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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등 정부 대책 효과성은? … 국민 “구입 더 어려워져”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3-06 17:17:03
  • 수정 2020-03-10 1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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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부터 주당 1인 2매 한정, 구입시 신분증 지참 필수 … 어린이·노약자 배려않고, 제조사 손해 감수 불가피
기획재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공평한 마스크 보급을 위한 3대 구매원칙'
정부가 마스크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5일 현장을 감안하지 않은 일괄적인 정책을 내놔 업계와 소비자 모두 혼란에 빠졌다. 1인당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치과용 마스크 위주의 제조업자는 낮은 단가와 많은 물량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에 생산을 포기했다. 

정부는 판매처별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로 일부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가격을 6일부터 1000원에서 약국과 농협하나로마트와 같은 15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 1인당 구매 가능한 마스크 수량을 신분 확인 시스템이 도입될 때까지 2매에서 1매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6일 판매 물량이 크게 줄었고 결국 우체국 수익만 챙겨줬다. 미성년자가 마스크를 구입하려면 주민등록등본을 떼가야 하고 대리수령 범위를 장애인으로 한정하는 등 구입 절차를 강화한 탓에 구매자들은 오히려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마스크 5부제 관련 대리수령 범위를 넓히라”며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대통령이 강조한 ‘정책 감수성’을 고려한 지시로 보인다. 

이번 정부 조치로 6일부터 전국 약국과 지정된 우체국·하나로마트에서 구입 가능한 공적 마스크는 1인당 기존 5매에서 2매로 제한된다. 여기에 한 사람이 여러 곳에서 사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마스크 5부제’도 오는 9일부터 시행된다. 전국 2만4000여개의 약국에선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도입돼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을 제시해야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마스크 5부제 도입으로 오는 9일부터는 출생연도에 따라 특정 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이면 월요일, ‘2, 7’ 화요일, ‘3, 8’ 수요일, ‘4, 9’ 목요일, ‘5, 0’ 금요일 등으로 나눠 시행한다. 예를 들면 1985년생은 금요일, 2001년생은 월요일에 구매가 가능한 식이다. 주중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면 주말인 토·일요일에 약국을 찾으면 되지만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중에 마스크를 구매하면 주말에는 마스크를 살 수 없으며, 다음 주로 이월되지 않는다.

6일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1920~2019년 출생자 중 출생연도 끝자리가 2·7년인 인구 수는 약 1061만명으로 다른 연도 요일에 해당하는 인원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 4·9로 끝나는 인구가 1043만명, 0·5는 1030만명, 3·8은 1025만명, 1·6은 1024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화요일과 목요일이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많은 만큼 더 혼잡할 가능성이 있다. 또 주중에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등은 주말에 기회를 노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몰려드는 사람들로 수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성년자는 여권, 주민등록등본, 학생증 등을 지참하거나 법정대리인과 함께 방문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 신분증으로 대리구매할 수 없다. 장애인의 경우엔 대리인이 장애인등록증을 지참하면 허용된다. 외국인은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모두 소지해야 한다.

우체국은 6일 읍면지역 1317개, 대구·청도지역 89개 등 1406개 지점에서 14만매를 판매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3~5일 동안 매일 70만매를 판매했던 것에 비하면 20%밖에 되지 않는다. 이날 약국에는 571만개, 농협하나로마트에는 19만개가 공급됐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보다 접근성이 좋은 약국 판매량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중복구매 확인시스템 구축에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이후에는 1인 2매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복구매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협과 협의해 번호표 배부시간을 오전 9시30분으로 맞추고 우체국은 오전 11시, 하나로마트는 오후 2시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를 체감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5부제를 시행해도 각 요일별 구매 대상 인구가 각 10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2장씩만 구입해도 산술적으로 2000만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1일 마스크 최대 생산량은 1000만장 수준으로 이 중 80%인 800만장을 공적 마스크 물량으로 빼도 1200만장이 모자란다.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1일 생산량을 1400만장으로 늘려도 공적 마스크 1120만장을 제외하면 여전히 880만장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뜩이나 부족한 마스크 대란 속에서 정부의 수급 대책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을 포기한 제조사가 나왔다. 국내 판매만을 고집하며 중국인의 수출 요구도 거부한 제조사 ‘이덴트’는 생산포기를 선언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 회사는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생산량 80%를 일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했다”며 “이덴트 마스크는 생산단가가 중국산과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에서는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해주겠다고 통보하고 일일 생산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량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스크를 생산해야 하는 의욕도 상실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회사 신선숙 대표는 코로나19(우한 폐렴) 발생 이후 하루 생산량을 1만장에서 1만4400장으로 늘리기 위해 직원을 충원하고 평일 2시간 연장근무, 토·일요일 추가 근무 등으로 수당을 지급해 왔지만 마스크 값은 코로나 사태 이전 가격에서 1원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스크 제조사의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제조사는 마스크 원자재인 멜트블로운(MB) 필터를 납품받는 대가로 마스크 완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마스크 제조사들은 국산·중국산 구분 없이 MB필터가 부족해 공장 가동이 멈추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자 이같은 조건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생산량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차출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추후에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라는 막무가내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무리한 수급대책으로 제조사 부담은 가중되고 국민들은 마스크를 사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마스크를 재활용하거나, 밀집 장소가 아니면 아예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정부 공식 발표는 화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는, 또는 건강하신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야 마스크가 필요한 분들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서울 구로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생산직으로 일해 평일 일찍부터 마스크를 사러 나갈 수 없을 뿐더러 온라인 쇼핑몰 등에선 아직도 비싼 가격에 올라와 부담이 크다”며 “정부는 오로지 분배에만 신경쓰고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직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도 않았고 확진자가 6000명이 넘었는데도 정부는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거나 필요없다는 식으로 공식 발표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집단생활을 하는 군 장병들도 마스크 부족 사태에서 예외는 아니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당초 매일 마스크 1인 1매 지급을 목표를 세웠지만 수급 상황 악화로 매달 1인당 30장에서 8장으로로 줄이기로 했다. 1주일에 2장으로 버텨야 하는 셈이다.

마스크 5부제 등 정부 대책이 다음주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마스크 원자재 수급이 불투명하고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여기에 의료기관, 취약시설 등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할 물량이 많아 일반 약국 등 현장에서 품귀 현상이 즉시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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