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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자 수 폭발, 막을 수 있는 길은 있나?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2-21 19:17:46
  • 수정 2020-02-24 18: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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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감염과 슈퍼전파자 조합에 감염자 급증 … 전문가들 방역체계를 전환 요구
서울 강남의 한 안과에서 공간멸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환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21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203명으로 전일 대비 100명이 늘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첫 사망자도 발생했다. 걷잡을 수 없는 신종 코로나,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국내 최초 사망자 발생 ... 중국·일본 다음으로 100명 넘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 203명 중 대구 신천지교회(신천지예수교회다대오지성전)가 진원지로 추정되는 대구·경북이 153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20명, 경기 14명, 인천 1명, 충북 1명, 충남 4명, 전북 2명, 광주 2명, 전남 1명, 경남 4명, 제주 1명 등이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4명의 의료진(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간호사)이 감염됐고 첫 사망자(청도 대남병원)도 나왔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일본 크루즈를 제외하면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중국 다음으로 많다.
 
처음부터 국내 감염자 수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내 감염 확진자의 수는 28명에 머물렀다. 초반 방역에 성공적이었다는 국내외 평가가 있었다. 지난 주말(15일~16일) 지역감염 의심환자 29번·30번 환자가 나타난 후 닷새 만에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기존 확진자 수의 6배에 달하는 감염자가 단기간에 발생했다.
 
급증의 배경에는 대구 신천지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이 있다.이 교회와 관련된 감염자는 144명에 이른다. 21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선 조사된 대구지역 신천지교회 교인 4475명 중 544명에게서 호흡기 증상이 관찰돼 향후 폭발적 증가가 우려된다. 

이달 초 신천지교회 이만희 교주 친형의 장례식이 치러졌다고 알려진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16명이 집단 감염됐다. 특이 이 병원 감염자 중에는 1명의 사망자와 4명의 의료진 감염자가 포함됐다.
 
에어로졸 전파와 수퍼전파자 결합이 낳은 집단감염
 
유독 대구 신천지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에서 이렇게 심각한 집단감염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어로졸 전파(공기전파)를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에어로졸 전파는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속에 포함되어 있다가 에어로졸 속 수분이 마를 때 호흡기로 흡입돼 감염을 일으키는 공기 전파를 뜻한다. 1㎛ 이하의 작은 크기로 쪼개진 바이러스 입자가 수분을 타고 떠돌며 훨씬 더 넓은 공간에서 오랜 기간 전파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침방울이 튀면서 전파되는 비말전파와 점막 세포에 바이러스가 접촉되어 전파되는 접촉전파로 감염되며, 발생 초기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졌으나 지난 1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신종 코로나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병원은 에어로졸 감염이 생기기 쉬운 대표적인 공간이다. 기관지내시경이나 네뷸라이저 등 의료처치 과정에서 인공적인 에어로졸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감염자의 비말이 섞여있을 경우 병원 내 공기전파가 일어난다.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90% 가까운 환자가 병원 내 공기전파를 통해 감염됐다.
 
교회처럼 밀폐되고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좁게 붙어 있는 것도 에어로졸 감염이 일어나기 쉽다. 박기수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기침을 하면 공기 중에 에어로졸이 생겨 같은 공간에 있는 여러 명의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퍼전파자의 존재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초반인 3~7일에 전파력이 가장 강하다. 감염자가 이 시기에 검진을 거부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과 섞여 있으면 수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해당 교회와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데에는 좁고 밀폐된 공간이라는 공간적인 조건과 전파력이 강한 시기에 여러 사람과 접촉한 수퍼전파자라는 시기적인 조건이 맞아떨어진 것”이라 분석했다.
 
정부와 WHO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
 

당국은 앞으로 확진자 발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아직은 통제 범위 안으로 판단하고 위기 경보를 ‘경계’로 유지했다. 다만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에 준하는 방역대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은 21일 오후 언론브리핑에서 “검토 결과 아직 지역사회 전파가 막 시작되는 초기 단계인데다 특정 집단 중심으로 전파되는 원인이 분명해 통제가 가능하다”며 “질병 중증도가 경증에 그치면서 3주 이내 완치가 돼 경계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방역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대신 심각 단계에 준하는 총력 대응을 위해 매주 1회 열리던 국무총리 주재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 3회로 늘리고, 행정안전부의 대책지원본부 본부장을 장관으로 격상해 지원을 강화하며, 모든 시도의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도록 지역 단위의 철저한 방역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을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했다. 올리버 모건 WHO 보건긴급정보 및 위험평가 국장은 20일 언론브리핑에서 “한국의 발병 사례가 몇몇 개별적인 집단(clusters)에서 유래했다”며 “숫자는 꽤 많아 보이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기존에 알려진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피해 최소화 위해 방역체계 전환 필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태를 보다 엄중하게 바라보고 기존 방역체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간담회를 갖고 “신종 코로나 1차 방역에 실패했다”며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상향 조절하고 중국 전역 입국제한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는 국면을 넓게 바라보고 피해 최소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과감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진료절차 시스템와 진료전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우한시의 예처럼 의료체계가 무너져 의료 기능이 마비되면 감염병 통제는 물론 2차적인 피해도 걷잡을 수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들과 기존 환자들이 섞이지 않도록 보건소와 지역의사회가 협조해서 거점 의료기관을 지정, 여기서 신종 코로나 환자들이 검역과 진료를 담당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구처럼 감염자 방문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이 여러 곳 폐쇄되면 의료 공백이 일어나 2차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진료에서 중등도 질환 치료까지 늘어나는 감염자들을 혼란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진료전달체계가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공포감이나 위기감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휘돼야 한다. 그는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것은 근거 없는 공포”라며 “막연한 공포감에 휘둘리지 말고 감염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감염 증상이 보이면 1339번에 신고해서 안내받는 등 원칙에 충실하게 대응하면 사회적 위기를 함께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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