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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빼돌리고 ‘배째라’는 사무장병원, 특사경이 해답될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20-01-31 19:13:29
  • 수정 2021-06-02 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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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단체 반대로 개정안 국회 계류 … 건보공단 “건보재정 누수 방지” vs 의료계 “애먼 피해자만 발생”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9~2019년 1602개 불법 사무장병원이 적발됐으며, 이들이 부당청구한 금액은 3조1031억원에 이른다.
불법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제도가 국회 계류 중인 가운데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건보공단과 이를 저지하려는 의사단체 간 여론전이 치열하다. 이번 20대 국회 임기엔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건보공단은 지난 23일 ‘특사경제도 도입 관련 Q&A’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특사경 도입의 당위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특사경제도는 ‘형사소송법 제197조’에 따라 식품·의약품·환경·노동 등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돼 일반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분야에 한해 담당공무원에게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한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법무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산림청 등에서 운영 중이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특사경 도입이 처음 논의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건보공단은 우후죽순 난립한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며 특사경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사나 법인단체만 설립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은 현행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설립한 의료기관이다. 대부분 수익 증대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다보니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강권하거나, 필수 의료인력과 장비를 갖추지 않거나, 의료기기를 재활용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 작년 9월 건보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의 병실당 병상수는 4.57개로 일반 의료기관의 2.62개보다 1.95개나 많아 감염병 등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사제 처방률과 항생제 처방률은 각각 47.0%와 48.8%로 일반 의료기관의 34.0%와 35.7%보다 높았다.


반면 일반 직원 대비 의료인 비율은 사무장병원이 18.2%로 일반의원의 27.5%보다 9.3%p 낮았고, 의사가 6개월 내 이직한 비율은 45.5%로 일반 의료기관(21.4%)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의료의 질이 떨어지다보니 환자 예후도 악화되기 일쑤다. ‘중증도 보정 표준화 사망비’는 사무장병원이 110.1로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98.7보다 11.4 높았다. 이는 질환 종류, 나이, 중증도 등이 비슷한 환자 100명이 입원했다고 가정할 때 사무장병원이 일반 병원급 의료기관보다 11.4명 더 많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사망비가 100을 초과하면 대상 의료기관의 의료 질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과잉진료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누수 문제도 심각하다. 사무장병원은 입원기간을 고의로 늘려 유령 환자를 양산하거나, 외래환자를 입원환자로 둔갑시키거나, 항생제나 수면제 등을 과다처방하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한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09~2019년 10년간 1602개 불법 사무장병원이 적발됐으며 이들이 부당청구한 금액은 3조103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환수율은 5.7%(약 1769억원)에 그쳤다.


환수율이 턱없이 낮은 것은 사무장병원 수사에 인력과 시간을 집중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현행법상 건보공단이 파견하는 단속반은 수사권이 없어 계좌내역 확인 등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의심 병원을 지정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하지만 경찰은 사무장병원 외에도 담당사건이 워낙 많아 수사를 의뢰해도 바로 착수하지 못할 때가 많고 수사 진행 속도도 느리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실제 사무장병원인지 확인하는 데까지 평균 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무장병원들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해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전 재산을 다른 명의자에게 빼돌린 뒤 ‘배째라’ 식으로 버티고 있어 부당청구액 환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12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건보공단 직원 일부를 특별사법경찰로 임명해 불법 사무장병원을 단속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의사들의 표심을 의식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전문성과 유연성을 갖춘 특사경이 사무장병원 단속에 투입되면 기존보다 수사에 소요되는 기간을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시키고 약 1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는데, 의료계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케어’로 막강한 진료비 통제 권한을 부여받은 건보공단이 수사권까지 쥐게 되면 보험자와 공급자인 의료기관 간 힘의 불균형이 야기될 것이라며 특사경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으로부터 현지조사를 받던 의료인이 부담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데, 여기에 수사권까지 부여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특사경 도입보다는 내부고발자 보호, 의사단체 조사 권한 강화, 의료기관 개설시 지역의사회에 개설 신고 등 조치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먼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의사들이 특사경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다. 지난해 말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8년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돼 요양급여 지급이 보류된 의료기관 751곳 중 69곳(9.2%)이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재정 압박을 버티지 못해 결국 폐업해야 했다.


이에 대해 강청희 이사는 “환자·질환·항목·기관 등 주제별로 분석지표를 설정해 진료 경향을 파악하고, 진료 건수나 환자 수 급증 같은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심층심사에 들어가는 분석심사를 통해 어느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으로 유력한지 이미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진료행위 건별로 진료비를 심사했던 과거와 달리 무혐의 기관을 조사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심한데도 의료인들이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해 특사경 도입을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의협이 자체 운영하는 전문가평가제는 사무장병원의 신규 진입은 막을지 몰라도 이미 운영되고 있는 사무장병원을 단속하지는 못한다”며 “매번 환자를 위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의사들이 정작 사무장병원을 단속하는 특사경 제도는 반대하는 것을 보니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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