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 관련 정보 때문에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다. 대한의사협회에 7일 공개한 가이드라인과 바이러스 감염질환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예방수칙과 증상 의심 시 대처요령을 알아본다.
개인 차원의 방어적 예방 조치 …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필수
아프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서 쉬어야 한다. 독감 예방 수칙과 동일하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에는 휴지나 손수건을 이용해 코와 입을 덮어준다. 휴지나 손수건이 없다면 손 대신 옷소매나 어깨를 이용해 막아준다.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 얼굴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쓰도록 한다. 특히 대중교통이나 지하철역, 쇼핑몰과 같이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잊지 말자. 외출 후 손이 오염됐다고 판단되면 최소 20초 동안 물과 비누를 이용해 손을 자주 씻어준다.
물과 비누가 없으면 알코올 함유량이 최소 60%인 손 세정제를 사용한다.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닦고 소독해준다. 과거 연구에서는 에탄올이 85~95% 포함된 손 세정제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를 30초 이내에 10만분의 1 이하로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탄올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을 망가뜨려 바이러스 핵산 입자가 더 이상 숙주세포에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한다. 시중의 60% 이상의 에탄올 함유 손 제정제는 대부분 바이러스 사멸효과가 있다.
감염이 의심된 경우 조치와 자가격리 … 병원 방문 전 1339로 전화상담
최근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왔거나 확진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했다면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보건소(지역번호+120)에 전화로 문의하하고 상담을 받아 지시에 따른다.
접촉이 확인돼 자가격리 중에 발열, 몸살기운 또는 기침, 가래, 콧물, 목아픔,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시작된 경우 보건당국과의 상의 없이 혹은 지시를 어기고 자의적으로 의료기관부터 방문하면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감염에 노출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접촉자는 자가격리 대상이다. 그 기준은 △확진 환자 유증상기에 2m 이내 접촉이 이루어진 사람 △확진 환자가 폐쇄공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할 때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 등이며 역학조사관의 판단을 거쳐 접촉자로 최종 분류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 또는 감염되었다면 보건당국의 지시에 따라 의학적 처치를 받기 위한 병원 진료를 제외하고 반드시 집에서 머물러야 한다. 직장, 학교, 기타 공공장소로의 외출을 삼가고, 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도 이용하면 안 된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집 안의 다른 사람들과 최대한 분리된 다른 방에서 지내야 한다. 가능하다면 화장실도 따로 써야 한다. 식사도 본인의 방에서 따로 해야 한다.
만약 분리된 생활이 불가능한 조건이라면 가족·동거인은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 따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재기 후 사용한 휴지는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시고 곧바로 최소 20초 이상 물과 비누를 이용하여 손을 닦아준다. 물과 비누가 없으면 알코올 함유량이 최소 60%인 손 세정제를 사용한다.
접시, 물컵, 식기류, 수건, 침구류 등 집안의 물건은 다른 사람과 구분하여 사용한다. 가재도구는 물과 비누로 꼼꼼히 닦아야 합니다. 휴대폰, 컴퓨터(키보드, 마우스), 각종 리모컨 등 오염이 될 수 있는 물건은 소독제로 닦아준다.
자의적인 치료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진단을 지연시킬 수 있다. 37.5도 이상의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몸 상태가 변한다고 판단되면 자의로 해열진통제나 기침약을 복용하지 마시고 반드시 1339나 보건소로 연락해 상담받아야 한다.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음식점, 상점 등을 방문할 경우 역학조사 및 소독, 환기 조치를 위해 일시 폐쇄되는 등 심각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 의료진이 감염 의심자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의심자가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각각 200만원의 벌금이, 의심자가 자가격리를 거부할 경우 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마스크 착용 필요한가
이미 지역사회 내의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된 한국에서는 마스크 권고 지침이 내려졌다. 이미 지역사회 감염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가 있는 데다가 잠복기가 2주일로 길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KF80 이상의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가 보고되지 않은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지침이 내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 여행객의 유입을 차단했으며 이미 갔다온 사람의 경우 2주간 격리조치를 내렸다.
김우주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권고하지 않은 것은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라며 “WHO는 세계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권고조치를 내린 것이고 미국은 이미 차단 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체? … 박쥐에서 밍크 거쳐 사람에게 감염 추정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목감기나 코감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바이러스 중 하나다. 그러나 이종동물을 매개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변이되면 골치다. 2003년 박쥐에서 사향고향이로 전파돼 사람에게 넘어온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나 2015년 박쥐에서 낙타로 전파돼 사람에게 넘어온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등은 유전자 변이를 통해 이종간 장벽을 넘은 대표적 동물 유래 코로나바이러스다.
이번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 novel coronavirus, 2019-nCoV)는 박쥐에서 밍크(족제비)나 뱀을 경유해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종이 아닌 이종 유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 발생을 조사하면서 처음 발견됐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96%, 사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와 79.5%,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와 50%,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와 40% 정도의 염기서열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박쥐가 바이러스의 근원 숙주로 생각된다.
전파 경로는 비말·콧물·가래 … 분변은 미지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는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독감과 같이 비말(침방울), 호흡기 분비물(콧물, 가래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를 했을 때 공기 중으로 날아간 비말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해 전염된다. 분변을 통한 전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부 환자의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분리되었다는 보고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정상적인 피부를 직접적으로 통과해 사람 몸으로 들어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침을 한 번 하면 비말이 전방 2m 내로 분사된 후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며, 바이러스는 표면에서 일정 노출시간이 지나면 사멸하는데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수성용매에서 6일, 건조한 무생물 표면(돌, 플라스틱)에서 3시간까지 생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말감염을 피하려면 감염자로부터 2m 이상 떨어지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권고된다.
초기 증상은 감기·독감과 유사 … 심하면 폐렴 후 급성호흡부전 사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발열, 몸살기운, 기침, 가래, 콧물, 목아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증세만으로는 일반 감기, 독감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증상이 악화되면 심할 경우 폐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예방백신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국내외에서 기존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이용한 여러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유발 바이러스(HIV) 감염증인 에이즈 치료제, C형간염바이러스(HCV) 퇴치제,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치료제,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등을 후보군으로 놓고 치료에 나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아직 특화된 치료제나 확립된 치료방법은 없다.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격리 하에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기본으로 필요시 수액치료, 산소치료, 기계환기(인공호흡기) 등에 나서게 된다.
어떻게 진단이 이뤄지나 … 실시간 PCR 검사로 6시간 만에 판정
전국 선별 의료기관 및 지정 민간의료기관에서 7일부터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time RT-PCR) 검사를 이용한 신속검사를 실시한다. 6시간 만에 감염 여부가 판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한국 분리주(BetaCoV/Korea/KCDC03/2020)를 이용해 진단키트를 만든다. 이는 향후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 분리주는 중국(우한·광동), 프랑스, 싱가포르, 독일 등 국외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99.5~99.9% 일치했고 의미 있는 유전자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무증상 감염자도 전파가 가능한가요? …사스·메르스와 달리 가능
증상이 없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폐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보고됐다. 중국은 물론 한국, 독일에서도 무증상 전파의 사례가 보고됐다.
영유아, 노인, 면역저하자, 해열제 복용자 등에서는 발열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의사의 임상적 판단 아래 감염 여부 검사를 시행한다. 지난 1월말까지만 해도 WHO나 국내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으나 WHO는 지난 2월 1일 발표한 일일 상황 보고에서 “감염자가 증상을 보이기 전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WHO는 무증상 감염이 없었던 사스 또는 메르스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방역관리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여행은 어떻게 되나 … 현재 중국만 여행 자제 경보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중국을 검역감염병 오염지역으로 지정한 상태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 타 국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면 자제 경보 국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질본의 여행 관련 공지를 확인해 출장이나 해외여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농축수산물이나 그 가공 제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국내의 반려동물이나 다른 동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원이 될 것이라 볼 이유도 없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면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 전파될 개연성이 있다. 확진자나 접촉자는 반려동물이나 다른 동물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동물을 꼭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해외여행시 동물과의 접촉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중국에서 보낸 제품이나 소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극히 낮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물체 표면에서 생존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수일 내지 수주간 실온에서 운송되는 소포나 제품들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입 물품을 통해 감염이 전파된다는 증거나 사례는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