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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또 탄핵, 의협 회장 수난사 … 대표성 실종 탓 ‘정치 세력화’ 가속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2-27 06:40:49
  • 수정 2020-09-15 14: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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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 29일 임총서 결정, 문케어 대응 실패 책임 … 김재정·장동익·노환규 前 회장도 중도하차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말로만 투쟁을 외쳤을 뿐 실질적인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로 탄핵 위기에 내몰렸다.
국내 12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수장의 수난사가 올해도 반복될까. 2018년 4월 보건당국과 타협하지 않는 초 강경 행보로 표심을 휩쓸며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됐던 최대집 회장이 임기 1년 8개월 만에 탄핵 위기에 처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최 회장의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를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은 박상준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이 발의했다. 최 회장이 전임 39대 집행부의 무능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문재인케어 저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음에도 정작 문케어 확대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경기도의사회와 경상남도의사회를 비롯한 몇몇 지역 시도의사회, 병원 봉직의들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이 불신임안에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의협 정관 제17조 제3항 및 제20조 제2항에 따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임총 안건으로 다룰 수 있다. 최 회장의 불신임안은 현재 의협 재적 대의원 239명 중 충족 정족수 80명을 넘어선 81명이 동의해 안건으로 최종 상정됐다.
 
병원의사협의회 관계자는 “2017년 문케어가 추진된 이후 분석심사,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커뮤니티케어 및 방문진료,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등이 무차별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최 회장과 집행부는 공약과 달리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수수방관하고 심지어 협조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말로만 투쟁을 외쳤을 뿐 실질적인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임시총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대의원 3분의 2가 참석해 이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즉 재적 대의원 239명 중 최소 159명이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이 중 106명 이상이 찬성하면 회장직을 내려놓게 된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불신임안 안건 상정시 기준 정족수인 80명을 겨우 채웠기 때문에 최 회장이 실제 탄핵될 확률은 낮다고 본다”며 “당장 임기를 유지하더라도 이미 민초 의사들의 민심이 돌아선 상태라 임기 내내 사퇴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 회장은 불신임안 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당시 의협이 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회원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 및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신임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잖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및 임원에 대한 불신임안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거나(협회 회무 수행으로 인한 경우는 예외), 정관 및 대의원총회 의결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하거나, 협회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경우에만 발의할 수 있다”며 “최 회장이 강경했던 임기 초반에 비해 답답한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탄핵까지 논의될 사안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회장과 집행부의 행보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대안도 없이 갈아치우려고 하는 꼴이 마치 로마 군인황제시대 같다”고 비꼬았다. 군인황제시대는 기원 후 235년부터 284년까지 49년간 로마 각지의 군대가 멋대로 황제를 옹립 또는 폐위시켜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시기다. 이 때 옹립된 18명의 황제(공동통치자 포함 26명) 중 천수를 누린 사람은 두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재위 중 암살되는 운명을 맞았다.
 
의협 회장이 사퇴 압박으로 중도하차하거나 탄핵돼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례는 총 네 차례다. 의약분업 사태가 발생한 2000년 2월 고 유성희 전 회장이 임기를 3개월 남기고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두 번째로 의약분업 파업 투쟁을 이끌었던 김재정 전 회장은 사후 처리 과정에서 온건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임기 1년 2개월 만에 회장직을 내놨다. 2006년 5월 취임한 장동익 전 회장은 회장 선거 불법 개입 의혹, 불법 정치자금 등 논란에 휩싸여 자진 사퇴했다.
 
전임 경만호 회장에게 계란과 액젓을 던지는 등 돌발행동과 강경한 언사로 표심을 얻었던 제37대 노환규 회장은 2014년 4월 의협 106년 역사상 최초의 탄핵 회장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지역 시도의사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집단휴진, 여의도 의사 총궐기대회를 일방적으로 주도했다는 게 탄핵 사유였다.
 
탄핵된 노환규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당선된 추무진 38·39대 회장은 임기 내내 탄핵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비록 불명예 퇴진하긴 했지만 여전히 회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노 전 회장을 의식, 전임 집행부의 정책을 계승해 ‘노환규 아바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온건한 행보를 밟으면서 협회 내 강경파들의 반발을 샀고 임기 중 두 번의 탄핵 위기를 겪었다. 2017년 9월엔 불신임 통과를 위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고, 2018년 2월엔 임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당시 전의총 상임대표였던 최대집 현 의협 회장은 추 회장과 집행부의 투쟁성 부족을 격렬하게 비판하며 불신임안 발의를 주도했다”며 “그랬던 그가 이제 막 임기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추 회장과 같은 이유로 탄핵 위기에 내몰린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인사들은 의협 회장의 연이은 탄핵 시비와 협회 내홍의 원인을 ‘대표성 부족’으로 꼽는다.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의협 회장 선거가 간선제서 직선제로 바뀐 이후 투표율과 득표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회장의 무게감과 존재감까지 추락, 정치 세력화가 가속화됐다는 지적이다.
 
가장 최근인 제40대 의협 회장 선거에선 의협에 신고된 의사면허 보유자 12만1880명 중 회비를 납부한 4만4012명만 투표권을 보유했으며, 이 중 2만1547명이 투표해 투표율 49%를 기록했다. 최 회장은 2만1547표 중 가장 많은 6392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의사면허 보유자 중 5%의 지지만 얻어 회장으로 당선된 셈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표성이 부족한 회장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집행부를 자신의 라인으로만 채우면서 결국 협회 운영이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에 불만을 품은 반대파가 회장과 집행부를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세를 불리고, 다음 선거에서 교체된 새 회장과 집행부는 또다른 반대파에 의해 불신임 위기에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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