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국내 감염자 증가세가 주말 동안 꺾이면서 조심스럽게 소강 상태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해외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와 사망자들이 늘고 있어 지구촌에 미칠 충격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10년 만에 판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비해 낮으며, 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 환자의 비중이 많다는 점을 들어 신종 코로나에 대해 사회가 과잉 반응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는지 역대 호흡기 감염질환인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H1N1) 등과 비교 분석해 본다.
전염력, 사스 > 신종플루 ≥ 신종 코로나 … 사스보다 높다는 주장도
감염자 수로만 보면 신종플루가 가장 많아 감염력이 가장 셀 것 같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재생산지수(RO)를 보면 사스가 2~5로 가장 높고, 신종플루는 1~3, 신종 코로나는 1.4~2.5, 메르스는 0.4~0.9이다. RO는 1명의 환자가 감염시키는 사람의 평균 수를 나타낸 것으로 높을수록 전파력이 강하다. 수치로만 보면 사스 > 신종 플루 ≥ 신종 코로나 순으로 전염력이 강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재생산 지수가 WHO의 추정치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사스보다 경증 환자의 비중이 높아서 방역망에 걸리지 않은 감염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신종 코로나의 재생산지수가 현재 추산된 것보다 높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감염 초기나 무증상 잠복기부터 전파할 수 있다는 점도 전염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감염을 인식하지 못하고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는 사이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발현 초기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가 이후 증상이 나빠진 후 다시 검사를 받아 양성으로 나온 사례도 있다. 때문에 신종 코로나는 발생 3개월 만에 100여 국가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전염력이 사스를 웃돌고 감염자 수는 신종플루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마크 시립치 하버드대 보건대 감염의학과 교수는 “독감의 과거 데이터와 수학 모델을 근거로 볼 때 올해 안에 세계 성인의 20~60%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사율, 메르스 > 사스> 신종 코로나 … 전염력과 결합하면 위험
치사율이 가장 높은 것은 메르스로 치사율이 41%에 달했다. 사스가 10%로 2위를 차지했다. 신종플루는 1%로 가장 낮았고, 3.46%인 신종 코로나는 3위다.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질환과 달리 신종 코로나는 치사율이 낮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치사율이 더욱 낮아서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는 기저질환자와 고령층에서 사망률이 매우 높은 특성을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요양소협회 측 관계자는 “80대 이상에서는 코로나19 치사율이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이탈리아의 경우 사망률이 5.04%로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50대 이상 감염자의 사망률이 6배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신종 코로나 대책위원장은 “노인은 면역반응이 활발하지 않아 증상이 빨리 안 나타나는데,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 가면 이미 폐렴이 진행돼 위중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염력이 높아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감염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의료서비스가 커버하지 못하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응급실이 마비돼 사망자 발생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의료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시스템을 넘어서 감염병 환자가 폭증하면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 의한 사망까지 크게 늘어나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과 치료제 없는 신종 코로나, 이르면 다음달 개발 완료
신종플루에는 로슈의 ‘타미플루캡슐’(Tamiflue 성분명 오셀타미비르, Oseltamivir),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리렌자로타디스크5밀리그램’(Relenza 성분명 자나미비어 Zanamivir) 등의 치료제가 있으나, 사스·메르스·신종 코로나는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증 환자에 한해서 HIV 치료제인 ‘칼레트라정’(Kaletra 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 혹은 하이트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가 사용된다. 국외에서는 리바비린, 인터페론, 렘데시비르, ‘아비간’(Avigan, 성분명 파비피라비르 favipiravir, T-705) 등이 치료제로서 언급되고 있다.
기존 약물 외에도 많은 업체에서 신종 코로나와 맞서기 위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는 셀트리온이 확진자 혈액을 공급받아 항체 검출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기업 코미팜은 신약후보물질 ‘파나픽스(Panaphix)’의 신종 코로나 폐렴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계획승인신청(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셀리버리도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 ‘iCP-NI’의 임상시험 진행을 위해 경희의료원 등 상급종합병원과 계약을 맺었다. 이뮨메드와 한국파스퇴르도 신약물질 개발 및 적용에 골몰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 백신개발 플랫폼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 회사는 개발 예정인 신종 바이러스 백신의 생산·공급·상업화 과정을 위해 국내외 유관기관들과 업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당초 WHO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까지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보다 빠르게 개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르면 오는 4월초에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유행 종식에 사스 9개월, 신종플루 14개월, 메르스 7개월, 신종 코로나는?
발생에서 종식에 이르는 기간을 살펴보면 메르스가 7개월로 가장 짧았다. 사스는 9개월, 신종플루는 14개월로 1년을 넘겼다. 감염자가 많고 감염 속도가 빠를수록 유행 기간이 길어지는 특성을 감안할 때 신종 코로나도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올 봄 안에 종료된다는 주장도 있다. 10일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 연구팀은 감염병 예측 모델인 ‘SEIR’ 방식을 통해 분석한 경과 올 5월 25일 유행이 끝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현재는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되는 시기로 사실상 확진자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변곡점은 2월 말로 이미 지난 상태”라며 “확진자 수 증가세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신·치료제나 예방수단이 없고, 무증상 전파 등이 많아 완벽한 종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4~5월이 된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힘이 약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내년까지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가 폭증한 2월 하순을 기준으로 기존 감염자들의 잠복기가 끝나는 3월 1~2주를 검역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으며, 감염자 수는 지난 6일 3월 들어 처음으로 200명대로 감소한 이후 100명대를 유지 중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력이 크고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높게 판단했다. 김우주 교수는 “신종 코로나를 감염자가 빠르게 퍼지고 그 중 경증이 많다는 이유로 신종플루와 비교하곤 하는데 신종플루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이 존재했던 질환”이라며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병을 안일하게 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지나친 공포도 안일함도 감염병 대응에는 독이므로 차분하고 침착하게 예방수칙을 지키고 일상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