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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치료까지 넘보는 ‘혈액제제’ A to Z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20-02-28 14:53:35
  • 수정 2020-03-04 19: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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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장에서 추출한 면역글로불린·알부민·혈액응고인자 … 간질환·면역질환·혈우병 등에 쓰여
GC녹십자 ‘녹십자알부민주’(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한국다케다제약 ‘릭수비스주’, SK플라즈마 ‘리브감마에스앤주’, 한국화이자제약 ‘베네픽스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에 걸린 중증 환자에 완치자의 혈장(血漿, plasma)을 투여하는 치료법이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중국 호흡기질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혈장(血漿) 치료 적용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 원사는 “혈장 공급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혈장치료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오래된 치료법”이라며 “광둥성의 중증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은 신종플루(H1N1),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치료에도 혈장치료를 적용한 바 있다.

중 원사의 언급대로 혈장치료법은 오랜 세월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완치된 환자의 피에서 유효성분을 분리해 수혈한다. 혈액 자체를 수혈하기도 하지만 특정 질환 치료를 특정 성분만 선별해 주입하면 부작용이나 불필요한 인체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이처럼 혈액의 특정 성분만으로 만들어진 제제를 혈액제제라고 한다.

혈액은 전해질과 영양분, 호르몬·항체 등 생명유지에 필요한 주요 단백질 성분을 포함한다.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할 물질도 없어 건강한 사람의 헌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헌혈자로부터 확보한 혈액은 직접 환자에게 수혈되거나 분리 및 정제 과정을 통해 의약품으로 만들어져 사용된다.

혈액은 크게 혈구와 혈장 두 개 요소로 나뉜다. 혈액의 45%를 차지하는 혈구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으로 구성된다. 혈구는 성분별 분리 과정을 거쳐 전혈 제제·적혈구 제제·혈소판 제제 등으로 구분된다. 전혈 제제는 대량 출혈이나 수술에, 적혈구 제제는 적혈구 부족 또는 기능 저하로 인한 각종 빈혈과 일산화탄소 중독 등에 쓰인다. 혈소판 제제는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등에 사용된다.

혈장은 혈액의 구성 성분 중 55%를 차지하는 액체 성분으로 100여 가지 단백질이 함유돼 있다. 이들 단백질은 삼투압 유지, 면역, 지혈 작용 등을 한다. 이 단백질에서 필요로 하는 성분만을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분리·정제한 의약품을 혈장분획제제라고 한다. 수혈용으로 쓰고 남은 혈장은 알부민(albumin)·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혈액응고인자(Blood clotting factors) 등으로 제조된다. 혈액은 붉은색이지만 혈장 자체는 옅은 노란색을 띠는 액체다. 의학적으로 매우 유용해 화상, 충격, 외상 등에 투여하면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헌혈을 통해 혈액이 모아지면 대한적십자사 혈장분획센터는 이를 혈장과 혈구로 분리한다. 혈장은 제약회사에서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혈액응고인자로 분획공정을 거친다. 이후 필터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완제품이 나오면 식품의약안전처 허가를 받아 치료제로 사용된다.

면역글로불린, 원발성면역결핍증·와사키병증·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에 사용

면역글로불린은 인체에 들어온 바이러스, 세균 등 항원물질에 대항하는 항체로 작용한다. 인체의 B세포에서 생산되며 병원체나 외부 항원을 인식해 파괴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은 혈장으로부터 감마글로불린 성분을 분리 농축해 제조된다. 특정 질환에 대한 수동면역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 환자에 투여해 면역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항생제와 함께 중중 감염증에 사용하기도 한다.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은 초기에 선천성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사용됐으며 이후 신경질환·혈액질환·감염성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 200가지가 넘는 질환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원발성면역결핍증·만성염증성탈수초성다발성신경증·특발성저혈소판자색반병·다초첨성운동신경병증·가와사키병증·만성림프구성백혈병·골수이식 후 등에 면역글로불린 투여를 허가하고 있다. 이밖에 저감마글로불린혈증·무감마글로불린혈증에도 쓰인다.

면역글로블린 투여 시 구역·구토·두통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혈장을 이용해 만드는 제품 특성 상 혈전 위험이 있으며 이는 정맥주사, 근육주사 등 투여경로에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고령자 등 혈전증 발생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의 경우 최소농도를 최저주입속도로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SK플라즈마 ‘리브감마에스앤주’(성분명 사람면역글로불린-지), GC녹십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사람면역글로불린-지) 등이 대표적이다.

혈액 삼투압 조절하는 알부민, 간질환 및 부종치료에 효과

알부민은 인간 혈청에서 처음으로 추출된 단백질이다. 알부민은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성분으로 혈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삼투압을 유지해 혈관으로부터 액체가 유출되는 것을 막고 조직에 영양분을 제공하며 호르몬·비타민·칼슘 등 이온을 신체로 전달한다.

알부민은 혈액 삼투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체내에 들어온 독성물질을 중화시키고 운반시켜 몸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도 한다. 때문에 체내 알부민이 부족해지면 혈액 내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부종이 생기거나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알부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당한 군인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수술 또는 사고로 인한 출혈 시 혈액량 보충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패혈증·쇼크·치료적 혈장교환술·화상·신장투석 등에도 사용하고 있다. 간경화·간암·간염 등 간질환 환자의 부종치료에도 효과가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단백질 보충, 기력 회복 등에도 쓰이고 있다. GC녹십자 ‘녹십자알부민주’, SK플라즈마 ‘에스케이알부민주’ 등이 대표적이다.

혈우병 환자의 구세주 혈액응고인자 … 혈우병A엔 제8혈액응고인자 투여

혈액응고인자는 혈우병 환자를 위한 필수의약품이다. 혈우병은 유전자의 선천성·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여러 응고인자 중 하나가 결핍돼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환자는 평생 출혈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다. 혈우병은 결핍된 응고인자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제8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되면 혈우병A, 제9혈액응고인자가 결여되면 혈우병B로 불리며 이 둘은 X염색체 연관 질환이다. 2017년 기준 국내 혈우병 환자는 약 2400명으로 확인됐으며 혈우병A가 1700명으로 압도적다수를 차지하고 혈우병B는 400명으로 상대적으로 드물다. 혈액응고인자의 결핍 정도에 따라 경증·중증도·중증으로 나뉘며 중증도 이상인 경우 주기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공급받아야 한다.

김효철 내과의원 원장(아주대 명예교수)은 “혈우병은 출혈이 날 때 빠르게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큰 수술 전에는 응고인자 활성 수준을 지혈에 필요한 60~80%, 수술 후에는 40~60%로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혈우병은 주로 부족한 응고인자를 보충해 치료한다. 치료제로는 혈장에서 필요한 응고인자를 뽑아 만든 혈장유래제제와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재조합 제제가 있다. 이 중 혈장유래제제는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C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 등의 감염 우려가 있으며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미국·유럽에서 혈우병 환자의 HIV, HCV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감염 우려가 적은 유전자 재조합 제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혈우병A 치료는 제8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하는 방법밖에 없다. 영하 20도에서 냉동시킨 혈장을 0~4도에서 두었다가 냉융해시키면 침전물이 생긴다. 이 동결침전제제(cryoprecipitate)엔 다량의 피브리노겐(fibrinogen), 제8인자가 들어 있다. 여기로부터 제8인자를 정제하게 된다. 녹십자 ‘애드베이트주’(성분명 재조합혈액응고인자Ⅷ) 등이 있다.

B형 혈우병 환자는 결핍된 제9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해 치료하며 한국화이자제약 ‘베네픽스주’(성분명 혈액응고인자IX, 노나코그-알파), 한국다케다제약 ‘릭수비스주’(혈액응고인자IX, 노나코그-감마)가 대표적이다.

외과적 수술에서 출혈을 멈추기 위해 사용하는 지혈제에도 혈액 유래된 성분이 사용된다. 트롬빈, 피브리노겐 등이 들어 있다. 출혈 부위에 도포하는 액체 타입과 피부에 붙이는 형태의 패취 타입이 있다.

세계 최대 혈액제제 시장은 북미 … 국내 규모 4000억원, GC녹십자·SK플라즈마 양분

세계 혈액제제 시장은 2018년 기준 2억3000만 달러 규모였다. 연평균 6.8% 성장해 2025년에는 3억16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시장이 가장 크고 유럽과 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

세계 혈액제제 제조사는 3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과 운영 능력이 요구된다. 현재 선두를 이끄는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 박스터(BAXTER), 호주 씨에스엘베링(CSL Behring), 스페인 그리폴스(Grifols) 등이다. 이들 3개사는 주요 기술과 특허를 갖고 있으며 2017년 기준 시장점유율이 71.6%에 달한다. 국내 혈액제제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SK플라즈마와 GC녹십자 두 곳이 독과점 체계를 구축해 양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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