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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의 두 번째 진앙지 이탈리아, 방역 실패의 원인은?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3-10 19:09:11
  • 수정 2020-03-11 13: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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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과 긴밀한 관계, 손발 안 맞는 정부, 감염원 추적 실패가 빚은 총체적 난국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9일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이동제한령을 발표했다. 전날 시행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마르케 등 4개 주 14개 지역 대한 이동제한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전 국민은 10일부터 업무·건강 등의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 이동할 수 없게 됐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을 그렇게라도 막겠다는 의도다.

첫 감염자 발생 17일 만에 한국 제치고 2위, 가장 높은 사망률

지난 9일 오후 6시 이탈리아 보건 당국이 발표한 누적 확진자 수는 9172명, 사망자는 463명으로 전일 대비 확진자 1797명, 사망자 97명이 증가했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확진자가 발생한 지 불과 17일 만에 한국을 추월,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낸 국가가 됐다.

3일 연속 1000명 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폭증도 문제지만, 더 위태로운 점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높은 사망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의 사망률은 3.46%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5.02%에 이른다. 0.7%에 머무는 국내 사망률과 대조적이다.

이탈리아 감염자 폭증은 보건 당국의 적극적인 검사 때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국가로 현재까지 검사한 인원은 5만명이 넘는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롬바르디아주 정부는 무증상 접촉자까지 추적해 공격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다른 국가보다 높은 사망률 역시 고령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망자 대다수는 63~95세 노령층에 몰려있다.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노령층 비율은 23%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감염원 오리무중에 손발 안 맞는 정부 당국, 초기방역 실패로 이어져

그러나 지금 이탈리아 상황이 방역 실패의 결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방역 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중국과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다. 이탈리아는 작년 3월 중국의 국제 경제 정책인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교류를 확대해 왔다. 섬유산업의 중심지인 북부 롬바르디아주에만 중국인 8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총 32만명의 중국인이 이탈리아 전역과 국내외를 오가며 경제활동에 종사 중이다. 지난 1월 말 첫 중국인 관광객 확진자가 나오자 이탈리아는 중국 직항 노선을 전면 중단시켰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평이다.

지역 감염의 시초인 0번 확진자 추적 실패도 뼈아프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21일 첫 지역 감염자로 파악되는 38세 남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0번 환자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감염 경로 추적과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역 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는 무서운 속도로 번져나갔다.

이 와중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 콘테 총리는 자신과 정치색이 다른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를 두고 과도한 진단검사로 확진자를 늘려 정권을 흔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폰타나 주지사 측은 집권 세력이 전염병 창궐의 정치적 책임을 덜기 위해 검사 기준에 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몰려드는 감염자에 의료 체계도 흔들거리는 상황이다. 밀라노 지역은 병실이 모자라 수술실과 회복실은 물론 병원 복도에까지 환자들이 누워있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공개됐다. 마시모 갈리 사코병원 감염병 전문의는 “롬바르디주에 있는 코로나19 환자 중 일부만이 음압병실에 입원한 상태”라며 “대부분의 환자가 음압병실에 있지 않아 다른 환자나 의료진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오 페젠티 롬바르디아주 위기대응팀장도 현지 인터뷰에서 “의료 체계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고백했다.

봉쇄가 유일한 방법이지만 실효성은 글쎄…

전문가들은 이번 이동봉쇄령이 초기 방역 실패로 들불처럼 번진 신종 코로나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고 평가했다. 박찬병 서울서북시립병원장은 “초기 대응 실패로 경증 환자들의 경우 역학조사만으로 감염 경로를 밝혀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확진자가 집중된 지역이나 도시를 봉쇄해 다른 지역으로 더 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콘테 총리는 이동봉쇄령을 발효하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해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는 표현으로 시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이에 따라 역마다 검문소가 세워지고, 영화관·극장·박물관 등 모든 문화·공공시설이 잠정 폐쇄됐으며,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를 비롯해 인파가 몰리는 스포츠 경기 및 행사도 전면 중단됐다. 음식점과 상점 등은 제한된 시간 동안 영업을 허용하되 고객 간 최소 1m 이상의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봉쇄령이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틀 전 북부지역 봉쇄 계획이 발효 전날 언론에 의해 새어나가면서 탈출하려는 시민들로 인해 이탈리아 전역이 아수라장이 됐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면회가 금지됐던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일어나 죄수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틀 만에 확대된 이번 이동봉쇄령이 성공을 거둬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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