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가3·항산화물질·커큐민 등 … 암페타민·콜린알포세레이트·은행잎추출물·GABA 등 효과 입증 못해
ADHD치료제인 암페타민은 일반인이 복용해도 평소보다 집중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복용법을 지켜도 종종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높은 약이다.
고령화시대에 진입하면서 치매 예방과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점점 기억력이 감퇴하는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창 학업에 매진하는 자녀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머리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를 챙기는 부모도 많다.
동의보감에 총명탕이란 처방이 있듯이 예로부터 머리가 좋아지는 약은 꾸준한 관심사였다. 때문에 시중에는 뇌 기능 향상을 돕는다는 의약품·건강기능식품·천연식품 등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인간의 뇌를 인위적으로 뛰어나게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다. 현재까지 밝혀진 뇌 기능에 도움을 주는 약물과 식품에 대해 알아본다.
치매예방약 오메가3지방산, 인지기능 감퇴 늦춰
뇌 건강을 위한 영양보충제로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사람이 늘었다.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3지방산은 등푸른생선이나 들기름에 다량 함유된 지방으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없애주고 혈행을 개선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대표적인 오메가3의 일종인 DHA(도코사헥사에노인산)는 두뇌를 직접 이루는 물질로 뇌세포 간 원활한 연결을 돕고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오메가3는 ‘치매 예방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미국 사우스다코타대학(University of South Dakota) 연구팀이 여성건강 기억력 연구(Women’s Health Initiative Memory, WHIMS)에 참여한 1111명 여성을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혈중 오메가3 농도가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인지기능 감퇴가 약 2년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제임스 포탤러(James Pottala) 박사는 “오메가-3 지방산의 혈중수치가 높은 여성일수록 뇌의 총용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3년 영양학진보(Advances in Nutrition) 학술저널에 생선 또는 오메가3 섭취가 인지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논문들이 실렸다. 그 중 프랑스에서 진행된 연구(French PAQUID Study)에서는 매주 한 번 이상 생선을 섭취하는 1600명(68세 이상)을 관찰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35% 감소했다. 이밖에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Framingham Study)에서는 혈중 DHA 농도가 감소하면 인지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메가3는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되지 않아 식품으로 보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메가3을 하루에 500~2000mg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DHA는 청어·고등어·꽁치·정어리·연어·삼치 등 등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돼 있다. 채식주의자라면 동물성 오메가3 대신에 들기름을 섭취할 수도 있다.
신경 흥분 및 스트레스 조절하는 GABA, 쌀·현미 등 곡류로 섭취 가능
가바(GABA)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mma-Aminobutyric Acid)의 약자로 포유류의 뇌 속에만 존재한 특이한 아미노산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사람의 뇌와 채소·과일·쌀·현미 등의 곡류에 많이 들어 있다. 혈압저하 및 이뇨 효과 외에 뇌의 산소공급량을 증가시킴으로써 뇌 세포의 대사기능을 촉진시킨다. 신경세포의 과잉 작용을 억제해 불안, 스트레스 신호가 뇌에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뇌혈류 개선 및 뇌세포 대사 증진 기능도 있다.
수면 건강에도 효과적이다. 가바는 긴장·불안 상태에서 수면시간을 늘려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며 숙면을 통해 뇌 기능이 회복을 유도한다.
가바는 자연계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성분으로 음식물로 섭취가 가능하다. 그러나 함량이 적어 충분한 섭취가 어려운 편이다. 현미 100g에 들어 있는 가바함량은 4.7mg, 배추에는 0.09mg에 불과하다. 때문에 쌀겨(미강)나 보리에서 추출한 가바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보통 하루에 75mg~100mg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바를 인위적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가바는 정신을 안정하게 하는 대신 두뇌회전을 둔하고 멍하게 하는 측면도 있어 천연식품으로 섭취하는 것 외에 일부러 추가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암페타민, ADHD 치료제지만 집중력 향상약으로 둔갑
뇌 기능 향상을 위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각성제 복용이다. 약물 종류에 따라 투약 시 기억력 및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는 있지만 습관성 중독에 빠지기 쉽다. 부작용으로 환각이나 정신분열 등이 나타날 수 있어 효과보다 위험성이 높다는 의견이 보편적이다.
암페타민(Amphetamine, alpha-methylphenethylamine)이 대표적이다. 애더럴(Adderall)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아이돌 박봄이 2010년 국내에선 마약인 약을 밀반입했다가 2014년 뒤늦게 사실이 밝혀져 발칵 뒤집어졌다. 암페타민은 중추신경계 자극제로 노르에피네프린 및 도파민의 활성을 증가시킨다. 피로와 식욕을 낮추고 기민성을 증가시키는 페네틸아민 계열의 각성제 중 하나로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기면증 치료에 승인됐다.
실제로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이 복용할 경우 인지강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일반인이 복용해도 평소보다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경쟁이 심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도 제법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 중 하나인 식욕감퇴 기능 때문에 다이어트용으로 남용되기도 한다. 스포츠계에서는 도핑제로 사용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한 약이다. 암페타민은 복용법을 지켜도 종종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암페타민과 그 변종인 메스암페타민을 마약으로 지정해 국내에서는 의료용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아세틸-L-카르니틴(Acetyl-L-carnitine)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생성을 촉진시켜 신경세포의 신경전달기능을 개선하고 신경세포에 영양분 공급을 늘려 손상된 뇌신경 세포를 되살리는 효과가 있다. 신경세포막의 안정과 신경전도기능도 개선한다. 이에 따라 혈관성 및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유효하게 쓸 수 있다.
인지장애 개선제 콜린알포서레이트, 치매 치료 효과 논란은 진행 중
인지장애 개선제 효능으로 치매환자에게 대량 처방돼온 콜린알포세레이트((choline alfoscerate)라는 약이 있다. 이탈리아의 제약회사 이탈파마코(Italifamaco)가 1989년에 개발해 대웅제약이 2000년에 처음 국내에 들여왔다. 기억력 감퇴, 무기력 등 인지장애 개선제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쓰이도록 허가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뇌기능 개선제로 손상된 뇌세포에 직접 작용한다. 혈관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해 뇌내로 들어가 콜린과 인산글리세릴탈수소효소란 물질로 분리되므로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콜린은 기억과 학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ACh)을 이루는 전단계(전구)물질로, 뇌기능장애 환자에서 부족한 아세틸콜린을 보충한다. 아세틸콜린은 뇌신경 손상으로 저하된 신경전달 기능을 정상화한다. 또 인산글리세릴탈수소효소는 세포막의 구성 성분인 인지질로 대사돼 손상된 신경세포 기능 회복을 돕는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치매 환자는 콜린뿐만 아니라 아세틸콜린 자체가 정상인에 비해 부족한 상태이므로 따로 섭취해 아세틸콜린 생성을 증가시켜 환자의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약은 의료현장에서는 마땅한 치매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환자 치료제나 예방제로 처방돼 왔다. 그러나 치매나 기억력장애에 대한 효과가 불분명함에도 처방이 계속 늘어 건강보험재정이 축나는 것을 공단이 방치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6월까지 약효 재평가를 마치고 기존 적응증을 유지할 것인지, 축소 또는 폐지할 것인지를 정하기로 했다.
은행잎추출물의 플라보노이드, 치매 유발하는 자유라디칼 중화
은행잎추출물은 혈액 흐름을 원활히 하고 혈관을 강화함으로써 ‘성인의 기억력 개선’ 및 ‘항산화작용으로 혈관손상을 막고 혈행 개선에 도움’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은행잎의 주요성분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테르페노이드(terpenoid)의 강력한 황산화작용이 심장질환·알츠하이머·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을 중화시키는데 특히 플라보노이드는 신경, 심근, 혈관이 손상으로부터 보호한다. 테르페노이드는 혈관확장 및 혈소판점착성 감소 작용으로 혈액순환을 증진한다. 현재 기억력장애로 적응증을 갖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말초동맥순환장애에 한해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침중방·경옥고·천왕보심단 등 오랜 세월 효과 입증된 한방약도
두뇌 기능 향상에 한방약의 도움을 얻는 것도 방법이다. 기억력 감퇴를 치료하는 한방약으로 공자대성지침중방(孔子大聖智枕中方)이란 약이 있다. 매일 2~3번 달여 먹으면 총명해진다고 중국 한방약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침중방과 같은 효과를 가진 처방으로 인불망방(人不忘方)이란 약이 있다. 이 약도 보름 정도 복용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 비슷한 약으로 지로불망방(支老不忘方)·개심산(開心散)·창포익지환(菖蒲益智丸)·양명개심익지방(陽明開心益智方)·북평태수팔미산방(北平太守八味散方)·총명익지방(聰明益智方)등이 있다.
달여 먹는 일반적인 한방약과 달리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한방약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경옥고(瓊玉膏)는 이름 그대로 연고처럼 끈적한 약이다. 중국 원나라의 ‘음선정요’에는 ‘경옥고를 복용하면 피를 보충하고, 흰머리를 검게 만들며 젊음을 되찾아준다. 길을 떠나면 달리는 말처럼 힘이 나고, 의지가 강해지며 말이 통한다’고 적혀 있다. 이 약을 복용하면 머리와 몸이 젊어지고, 뛰어난 사고능력과 정신을 발휘하게 된다고 한다.
비슷한 약으로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은 △잘 잊어버리거나 △빈혈로 자주 피로하거나 △불면증 또는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하거나 △신경쇠약일 때 효과가 있다. 녹용정(鹿茸精)도 기억력 향상·숙면·뇌의 피로회복 촉진을 돕는다.
항산화식품 섭취하고 패스트푸드 등 해로운 음식은 줄여야
비타민C·E 가 뇌의 손상과 노화에 관여하는 유리산소기(free radicals)를 제거하고, 비타민B 뇌혈관에 해로운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을 낮춘다. 따라서 나이 들어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이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채소, 과일 등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상태의 식품을 다량 섭취하는 일이다.
커큐민(curcumin)도 머리에 좋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커큐민은 면역세포의 하나인 대식세포를 증강시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세포를 죽이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을 포식해 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01년 미국 신경학회지(JAMA Neurology)에 발표된 논문은 카레를 매일 먹는 인도인의 치매 발생률이 미국인에 비해 약 4분의 1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카레의 커큐민 성분이 치매의 원인인 뇌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을 분해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커큐민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강황·울금은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제품이다. 치매예방 뿐 아니라 수험생이나 성장기 아이의 두뇌발달에도 좋아 ‘브레인푸드’라 불린다.
포도당은 뇌세포의 중요한 영양원인데 주로 탄수화물에 들어있다. 업무 도중 간식으로 비타민과 포도당이 많이 든 사과·포도·자두 등을 섭취하는 것은 두뇌를 깨우는 효과가 있다. 설탕이 귀하던 시절에는 설탕 자체가 기력회복제이자 두뇌 촉진 식품이었다. 다만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당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카페인은 각성 작용이 있어 단기적으로 집중력을 증진시킬 수 있지만 중독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혈압을 올리고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므로 고혈압, 심장병, 뇌중풍 등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홍차와 녹차도 카페인이 들어있지만 항산화 효과가 있으므로 커피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밖에 동물성 지방을 함유한 햄버거, 감자튀김, 도넛 등 패스트푸드 등은 뇌기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는 식품으로 꼽힌다.
빈혈이 신경세포 손상 및 인지기능 저하 유발
빈혈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크호스다. 많은 연구를 통해 만성적 빈혈이 인지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증명됐다. 빈혈은 혈액의 양과 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인체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각 조직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조직의 저산소증을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뇌는 필요한 산소와 포도당을 저장해놓지 못하고 그때그때 쓰므로 산소 공급이 줄면 신경세포 손상 및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빈혈이 있을 때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위험이 최대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2월 김홍배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심재용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빈혈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인지장애, 치매의 위험성이 각각 51%, 5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빈혈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약 2배 가까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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