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향후 사업방향·임상연구 파이프라인 등 주요 계획을 발표한다. 15일엔 국내 제약사 발표가 몰리면서 ‘K-바이오 데이’를 장식했다.
이날 한미약품은 2015년 12월 얀센에 계약금 1억500만달러를 포함해 총 9억1500만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7월 권리반환된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를 비만치료제로 다시 개발한다고 밝혔다. 기존 약물보다 효과가 뛰어난 이중기전 비만치료제로 개발할 방침이다.
얀센은 2건의 비만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인 체중감소는 목표치에 도달했지만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환자에서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리를 반환했다.
회사 측은 “HM12525A는 세계 최초 주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로 매일 투여했던 기존 비만치료제 대비 월등한 체중감소 효과가 글로벌 임상 2상으로 입증됐다”며 “‘삭센다펜주’(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와 직접 비교임상에서도 체중감소 효과가 10%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고 우수한 혈중 지질농도·혈압 감소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치료제 ‘HM15211’도 핵심과제로 지목했다.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는 NASH는 지방간·염증·섬유화 등이 동시에 호전돼야 하는데 HM15211은 MAD(다중용량상승시험) 임상 1상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지방간 감소 등 효과가 확인됐다. 간 섬유화 동물모델에선 간 성상세포 활성화를 억제해 섬유화 증상을 개선했으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보였다. 한미는 조직검사로 NASH 환자를 선별, 올해 2분기 중 글로벌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항암제 분야에서 해외 파트너사의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신약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미국 바이오기업 랩트(RAPT Therapeutics)의 경구용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FLX475’와 페인스(Phanes Therapeutics)의 항체기술을 도입하는 등 면역항암 이중·다중항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Pentambody)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혁신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권 사장은 “2017년 제넨텍에 기술이전한 Pan-RAF 저해제 ‘벨바라페닙’(HM95573)은 임상이 순항 중으로 적응증 확대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며 “급성골수성백혈병치료 신약인 FLT3 저해제 ‘HM43239’ 임상도 문제없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경구용 항암제인 ‘오락솔’은 올해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는 FDA의 BLA(생물의약품 허가신청) 본심사가 시작돼 올해 10월 말 시판허가 승인이 날 전망이다.
LG화학은 바이오 사업 연구개발(R&D) 현황 및 미국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한 통풍·만성염증질환 치료제 임상 성과를 발표했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2017년 LG생명과학에서 LG화학으로 합병한 뒤 대폭 확대된 항암, 면역, 당뇨병 등 대사질환 분야 파이프라인 현황과 주요 신약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요산의 과다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잔틴산화효소(Xanthine Oxidase)’를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가진 통풍 치료제는 전임상과 임상 1상 시험 결과, 기존 요산생성 억제제의 단점으로 지적된 심혈관질환 등 부작용 발현 가능성을 낮추고 통풍의 원인인 요산 수치를 충분히 감소시켜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화된 효능·안전성이 기대된다.
면역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S1P1(스핑고신-1-인산수용체-1)’을 표적으로 한 만성염증질환 치료제는 전임상과 임상 1상 시험 결과, 신속한 면역세포 감소와 표적단백질에 대한 적합성을 확인했으며 간·폐 기능에 대한 이상반응도 관찰되지 않아 효능·안전성·편의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비만 치료제는 식욕 조절 유전자인 MC4R(멜라노코르틴-4-수용체)을 표적으로 한 최초의 경구용 제제로 동물시험 결과 기존 식욕억제제 대비 체중·음식섭취량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심혈관·중추신경계 질환 등 이상반응 사례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밖에 전임상 단계의 새로운 기전을 가진 인슐린 민감도 조절 단백질 ‘GPR120’ 당뇨 치료제도 소개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생명과학분야 R&D에 약1650억원을 투자해 전체 신약과제를 30여개에서 40여개로 확대했다.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신약개발 성과를 내기 위해 자체 R&D 역량 집중과 함께 신약과제 도입, 협력 모델 구축 등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컨퍼런스의 명당이라 불리는 그랜드볼룸에서 발표에 나섰다. 보통 이 컨퍼런스는 호텔 한 동을 대관해 진행되는데 비중 높은 기업들은 저층에 위치하고 규모도 큰 그랜드볼륨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는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030 비전 로드맵’을 발표하고 세계 두번째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중국에 직접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을 바이오시밀러 분야 퍼스트무버를 넘어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프라임시밀러, 신약, U-Healthcare(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순서의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발 수준을 높여갈 계획이다. 인플릭시맙(Infliximab) 최초 피하주사 제형 바이오의약품인 ‘램시마SC’의 성장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 회장은 “램시마SC가 전체 50조원 규모의 TNF-α(종양괴사인자알파) 시장에서 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10조원의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며 “오는 2월 독일을 시작으로 글로벌 직판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직접 진출을 위해 중국 모 성(省) 정부와 최종 계약을 조율 중이다. 조만간 공개될 계약이 성사되면 12만ℓ 규모 중국 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직판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 셀트리온은 2017년 5월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국(CFDA, 현 NMPA)으로부터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주’ 임상시험(IND)을 승인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중국에서 해외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임상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2030년까지 16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그 하나인 당뇨병 분야 공략을 위해 인슐린 바이오시밀러를 기술도입 및 자체·공동 개발 병행을 통해 개발, 전세계 400억달러(약 46조5000억원) 규모 시장에 도전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제조생산 능력 등 강점을 살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탁개발(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CDO)을 위한 연구소를 세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2017년 사업 확장을 위해 CDO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18년 5개, 2019년 42개의 누적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며 “올해 샌프란시스코에 CDO 분야 R&D 연구소를 설립하고 유럽·아시아 등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CMO)에 집중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위탁개발(CDO), 위탁연구(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RO)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세포주와 생산공정 개발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품질관리 및 분석, 상업용 대량생산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해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9000여개 바이오텍과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해는 CMO 생산 제품 수를 47개까지 늘리고 CDO 분야에서 최소 18개를 추가해 6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목표다.
림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년 만에 전세계 CMO 기업 중 최대인 36만4000ℓ 생산 규모를 갖춘 데다가 CMO, CDO, CRO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며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 서비스 기업’(Contract Services Company, CSC)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는 이들 기업 외에도 유한양행,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제넥신,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엔지캠생명과학, 티움바이오, 압타바이오, 펩트론, 나이벡, 휴젤, 강스템바이오 등이 참가해 다수의 기술수출 및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다. 행사는 16일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