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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시험 실패 물질,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 … 이뮨메드, 식약처 ‘패싱’ 논란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3-26 19:11:41
  • 수정 2020-03-31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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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중 투여 어려워지자 식약처 제치고 해외서 개발 선언 … 전문가 “약효 근거 미약”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

이뮨메드(대표 김윤원)가 최근 자체 개발한 바이러스억제물질(virus suppressing factor, VSF) 기반 항체신약 ‘HzVSFv13’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환자에서 약효를 입증했다고 주장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과성을 검증하는 기초 단계인 세포실험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치료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21일과 3월 6일 서울대(각 1건), 3월 18일 영남대(2건), 3월 20일과 24일 충남대(각 1건)가 신청한 HzVSFv13 관련 총 6건의 ‘임상시험용 치료목적 사용 승인’(약칭 치료목적 승인)을 내줬다. 

임상시험용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2002년부터 시행돼 전임상 동물실험으로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인한 약물 중 임상 승인을 받았지만 개발이 끝나지 않은 의약품을 위급한 환자에게 투약하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현재는 크게 환자 1명을 대상으로 주치의가 투여하는 ‘개인별 환자 대상’과 제약사가 주도하는 ‘2명 이상의 환자 대상’으로 나뉜다. 

개인별 환자 대상 투여 시험은 이미 이뤄졌으나 이뮨메드 측은 2명 이상 환자 대상을 추가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인 이상 환자 대상 투여가 이뤄지려면 임상적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뮨메드 측은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뮨메드 측은 식약처에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승인 신청에 필요한 절차를 생략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측은 안전성을 이유로 보완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이뮨메드가 앞서 허가받은 6건의 개인별 환자 대상 투여는 주치의가 환자 생명에 치명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1대1로 투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됐지만, 2인 이상 환자 대상 투여는 승인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개인별 환자 투여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28조(임상시험용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신청 등) 3항에 의거해 △전문의의 전문적 지식·경험 증명 △의학적 소견에 대한 요약 자료 △진단서 △임상시험용의약품 사용목적·예상 위험및 불편·자발적 선택 동의 등이 포함된 환자 동의서 △임상시험용의약품에 대한 제공자 의향서 등을 제출하면 된다. 제공자(제약사)는 약품 제공에만 동의하면 돼 임상적 검증 등이 필요없고 오직 전문의의 소견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이뮨메드가 나중에 신청한 2명 이상의 환자 대상 투여는 제공자 주도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허가 받으려면 △임상시험용의약품 사용목적·사유 △안전성·유효성 관련 자료 수집방법 △환자 선정기준 △최신 임상시험자 자료집 또는 이에 상응하는 안전성·유효성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주치의 주도 방식에 비해 임상적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뮨메드 측은 지난달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에서 20대, 80대 중증 신종 코로나 환자에 HzVSFv13를 각각 2회, 3회 투여해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HzVSFv13를 맞은 뒤 체내 바이러스 활동 억제효과가 나타나 치료 효과를 본 만큼 정식 치료제로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들 환자에게 HzVSFv13를 단독투여한 게 아니라 램데시비르와 병용투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두 약물을 동시에 투여했기 때문에 VSF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로 환자가 완치됐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식약처가 코로나19에 대한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허가한 약물은 HzVSFv13가 유일하다. 이뮨메드 측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몸살 증상 등이 인체의 자연 치유를 돕는 VSF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는 “쥐에서 VSF를 처음 발견했고 인체에서도 발견해 HzVSFv13로 명명했다”며 “기존 HzVSFv13 용량을 1000배 늘려 중증 환자에게 투여하면 코로나19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수차례 확인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HzVSFv13는 원래 B형간염·인플루엔자 등을 적응증으로 임상 1상을 마친 물질로 2상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에선 세포 내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를 보는 시험관 내 실험(in vitro)에서조차 유효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2인 이상의 환자 대상 투여로는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HzVSFv13가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특정 세포 내에서가 아니라 체내에서 세포 간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2개국 지도자와 유럽 보건의료 총책임자가 HzVSFv13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쓰고 싶다고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 국내에선 개별 투여만 진행하고 해외에서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임상적으로 유효한 최소한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외국에 나가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라며 “시험관 내 시험을 통과해도 생체내 실험(in vivo)과 독성시험 등을 거쳐야 하는데 첫 단계부터 실패한 치료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안전성을 무시할 수는 없어 보완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뮨메드가 신청한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정식 임상시험과는 천양지차다. 임상시험은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약동·약력·약리학 및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반응 확인을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제출서류, 소요기간, 비용, 임상적 의의 등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약효 입증을 위한 임상단계별 데이터가 명확히 나오는 만큼 환자 모집이나 진행 요건도 까다롭다.

전세계에서 치료제 확보가 시급하지만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의 잇딴 치료후보물질 개발 소식을 기사화해 ‘기업가치 띄우기’ 전략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이뮨메드가 임상시험이 아닌 개별 임상시험용 치료목적 사용승인 6건이 뉴스로 퍼지면서 이뮨메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대상홀딩스, 마크로젠, SV인베스트먼트 등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비상장사인 이뮨메드는 2018년 감사보고서 기준 매출 3억, 영업손실 52억원, 당기순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일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상장사를 중심으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공시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식 허가가 결정되기 전에는 임상시험 관련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계획(IND)승인 현황(2020년 3월 26일 기준)
국내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3월 26일 기준 5건이 허가됐다. 3건이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길리어드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렘데시비르(Remdesivir) 관련 3상 임상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의뢰한 임상들로 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 295명 치료에 렘데시비르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일엔 서울아산병원이 신청한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코로나19 경증 환자 150명을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애브비 ‘칼레트라정’ 투여군, 비 투약군으로 나눠 무작위로 투여해 두 치료제의 효과를 비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개발에는 18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고 렘데시비르, 클로로퀸 등과 같이 효능·안전성이 비교적 나타나는 치료제도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20여곳에 이르지만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준비 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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