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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시장 선점해 ‘파머징’ 진출 노리는 국내 제약사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27 03:16:47
  • 수정 2020-09-15 14: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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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수합병·지분매입·공장설립 등 진입방식도 다양 … CPTPP, EU-베트남 FTA 영향에 수입약 시장 후끈 전망
1996년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에 설립된 신풍대우베트남파마 공장 전경
국내 제약사가 베트남 진출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신흥 경제부흥국 시장을 이르는 ‘파머징(Pharmerging)’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감독 효과로 우호적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머징은 제약(Pharmacy)과 신흥(Emerging)을 합친 말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 제약시장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베트남의 제약시장은 2016년 기준 47억달러(5조1935억원)로 2020년엔 70억달러(7조73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인구가 1억명에 이르고 그 절반 인구의 한국시장이 25조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 1인당 연간 의약품 지출액은 약 45달러(5만원) 수준으로 태국 90달러, 싱가포르 200달러, 한국 634달러에 비해 적다. 수출은 120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작다.
 
게다가 베트남은 외국인·외국기업의 베트남 내 의약품 유통·판매를 전면 불허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을 국민건강 및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외국기업이 베트남 내에서 의약품을 유통·판매하기 위해선 현지 에이전트 및 유통대리인을 선정하는 게 필수다.
 
이같은 여건에도 베트남 시장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인구 증가에 따른 높은 성장 잠재력, 제네릭 소비 증가, 고령화·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전문의약품 시장 확대, 지속적인 규제 개혁, 외국인 지분한도(foreign ownership limit, FOL) 완화에 따른 높은 투자 환금성 등이 긍정적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동남아시아 의약품시장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제약사로부터 기술이전 등을 추진하는 ‘비전 2030’을 실행하고 있다. 충북 오송을 롤 모델로 의약품 전용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한국 제약사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있다.
 
이에 국내사들이 지분투자, 현지법인·생산공장 설립, 기업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입을 노리고 있다. 현지화를 통해 영업·수출망을 확장하고, 오픈이노베이션 중심의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베트남은 공공의료 분야에서 복제약(제네릭), 오리지널, 동양전통의약(oriental) 3개 제품군에 대해 입찰을 진행한다. 각 제품군은 △유럽·미국·호주·캐나다 생산 및 등록(1등급) △PIC/S 및 ICH 정식가입국 GMP 생산 또는 등록(2등급) △베트남 식약청 인정 임상생동자료 보유(3등급) △베트남 현지생산 제품(4등급) △기타 제품(5등급) 등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제네릭과 오리지널 제품군은 기준이 높아 베트남 현지기업이 참여하기 어렵고 외국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경쟁에 유리하다. 이에 수입의약품 유입 증가를 경계하는 현지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는 JW중외제약, 대웅제약, 신풍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씨티씨바이오, 서흥 등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 9월 베트남 롱안성에 있는 제약사 유비팜(Euvipharm)의 지분 100%를 통째로 인수하고 지난 11월 공동법인인 유비팜JSC(Euvipharm Joint Stock Company)를 공식 출범했다. 국내 제약사가 베트남 제약사 지분 전체를 인수해 운영하는 첫 사례다. 대표이사에는 양길춘 JW생명과학 상무를 선임했다.
 
2005년 설립된 유비팜은 2013년 캐나다 최대 제약기업인 밸리언트가 인수해 운영하는 등 베트남 내 가장 현대화된 생산시설을 갖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은 연면적 3만5000㎡ 규모의 이 공장은 베트남 최대 수준인 연간 19억3700만개 생산능력을 갖췄다. 분말주사제, 정제, 캡슐제, 점안제 등 현지에서 즉시 생산할 수 있는 50여종의 의약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설비 보완과 품목 허가변경을 거쳐 생산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수출하는 경우에 의약품등급제, 가격경쟁력 등 문제로 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게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중외는 유비팜 인수를 기반으로 현지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파머징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베트남 주요 제약사가 외국인 지분한도를 철폐해 외자유치를 유치하고 R&D 투자를 늘리는 점을 파고 들었다. 대웅은 2017년 베트남 매출 2위 제약사인 트라파코(Traphaco)의 지분 일부를 확보하고 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트라파코는 대웅제약 제품의 베트남 현지 생산과 판매, 유통을 담당한다. 올해는 현지에서 전문의약품(ETC) 영업마케팅 전담조직을 신설해 활동하고 있다. 박현진 대웅제약 글로벌 사업본부장은 “현지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신사업모델 구축 전략 수립이 목표”라고 밝혔다.

2018년 7월 베트남 최대 제약사 DHG(Duoc Hau Giang Pharmaceutical Company)가 외국인 지분한도를 없애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트라파코, 도메스코(Domesco, DMC) 등이 잇따라 동참 의사를 표명했다. 매출 3위인 도메스코는 미국 애보트(abbot)의 자회사인 칠레애보트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삼일제약은 2008년 베트남 대표사무소 설립을 시작으로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을 세웠다. 15개 의약품을 현지에 수출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호치민시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 공단 내 글로벌 수준의 점안제 생산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장 설립을 통해 베트남 및 아세안 국가를 공략하고 유럽 및 미주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최근 코트라(KOTRA)와 함께 베트남 안과학회에 참가해 다양한 제품을 홍보했다”며 “안질환용제의 글로벌 제약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진출 1세대인 신풍제약은 1996년 호치민시 인근에 신풍대우파마베트남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주식회사 대우와 합작해 만들어진 기업으로 베트남 의약품 제조업체인 코두파와 합작으로 1500만달러를 투자해 호치민시에서 30㎞ 정도 떨어진 빈호아공단에 공장을 세웠다. 신풍제약이 51%, 대우가 29%, 코두파가 20%의 지분을 각각 보유했으나 유상증자 등을 거쳐 대우와 코두파는 지분을 줄였고 신풍제약이 96.58%를 보유하고 있다. 정제, 캡슐제, 항생주사제, 연고제, 크림제, 겔 등 완제의약품을 생산에서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빨아 마시는 인기 위장약 ‘바로겔현탁액’ 등 현지법인 매출이 지난해 약 125억원을 기록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2001년 베트남 빈증(Binh Duong, 옛 빈둥)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46년간 임대한 토지에 2004년 공장을 준공해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7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았다. 연간 생산량은 연질캡슐 2억개, 경질캡슐 7000만개, 정제 1억5000만개 등이다. 매출액은 100억원 정도다. 대표상품 중 하나인 ‘홈타민 진생’을 기반으로 50여개 현지 제품을 등록, 생산 중이다.
 
씨티씨바이오는 2007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공장부지를 임대했다. 2010년 동물용 사료·의약품 공장 건립에 들어가 지난해 6월 시설공사를 마쳤다. 회사 측은 이곳에서 동물 및 양식어류 등의 질병 억제와 성장효율을 개선해주는 사료첨가제와 항생제,면역증강제,혼합영양제 등 20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점유율 95%의 캡슐 제조업체인 서흥은 2006년 현지법인인 서흥베트남을 설립하고 투자해 2008년 10월 말에 하드캡슐 공장을 준공했다. 서흥은 올해에도 서흥베트남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주변 파머징 국가가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베트남에 진출해서 신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저변에 깔린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베트남 시총 1위 기업 빈그룹(Vingroup)이 제약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소매 약국 체인 ‘VinFa’를 출범하는 등 최근 베트남 주요 기업의 소매 의약품 유통시장 투자가 활발하다. 여기에 일본이 주도해 지난해 12월 발효된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지난 6월 체결된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베트남의 의약품 수입이 늘어나면서 시장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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