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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임팩트, 막혔던 원격의료의 물꼬도 틀까?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2-14 23:54:23
  • 수정 2021-06-22 13: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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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국회 문턱 못 넘고 23년째 제자리걸음... AI. 5G, 빅데이터 갖추고도 ‘손발 묶인’ 신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우려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국내선 관련 법안이 2010년 이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자 사람들은 병원 방문부터 꺼려 했다. 지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 병원 감염으로 감염자가 ‘훅’ 늘어났던 공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반면 증상이 의심되는 이들은 검진을 받고 싶어도 부족한 대응 인력에 대기시간이 턱없이 길어져 전전긍긍이다.


병원도 의료진의 감염을 예방하며 밀려드는 의심환자들을 진료하느라 진땀을 빼가는 마찬가지다. 비대면으로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원격의료란 의료진이 대면 접촉 없이 전화나 영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하거나 로봇 등을 이용해 수술 및 처치하는 의료행위다.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오가는 수고를 줄이고, 의사는 시간 낭비 없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원격의료가 힘을 발휘하는 건 지금과 같은 전염성 질환이 기승을 부릴 때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진료 과정에서 접촉자를 줄여 병원을 오가는 진료과정 중에 생기는 교차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재난 시에도 유용하다.
 
원격의료를 코로나 최전선에서 내세운 중국, 규제 풀고 달려나가는 미국·일본

현재 원격의료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국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이다. 중국의 결제 애플리케이션 ‘알리페이’에서 제공하는 전문의 상담 서비스 ‘알리헬스(阿里健康)는 1일 2000여 명의 의사가 10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추가 확산을 막는 데도 원격의료가 적극 활용된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일 베이징 의료협회 주도로 ‘신종 코로나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만들어 도시 전체가 봉쇄된 후베이성 우환시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997년과 2015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상용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원격의료 업체인 텔라독(Teladoc)은 올해 들어 주가가 27% 뛰었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부터 화상전화로 원격진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연내에 환자가 집에서 처방약을 받을 수 있는 재택의료시스템을 완비하겠다는 방침이다.
 
2010년 이후 매번 국회 벽을 넘지 못하는 국내 원격의료 관련 법안
 
국내 의료계에서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원격’을 적용하고 있다. 명지병원(경기도 고양시)은 선별진료소에 로봇을 배치, ‘원격협진’을 실시하고 있다. 의료진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 간호사 등을 배치한 반쪽자리 ‘협진’이다. 2015년 메르스 때도 삼성서울병원과 강동경희병원이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했으나 기존 환자의 재진에 한정됐다.
 
일찌감치 원격의료를 허용한 미·중·일과 달리 국내 원격의료는 규제에 묶여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일부 도서 지역과 극지연구소 등 의료진 방문이 어려운 곳에 예외적으로 원격의료를 진행하고 있을 뿐, 본격적인 서비스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의사와 의사 간 원격의료 외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1998년 처음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도입됐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2010년 이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 상임위의 벽에 막히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원격의료가 허용된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도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전무하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고,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우리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세 번째 판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중동 지역의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도 사라지지 않고 계절병처럼 반복될 것이라 주장한다. 원격의료 도입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5G와 의료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 다 갖추고도 원격의료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향후 신종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격의료와 이에 활용할 의료 데이터 구축 등에 관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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