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좌주간부질환(Left Main Disease) 환자의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 우회수술 예후를 10년간 장기 비교한 결과, 심뇌혈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및 사망률에서 두 치료군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침습으로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스텐트 치료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좌주간부는 좌측 심장관상동맥의 시작 부분에 위치한 혈관이다. 이곳에 병변이 생길 경우 심장근육에 광범위하게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혈관 부분으로 꼽혀 영어로 ‘레프트 메인(Left Main)’으로 불린다.
죄주간부에 병변이 생길 경우 환자의 가슴을 열어 수술을 할 것인지 또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힐 것인가에 대해 의학적 논쟁이 이어져 왔다.
박승정·박덕우·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2004~2009년에 한국의 13개 주요 대학병원에 등록된 좌주간부 질환자 1454명을 스크리닝한 후 무작위로 300명의 스텐트 시술군과 300명의 수술 치료군으로 나눠 시술과 수술의 결과를 장기간 비교했다.
이번 연구는 2011년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2011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했던 ‘좌주간부질환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 우회수술 비교’ 논문의 10년 장기추적연구다. 당시에는 2년간의 추적 결과를 분석했지만 이번에는 같은 환자군을 10년간 장기 추적해 예후를 관찰했다. 이는 환자의 예후를 가장 오랜 기간 관찰한 연구다.
연구 결과, 관상동맥질환중 가장 고위험군인 좌주간부질환에서 스텐트 치료를 잘 하면 10년이 지나도 과거 표준치료인 관상동맥 우회수술에 비해서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시술 및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뇌졸중 등 부작용 발생 비율은 각각 스텐트 시술군에서 18.2%, 수술 치료군에서 17.5%였다. 고령 등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비율은 스텐트 시술군에서 14.5%, 수술 치료군에서 13.8%로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치료군의 시술 당시 평균 나이는 62.3세, 76.5%는 남성, 추적기간은 평균 11.3년이었다. 관상동맥질환의 복합성을 파악해 스텐트 시술과 우회수술 판단을 돕게 하는 ‘신텍스 스코어’도 두 치료군의 분포도가 비슷해 연구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박덕우 교수는 “좌주간부질환 치료법과 예후에 대한 논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전세계 심장 전문의들의 가장 큰 이슈였다”며 “이번 연구로 스텐트 시술의 장기적인 효과를 다시 한 번 입증했으며, 환자가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개흉수술이 위험한 경우 스텐트 시술이 유일한 치료방법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연구의 의미를 평가했다.
1990년대 중반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박승정 교수는 “이번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좌주간부질환 스텐트 시술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학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최신 임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채택됐다. 박덕우 교수가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사태로 행사가 취소돼 지난 3월 30일 온라인 미국심장학회(Virtual ACC)에서 발표됐다. 동시에 심장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저널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I.F.=23.054)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