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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급 마스크는 어디에? … 헛걸음 한 국민들 ‘허탈’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2-28 20:03:11
  • 수정 2020-03-02 17: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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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우체국·농협하나로마트·약국 등 마스크 입고조차 안돼 … 3월 첫 주 일부 공급 전망
28일 경기 과천시의 한 약국에 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여러 개 붙어 있다.

“도대체 마스크는 어디 있어요?” 서울시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약국을 찾은 최모 씨(35)는 지난 27일부터 정부가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약국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80, KF94 마스크가 아니더라도 평소 개당 1000원 선에 구입할 수 있었던 일반 보건용 마스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정부가 가격을 낮추고 물량도 확보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더니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불평했다.

정부는 지난 27일 오후부터 약국·우체국·농협(하나로 마트 포함)에서 제조업자로부터 생산량의 10%를 공급받아 전국 마스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일 공급 물량 350만개가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된데다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모자라 수도권에선 마스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농협하나로마트는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 1900곳에서만 판매에 들어갔고, 우체국은 지방 읍면지역 1400곳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결국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마치 당장 마스크가 공급될 것처럼 홍보해 대중들이 혼란을 겪었다.

이에 우체국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우체국 직원들은 마스크가 없어 판매가 안 된다는 사실을 일일이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서울 용산우체국 관계자는 “3월 이후나 돼야 마스크가 들어온다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정부 발표와는 달리 현장에 언제 물량이 들어올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가격은 개당 1000원선이다.

지방 우체국에서 판매 수량은 1인당 5개로 제한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마스크를 여러 곳에서 사들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공급 수량이 한정돼 한 사람이 독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마진 없이 마스크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업체마다 공급가격이 달라, 일괄적으로 가격이 얼마다라고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숙대입구역, 남영역, 원효로 근처 약국에서도 오전부터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을 돌려보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원효로1가에 있는 한 약국에는 소아용 마스크 몇 개를 제외하곤 추가로 공급받은 마스크조차 없었다. 이 약국 이 모 약사는 “오전 시간 방문자 수가 평소의 두 배 이상 되는 것 같다”며 “전화 문의까지 쇄도해 조제업무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하는 시점에 이미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도매업체에 문의했더니 공장에서 넘어오는 물량을 확보하려면 다음달 2일이나 돼야 한다고 했다”며 “배송기간을 고려하면 다음 주 중반은 넘어야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성급하게 발표만 해놓는 바람에 손님과 약국 모두 헛고생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기 과천시의 한 약국 앞에는 ‘마스크 없습니다, 입고일 미지정’ 안내문이 전날 한 장에서 다음 날 세장으로 늘었다. 안내문을 붙여놨어도 문의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자 ‘없음’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아침 출근 길에 약국문을 두드리려다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정부 지원 마스크 공급을 담당하는 의약품 도매업체 지오영은 지난 27일 “마스크를 우선 대구·경북지역으로 보내고, 수도권 약국에는 3월초에 마스크를 공급한다”며 “어제 잘못된 공지를 했다”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약사에게 해명했다.

향후 전국 약국에는 정부가 배정한 물량인 240만장이 공급될 예정이다. 전국 약국 수는 약 2만4000곳으로 1곳당 100장 꼴로 판매되는 것으로 계산하면 1인당 5장씩 판매해도 20명밖에 사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정부 조치와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실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시기는 다음 주도 버겁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6일 생산분부터 공적 마스크 조치가 적용됐고 유통 현장에 물량이 배포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마스크 공급 물량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국민이 체감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개를 숙였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만연한 현장을 뒤늦게 확인한 정 총리는 “정부가 공적 유통망을 통한 마스크 공급을 발표했지만 약속한 시간과 물량을 지키지 못했다”며 “다음주 중에는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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