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극심하자 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같은 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개정, 발표하면서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발표된 지침은 지난달 12일에 나온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개정한 것이다. 핵심은 감염 의심자와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는 보건용 마스크 사용이 권고되며, 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은 면 마스크(정전기필터 교체 포함) 사용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보건용 마스크 중 KF94 이상은 신종 코로나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로 한정하며, KF80 이상은 △의료기관 방문하는 경우 △기침,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감염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 △건강취약계층, 기저질환자 등이 환기가 잘 안되는 공간에서 2미터 이내에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경우(예: 군중모임, 대중교통 등)에 착용이 권고된다. 건강취약계층은 노인·어린이·임산부, 만성질환자 등이며, 기저질환자(이미 병을 앓던 사람)는 만성 폐질환·당뇨병·만성신질환·만성간질환·만성심혈관질환·혈액암·항암치료 중인 암환자·면역억제제 복용 환자 등을 말한다.
식약처는 마스크 사용할 때 주의사항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에 손을 비누와 물로 씻거나 알코올 함유 손소독제로 닦을 것 △입과 코를 완전히 가리도록 마스크를 착용한 후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없는지 확인할 것 △마스크에 수건이나 휴지로 덧대지 말 것 △마스크를 착용하는 동안 마스크를 만지지 않되 만진 경우엔 손을 비누와 물로 씻을 것을 권장했다.
논란은 식약처가 이례적으로 마스크 재사용을 언급하며 몇가지 단서를 단 것. 우선 보건용 마스크는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이 가능하다. 환기가 잘되는 깨끗한 곳에 보관한다. 정전기 필터 성능이 떨어지므로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한 건조, 전자레인지 또는 알코올 소독, 세탁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전기필터 장착 면마스크를 재사용할 때엔 정전기필터가 떨어지지 않도록 장착에 주의하고, 최대한 면마스크 크기에 맞는 정전기필터를 사용하며, 면 마스크가 젖은 경우 새 정전기필터로 교체해야 한다. 정전기필터는 수분에 노출되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세탁하면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같은 지침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마스크 사용지침은 강화돼야 한다며, 별도의 권고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9일 면마스크 사용은 어떤 상황에도 권장하지 않고, 일회용 마스크는 재활용을 금지한다고 권고해 식약처 개정 지침과 정면 배치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일단 전문가로서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을 권고하기 어렵다”며 “보건용은 1회용으로 허가됐기 때문에 정부의 궁한 생각에서 나온 지침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경우라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보다는 몇 번 사용한 마스크라도 쓰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런 전제에서 “짧게 짧게 마스크를 쓰면 여러 번 쓸 수 있다”며 “길거리 등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밀폐된 공간에 들어갈 때 다시 쓰는 식으로 나눠서 착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병률 차의과학대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병원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데서 썼던 마스크는 일단 오염됐다고 전제하고 버리는 게 좋다”며 “오전 출근길에 마스크를 쓰고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라면 마스크 재사용이 괜찮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다수 시민들은 “방역을 위해 마스크가 꼭 필요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마스크 구하기 어려워 원성이 자자해지자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재사용을 권고하고 있다”며 “당장 필요한 몇 장의 마스크라도 공급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