품이 판매 중인 제품 9종을 일동 측이 중간에 들여오면서 연 매출 460억원에 달하는 수익원을 새롭게 확보해 큐란·벨빅 퇴출로 발생한 매출 공백을 커버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계약한 마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GSK 계약이 갑작스럽게 종료돼 외형적 매출이 감소하는 효과는 있었다”면서도 “외국계 제약사가 공급하는 제품의 마진이 높지 않아 손을 뗀 뒤 오히려 홀가분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신약개발 추진으로 위기 극복할까?
일동제약의 단일 품목별 매출 순위를 보면 일동제약의 간판 제품인 활성비타민 ‘아로나민골드’ 등 시리즈는 669억2800만원의 수익을 올려 총 매출의 12.95%를 차지했다. 2018년 780억원(15.51%)에 비하면 감소했다. 최근 경쟁사가 고함량 비타민B 제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다 가격 대비 성분함량이 떨어진다는 모 약사 유튜브 방송 등에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용, 연령별 특화 제품으로 라인업을 다각화해 매출을 회복할 방침이다.
그 뒤를 이어 항생제 ‘후루마린주사’ 253억6800만원(4.91%), 폐섬유증치료제 ‘피레스파정’ 244억8000만원(4.74%),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정’ 222억5300만원(4.31%), 당뇨병용제 ‘콤비글라이즈서방정’ 145억4500만원(2.81%), 고함량비타민B제 ‘엑세라민정’ 138억9200만원(2.69%), 위궤양치료제 ‘라비에트정’ 121억300만원(2.34%), 혈압강하제 ‘투탑스정’ 96억3700만원(1.86%), 동맥경화용제 ‘리피스톱정’ 59억원(1.14%) 순으로 단일 제품 판매가 이뤄졌다. 이밖에 기타 품목이 3217억1100만원(62.25%)을 차지한다. 일동제약은 항생제·위장약 위주 포트폴리오를 당뇨병·고지혈증·B형간염 등 만성질환 치료제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분야 파이프라인 보강이 예상된다.
일동제약은 매년 매출의 약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표적항암제 ‘IDX-1197’과 바이오의약품의 개량신약인 바이오베터 습성황반변성 치료제 IDB0062, 고형암 치료제 IDB0076, 녹내장 치료제 ID11901 등이 전임상 단계에 있다.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 추출물로 만든 알츠하이머 치료제 ID1201은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했다. 미국 TG테라퓨틱스로부터 아시아 판권을 사들인 바이오베터 ‘TG-1101’은 임상 3상을 마치고 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IDG-16177은 지난달 31일 독일 에보텍과 FDA 임상 1상 신청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출시된 종합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마이니(MyNi)’와 화장품 브랜드 ‘퍼스트랩(FIRSTLAB)’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퍼스트랩 프로바이오틱 마스크는 자체 개발한 특허 등록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IDCC 3201’ 유산균 발효물을 함유한 기능성 마스크 제품으로 식약처로부터 피부 미백과 주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이중 기능성 화장품으로 허가받았다. 회사 측은 스킨케어를 담당하는 화장품에서 나아가 탈모제, 여성청결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벨빅 및 큐란의 시장 퇴출과 아로나민골드 매출 하락 등 악재에도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 5000억원을 넘기는 데 성공한 일동제약이 신약개발 확대와 사업다각화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