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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독주하는 C형간염치료제 ‘마비렛’ … 시장점유율 80%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2-17 02:09:12
  • 수정 2020-02-17 16: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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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선두 길리어드 ‘하보니’·‘소발디’ 처방량 급락 … 넓은 적응증, 99.9% 완치율, 기존약 대비 4주빠른 치료기간 등 강점
한국애브비의 만성 C형간염 치료제 ‘마비렛정’

높은 완치율에 환자 수 및 시장 동반 감소세 … 국가검진항목에 넣어 잠재환자 발굴해야 지속성장 가능

바이러스직접작용제(Direct Acting Antivirus, DAA) 계열 만성 C형간염 치료제인 애브비의 ‘마비렛정’(성분명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Glecaprevir·Pibrentasvir)’이 지난해 국내 처방액 약 403억원을 달성하면서 2018년 대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점유율은 약 81%로 같은 기간 10%에서 수직상승했다. 

이같은 급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유전자형(1~6형, 3형 제외)에 상관없이 치료가 가능하고, 치료기간이 8주로 기존 치료제(12주) 대비 1개월 정도 짧아진 점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기존 약은 치료 가능한 유전자형이 제각각으로 적용이 제한적이었다.

학계에 따르면 국내 환자는 유전자형 1b형이 45~59%, 2a형이 26~51%으로 추정된다. 1a형은 약 3%로 드물지만 2015년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발생한 환자 총 96명 중 49명이 이 유형으로 진단받으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마비렛은 치료제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8주 치료 가능 범유전자형(1~6형) 만성 C형간염 치료제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돼 신속허가(Fast Track)를 받았다.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유럽연합(EU)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대상성 간경변증을 동반한 치료 경험이 없는 모든 유전자형(1~6형) 환자 치료기간을 8주로 단축하도록 허가 받았다. 

국내에선 2018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같은 해 6월 정당 6만5020원으로 보험급여를 적용받았다.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치료 경험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 동반 유전자형 1, 2, 4, 5, 6형 환자 치료기간을 8주로 단축하고 만 12세 이상 청소년을 치료대상으로 삼는 적응증 확대를 허가받아 올해 1월부터 급여 적용됐다. 국내서 유전자형 3형은 아직 허가를 획득하지 못해 향후 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1일 1회 3정을 경구 복용하는 마비렛은 글레카프레비르, 피브렌타스비르 등 두 가지 성분이 함유된 복합제로 C형간염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을 표적으로 바이러스 재생산을 억제한다.

만성 C형간염은 혈액 매개 바이러스 감염질환으로 한국인은 약 30만명이 감염돼 있고 이 중 최대 85%인 약 25만명이 아직 검진이나 치료를 받지 않은 감염환자로 추정된다. 혈액투석 환자의 C형간염 유병률은 15%로 일반인에 비해 19배나 높다.

이밖에 수혈, 문신·피어싱수술, 수직감염, 성행위, HIV환자군 등을 통해 감염된다. 일단 감염되면 장기간에 걸쳐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며 암 사망률 2위인 간암과 함께 간 이식의 주요 원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기존 C형간염 치료제인 한국MSD ‘제파티어정’(성분명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길리어드사이언스 ‘하보니정’(성분명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소발디정’(성분명 소포스부비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다클린자정’(다클라타스비르, Daclatasvir)·‘순베프라캡슐’(아수나프레비르,Asunaprevir), 애브비 ‘비키라정’(성분명 리토나비르·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엑스비라정’(성분명 다사부비르나트륨) 등은 마비렛의 급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비렛이 국내 허가를 받기 전인 2017년까지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하보니·소발디가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2017년 기준 하보니는 618억원, 소발디는 107원을 처방했다. 하지만 2년새 주도권을 잃은 두 제품은 지난해 각각 42억원, 22억원으로 매출액이 곤두박질쳤다.

길리어드는 하보니는 2018년 6월 7일부터 ‘성인 만성 C형간염 중 모든 유전자형 1형 환자’로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확대 적용받았고 약가를 정당 29만7620원에서 13만40원으로 56.3% 자진 인하했다. 같은 해 11월에 성인 유전자형 2형 및 청소년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은 데 이어 지난해 5월엔 성인의 2, 4, 5, 6형 및 만 12세 이상 청소년의 유전자형 1, 2, 4, 5, 6형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 적용됐다. 마비렛과 거의 대등한 바이러스 유전자형 적응증을 가졌고 하루 13만30원으로 마비렛의 19만5042원보다 싸지만 마비렛 대비 4주 더 긴 치료기간에 발목이 잡혔다. 치료율은 마비렛, 하보니 공히 1형에서 99.9%의 완치율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발디도 2018년 6월에 기존 24만4267원에서 12만6190원으로 48%가량 낮췄다. 소발디는 다른 약물과 병용해 성인의 유전자형 1, 2, 3, 4형 만성 C형간염 치료, 만12~18세 소아의 유전자형 2, 3형 만성 C형간염 치료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제품은 매출 감소폭을 줄이는 데엔 일정 정도 효과를 봤지만 더 이상 큰 반등은 보이지 않고 있다.

MSD 제파티어는 같은 기간 약 80억원이 처방됐으나 지난해 26억원으로 감소했다. 애브비의 다른 C형간염 치료제인 엑스비라·비키라는 마비렛이 급부상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사실상 처방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C형간염 치료제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다클린자정’·‘순베프라캡슐’은 2016년 약 368억원, 93억원을 기록했다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지난해엔 각각 3억원, 1억원으로 처방이 실적이 떨어졌다.
 
이같은 마비렛의 전성기에도 불구하고 전체 C형간염 치료제 시장규모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마비렛은 지난해 2분기에만 약 119억원으로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3분기 109억원, 4분기 92억원에 그쳐 감소세를 보였다. 다른 치료제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는 국내 C형간염 감염자의 검진율이 낮아 치료자 수가 줄어드는데다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서 효과가 100%에 가깝게 나타나 환자 수 집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국내 C형간염 유병률은 1.2%로 2017년에는 약 60만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산됐으나 그 사이 많은 환자가 완치돼 현재 30만명 선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는 진단되지 않은 채로 간질환이 진행되는 C형간염 환자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치료 환자는 20% 수준인 약 6만명 내외에 불과하다. 대한간학회는 국가검진사업에 C형간염 항체검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병률이 사업 시행 기준인 5%를 넘지 못해 정책 추진이 더디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C형간염 검진대상 가이드라인에서 기존 고위험군과 전국민검진시 유병률 기준을 2-5%로 정했다.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출생 코호트는 특정 연령대 인구집단 검진을 권고했다. 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선언했다.
 
김도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C형간염 환자 수는 40대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학계와 의료계는 40세가 넘었다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2회 정도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서서히 진행돼 60대 이후에 발견하면 간경화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의료계는 국가검진 연령을 낮춰 질환을 미리 발견하고 8~12주간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환자와 사회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와 관련 2016년 1년간 1차로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료계의 거듭된 국가건강검진 포함 요청으로 질병관리본부는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만 56세 건강검진자 약 85만명 중 올해와 내년 각각 3개월간 15만명씩 총 30만명에 대한 항체검사와 유전자검사를 무료로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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