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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나몰라라" 방역의 구멍으로 떠오른 각국의 청년층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3-20 17:57:15
  • 수정 2020-03-23 18: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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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증상·경증으로 조용한 전파집단 가능성 … CDC, 영구적인 폐손상 가능성 경고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공공시설을 폐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했으나 미국 청년층은 지난 17일 플로리다 해변에서 봄방학을 맞아 정부 권고를 무시한 채 화끈한 시간을 보내 여론의 눈총을 샀다. 출처 : 픽사베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선언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바이러스와 마주한 세계 각국 정부들이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감염자는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역에 협조율이 낮은 청년층이 방역의 구멍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권고와 강제에도 술집 방문, 비밀파티 … WSJ, 방역의 적으로 지목
 
미국 유명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으로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을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외출·모임·집회 등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20~30대 청년층은 이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정부의 방역 노력이 허사가 되고 있다. WSJ는 “바이러스를 대하는 세대 간의 인식 차이로 방역 노력이 허사가 되고 고령의 기저질환자를 더 큰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의 지역감염이 확산되자 “10명 넘게 모이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 등 대도시의 술집은 여전히 영업 중에 있으며 고객 감소도 보고되지 않았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프린스턴대는 감염예방을 위해 원격수업 방침을 발표한 후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의 파티와 모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파티 참여자를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감염자가 많은 플로리다주에서는 학교와 술집, 극장 등의 문을 닫자 갈 곳 없어진 수많은 인파가 해변으로 나와 북적거렸다. 이 광경은 방송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4일 독일 정부가 모든 클럽과 술집에 휴업령을 내렸으나 바로 당일 수도 베를린에서만 63곳의 술집이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이는 그대로 무더기 감염으로 이어졌다. 베를린 보건당국은 다음날 42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자가격리를 강제한 이탈리아와 프랑스·스페인에서도 불법 영업을 이어가는 술집과 클럽, 집에 모여서 열리는 비밀파티가 성행해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6일 “상황의 위중함을 경고하는데도 많은 이들이 별 일 아니라는 듯 공원·시장·레스토랑에 모여 외출 자제 권고를 무시하는 것을 봤다”며 “연대와 책임감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앞서 11일 신종 코로나 관련 첫 기자회견에서 “청년들은 조부모를 생각해서라도 새로운 제한 조치에 따라달라”고 호소했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19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방학이 아니다”고 젊은층에게 일침을 가했다.
 
국내, 개학 미뤄지자 유흥업소와 PC방 이용 … 지역사회 ‘조용한’ 전파자 우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국내에서도 청년층의 협조는 낮은 편이다. 3월 중순이 되어 추가 확진자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임시 휴업했던 술집과 클럽들이 속속 다시 문을 열자 청년층이 모여들었다.
 
서울시 등은 클럽에 영업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20일 신종 코로나 정례 브리핑에서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시내 클럽과 콜라텍 154곳을 1차 점검한 결과 58곳은 현재 영업 중”이라며 “영업 중인 곳들의 이용객은 평소보다 80%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감염병 관리 전담 직원에게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2개월간 보존하게끔 하겠다는 대책을 밝혔으나, 이것만으로는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개학이 미뤄진 청소년도 방역의 사각지대로 분류된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학교 개학을 4월로 미뤘으나 청소년 대다수는 학원, 교습소, PC방, 독서실 등 다중이용시설로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이들 청년층이 지역사회의 조용한 전파집단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청년층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도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감염을 자각하지 못하고 타인과 접촉을 이어가면서 가정과 지역사회에 전파할 수 있다.
 
은병욱 서울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경미한 증상은 환자 본인보다 주변인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앞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독감의 경우에도 아동·청소년을 통해 가족이나 사회로 추가 전파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증상이 경미한 소아·청소년 연령층이 ‘증폭 집단’ 또는 ‘조용한 전파 집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층들이 부모나 조부모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20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체의 27.5%에 달한다. 연령대별로 비교했을 때 20대 확진자가 가장 많다.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를 비교해봐도 20대가 34.64명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많았다.
 
‘걸려도 나는 안 죽는다’
 인식 … CDC, 청년층도 영구적 폐손상 가능성 경고
 
청년층이 방역에 비협조적인 이유는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도 무증상 혹은 경증으로 지나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루츠 라이흐센링 베를린 클럽운영자협회 대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어차피 신종 코로나에 걸려도 죽지 않는다’는 정서가 퍼져 있어 정부의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SNS에서는 신종 코로나를 의미하는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 해시태그가 돌아다닌다. 부머는 베이비부머(56~74세)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를 말하며 신종 코로나는 이들을 제거(remove)하는 병으로 청소년에게 인식되고 있다. 부머에게나 해당하는 일일뿐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인식의 일부를 반영한다. 
 
그러나 지난 18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40대 청년층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C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신종 코로나 초기 확진자 244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44세에 해당하는 환자 7명 중 1명, 많게는 5명 중 1명은 입원치료가 필요했다. 이 중 2~4%는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비록 청년층 환자의 사망률은 낮았으나 폐나 다른 장기에 영구적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데비 벅스 미 백악관 신종 코로나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18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일부 젊은 층이 신종 코로나로 매우 위중한 상태에 처하고 집중치료실에서도 치료 중이라는 보고가 있다”며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자세는 가족과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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