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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하고, 합병하고 … 구조조정 나선 제약업계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3-04 16:57:25
  • 수정 2020-03-10 2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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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제약·콜마파마 사모펀드에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 … 녹십자엠에스, 혈액백 사업부 정리
국내 제약업계에 기업인수합병(M&A), 사모펀드 매각 등을 통한 기업구조 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 인수합병(M&A)과 사업 구조 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약가 인하와 경쟁 격화로 사업 여건이 나빠진 탓도 있지만 좌편향 경제정책과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우려해 미리 좋은 몸값을 받고, 불황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자는 속마음이 엿보인다. 

서울제약은 기업 매각에 대비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제약 창업주 황준수 명예회장의 장남인 황우성 회장과 특수관계인 8인이 보유한 지분 44.68%(379만1715주)를 벤처캐피탈(VC)인 큐캐피탈이 설정한 특수목적법인(SPC)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약 45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큐씨피 13호는 서울제약이 발행한 1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인수키로 해 거래 규모는 총 6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주식양수도계약 전 시가총액은 약 500억원으로, 큐캐피탈은 제약바이오 시장의 성장성 등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약 1000억원으로 평가했으나 황 회장 측이 손절매한 느낌의 거래를 했다.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한 뒤 연일 주가가 상승하며 4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789억원으로 치솟았다. 

서울제약은 코스닥상장사로 1976년 8월 황준수 서울제약 명예회장이 세운 의약품 제조·판매사인 서울신약공업사가 전신이다. 1985년 서울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아토르바스타틴 성분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르정’, 항진균제 ‘다이플루캡슐’, 비만치료제 ‘웰트민정’ 등이다. 여기에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불티움구강붕해필름’(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을 중국, 베트남,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아제르바이잔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경기 시흥시 시화공장을 70억원에 한미정밀화학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으나 2018년 기준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매출 520.4억원, 영업이익 39억원, 당기순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들어올 CB 자금을 기반으로 서울제약은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CJ헬스케어를 인수하기 전부터 제약사업을 담당해 온 자회사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 소유 지분 100%를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한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매각가는 약 7500억원이다.

한국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지분 27.79%, 콜마파마 지분 72.97%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2012년 제약사 비알엔사이언스를 인수해 사명을 콜마파마로 바꾸고 제약사업에 나섰다. 인수 당시 한국콜마 제약사업부 핵심인력을 콜마파마로 보내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 사업 분야는 비슷하다.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위탁생산(CMO)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왔으며 고형제, 연고크림제, 내외용액제 등 다양한 복제약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 결정은 2년 전 CJ헬스케어 인수 대금을 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사업, CJ헬스케어는 제약사업에 주력하는 구조로 개편된다.

한국콜마는 2018년 4월 1조3000억원에 CJ헬스케어 지분 50.7%를 인수하면서 9000억원을 외부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이에 순차입금이 기존 1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증가해 신용등급이 A0에서 A-로 떨어졌다. 한국콜마의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의 연 매출은 각각 2000억원에 근접해 총 4000억원 규모다. 이번 매각이 마무리되면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콜마의 계열사로 있던 CJ헬스케어 기업공개(IPO) 준비도 한창이다. 이미 에이치케이이노엔으로 법인명을 바꾸고 씨케이엠(CKM)을 합병했다. 씨제이그룹과의 계약에 따라 CJ헬스케어란 이름을 버리고 오는 4월부터 에이치케이이노엔을 공식 사명으로 쓸 예정이다. 씨케이엠은 에이치케이이노엔 인수를 위해 한국콜마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달 초 에이치케이이노엔은 무상증자를 실시해 주식 수를 늘리는 등 상장 준비에 분주하다. 에이치케이이노엔은 지난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952억원, 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7%, 59.11% 증가했다. 한국콜마 인수 이후 항궤양제 ‘케이캡정’ 등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녹십자엠에스는 ‘혈액백 제조’ 부문을 분리해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분리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혈액백은 헌혈자로부터 받은 혈액을 보관하는 용기다. 이 회사는 2018년 59억원, 2019년 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매각대상인 혈액백 사업은 매년 200억원이 넘는 이 회사의 대표적 캐시카우였지만 2016년 206억원, 2017년 211억원, 2018년 173억원, 2019년 126억원으로 계속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혈액 대체제품 출시, 무수혈 수술 증가, 헌혈 참여자 감소  등이 원인이다. 

게다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1년, 2013년, 2015년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혈액백 공동 구매 3건에서 태창산업과 수량을 녹십자엠에스70%, 태창산업 30%로 나누고 입찰가를 맞춘 게 적발되면서 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지난해 영업손실 44억원, 당기순손실16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적십자가 2022년 1월까지 입찰 자격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실적을 내기 어려워졌다. 2018년 기준 녹십자엠에스 혈액백 판매량의 77%가 적십자혈액원과 한마음혈액원에 공급되고 있다. 사실상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혈액백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단기간 매각은 어려울 전망이다.

녹십자엠에스 관계자는 “혈액백 사업부만 단순·물적분할한 뒤 분할신설회사 전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할 신설법인명은 녹십자혈액백으로 정해졌다. 녹십자혈액백의 실제 발행 주식 수는 10만주로 전부 녹십자엠에스에 배정돼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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