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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씌워도 비에 젖는 대구‧경북, 신종 코로나 ‘봉쇄와 완화’ 딜레마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3-04 19:34:10
  • 수정 2020-03-07 00: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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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중 대구‧경북 89.7%, 신천지 65% … 이들 전파력 떨어지는 3월 1~2주 방역의 고비
대구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10만명 당 164.4으로 10만명 당 113명인 중국 후베이성보다 높다.
지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국의 신천지교회 신도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9) 유증상 확인 전화검사가 98.7%(3일 오전0시 기준) 완료됐다고 발표하며 방역 중심을 신천지에서 대구지역 고위험군 시민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방역은 여전히 대구·경북 방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늘어나는 환자 수에 전문가들은 완화전략을 권고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이라는 특정 지역과 신천지라는 특정 세력에 감염자가 집중된 탓에 보건 당국은 봉쇄전략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 전수조사 끝나가도, 늘어가는 지역감염 … 봉쇄 우산에 구멍?

전국에서 5328명(4일 5시 기준)의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89.7%인 4780명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인구 대비 확진자 수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대구에서만 10만명 당 164.4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중국 후베이성 감염자가 10만명 당 113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환자 밀도가 훨씬 높다. 더욱이 대구 지역 첫 감염자(31번 환자)가 지난달 18일에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급증이다.

이토록 빠른 확산의 중심에는 신천지가 있다. 전국 확진자 중 신천지 관련 감염자는 65.6%, 대구 지역의 신천지 관련 감염자는 64.5%다. 신천지가 대구이고, 신천지가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는 양상이다. 이에 보건 당국과 각 지자체는 신천지 교회를 급습해 신자 명단을 압수하는 강수까지 둬가며 신천지 교인을 격리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신천지 봉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천지의 전수조사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신천지 외에도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출되지 않은 이른바 ‘인비저블 감염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를 봉쇄하는 우산을 씌웠음에도 비에 젖은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에 힘을 빼기보다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전면적인 완화전략으로 선회하자는 이야기다. 종교 특성상 전수조사 대상이 감염돼도 중증 발전 위험이 낮은 20~50대 연령층 신자 비중이 높다는 점도 완화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당국, 봉쇄책 여전히 유효 … 생활치료센터로 완화책 병용

하지만 정부로서는 신천지 교인의 전파 가능성이 진화되지 않은 이상 봉쇄전략을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봉쇄전략과 완화전략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아직은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전파 규모가 크지만 대구·경북 중심으로 신천지 집단에 의해 일어난 단일 전파이기 때문에 역학조사와 접촉자 격리 중심의 방역 봉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일 ‘코로나19 대응 7번째 개정 지침’이 발표됐다. 핵심은 확진자 증상을 4단계로 나누어 중증 환자는 신속하게 입원 치료하되, 경증 확진자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해 치료를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는 현재 1189명을 수용할 수 있는 6곳이 확보됐다. 다음 주 초까지 최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를 확충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전략을 펴면서도, 감염자를 격리해 추가 전파를 막겠다는 봉쇄전략을 나란히 가져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역 확진자를 모두 격리하기에는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용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격리에 시간이 걸리면 그 사이 지속적인 전파가 일어나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급박하면 대규모 간이병상을 마련해 쏟아지는 경증 환자를 수용해 소극적 격리와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북 경산시 경북학숙은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됐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입소가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증상 교인 및 현 감염자 전파력 떨어지는 3월 1~2주 고비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일 무증상 교인들에 대한 검사를 3월 8일까지만 진행하고, 이들의 자가격리도 같은 날 해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2월 16일 대구신천지교회 예배를 기준으로 잠복기 14일을 지나 3주차에 접어들어 더 이상의 감염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천지 교인을 대상으로 전화로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조사는 99% 완료됐다.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증상이 있는 신도들은 4066명으로 파악됐다. 유증상자의 진단검사는 50%까지 진행됐으며 양성률은 1.7%로 나타났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 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향후 최종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계속 분석해야 겠지만, 중간결과로 볼 때 대구·경북을 제외한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보건 당국은 신천지 교인들의 잠복기가 끝나고, 유증상 교인의 진단검사 결과가 드러나는 3월 첫째 주, 기존 환자의 격리기간이 끝나는 둘째 주를 신종 코로나 방역의 중요 고비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시기에 확산을 막아낼 수 있으면 신종 코로나 방역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여러 악재 속에서도 봉쇄전략과 완화전략 둘 다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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