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장 1위 게르베, ‘리피오돌’ 약가 5배 인상 요구·공급중단 … 동국 ‘패티오돌주사’ 신속심사로 식약처 허가
약가 인상 문제로 공급 불안 사태를 겪었던 게르베코리아의 조영제 ‘리피오돌울트라액’(방사성 요오드 의약품)을 대체할 첫 국산 제네릭이 국내에 등장했다. 동국제약은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패티오돌주사’의 시판을 허가받았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의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시행 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하는 조영제다. 국내에서는 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약물로, 게르베가 2018년 약가를 5배 인상하지 않으면 ‘리피오돌’을 국내 시장에서 철수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실제 공급을 중단, 간암 환자 수술이 지연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결국 한국 정부와 게르베가 리피오돌 약가를 3.6배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제품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나, 게르베의 시장 독점이 계속돼 약가를 볼모로 언제든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에 국내 조영제 시장의 강자인 동국제약이 해결사를 자청하며 이번에 제네릭을 선보이게 됐다.
패티오돌주사는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 면제되는 신고 품목이어서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복용 후 혈관 내에서 약물이 퍼지는 속도나 농도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경구제 등과 달리 혈액에 직접 주입하는 주사제는 오리지널과 원료와 함량이 동일하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
식약처 관계자는 “주사제라도 특수 제형일 경우에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하지만 단순 진단용 의약품인 방사성 조영제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며 “신고 품목은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상당 부분 면제되므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품질 자료,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실사 등은 꼼꼼히 챙긴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식약처가 신속허가 제도를 적용하면서 패티오돌주사 허가 기간이 더욱 단축됐다. 식약처는 2018년 ‘리피오돌’ 제네릭을 개발하는 제약사에 원료의약품 등록 면제 신속허가 등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현재 동국제약은 패티오돌주사 관련 사안을 ‘대외비’로 분류해놓고 잇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원료 수급처. 2018년 중반 식약처가 조사한 결과 리피오돌 원료인 방사성 요오드를 생산하는 곳은 게르베와 그 자회사 단 두 곳뿐이었다. 이 때문에 동국제약 측이 제네릭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지, 외부에서 들여온다면 어느 회사인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차후 업계에 알려진 바로는 동국제약은 중국의 샹하이원더파마슈티컬(Shanghai Wonder Pharmaceutical)로부터 공급받았고 최근 식약처의 원료의약품집(DMF)에 해당 원료를 등록했다.
어쨌든 리피오돌 제네릭 출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고, 정부도 이에 적극 공감해 게르베 독점이 깨지길 바라는 만큼 동국은 빠른 보험급여 등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피오돌의 보험 약가(10mL 기준)는 2018년 8월 20일 게르베 측의 인상 요구로 5만2560원에서 19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를 기준으로 패티오돌주사의 보험상한가는 등재 후 최초 1년 동안은 오리지널의 59.5%인 11만3050원, 이후에는 53.55%인 10만1745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업계는 동국제약과 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을 거쳐 10만원 안팎에서 보험약가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게르베 측이 “원가 보전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기존 리피오돌 약가의 두 배 수준이다. 동국제약 입장에서는 적어도 ‘손해 보지 않는 장사’가 가능한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약은 조영제 시장의 강자로 기존 영업망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패티오돌주사가 유일한 제네릭인 만큼 기존 리피오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출이 크지는 않겠지만, 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리피오돌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