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CGRP 표적 편두통약 비급여 출시 … 삽화편두통·만성편두통 환자서 증상 발생 절반으로 줄어
한국릴리는 지난 2일 국내 최초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 표적 편두통 예방 치료제 ‘앰겔러티120밀리그램/밀리리터프리필드시린지주’ (성분명 갈카네주맙, Galcanezumab)를 비급여 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앰겔러티는 뇌에서 편두통 증상을 유발하는 CGRP 분자에 작용해 수용체 결합을 차단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다. CGRP는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에 주로 분포하는데 체내에서 활성화되면 시신경, 상악신경, 하악신경 등을 연결하는 삼차신경절에서 방출돼 두통을 유발하고 시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치료제의 반감기는 약 27일로 월 1회 피하주사(SC) 투여로 편두통 예방이 가능하다. 지난해 9월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같은 해 11월 14일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선 CGRP 억제제 중 최초로 올해 9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편두통은 뇌신경·뇌혈관 기능 이상으로 발작적,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전세계 환자는 10억명으로 추산되고 국내 성인의 8~17%가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50대 여성에서 호발하며 중년 여성 3명 중 1명은 편두통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증 횟수가 많을수록 중증 환자로 분류한다. 국내 환자는 한 달 평균 12일 이상 나타난 증상으로 학습·작업 능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결석·결근을 1일 이상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통증으로 우울감·신경질 반응 등을 보여 주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등 편두통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사회경제적 손실이 유발된다.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부회장)는 “편두통은 상상 이상의 고통으로 환자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질병이지만 그동안 편두통 예방 약이 없어 고혈압·뇌전증약 등이 권고됐다”며 “환자의 만족도와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예방약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계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앰겔러티의 국내 허가는 삽화편두통 환자(월 평균 편두통 일수 4~14일) 1773명이 6개월 간 참여한 EVOLVE-1·EVOLVE-2 연구와 만성편두통 환자(월 평균 두통 일수 15일, 편두통 일수 8일 이상) 1113명이 3개월 간 참여한 REGAIN 연구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주 교수는 “앰겔러티 투여 환자에서 한 달에 4~14일 편두통을 겪는 삽화편두통 환자의 월 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환자 7명 중 1명은 100% 반응률을 보였다”며 “한 달에 15일 이상 편두통을 경험하는 만성편두통 환자 4명 중 1명이 같은 효과를 경험하는 등 삶의 질이 개선됐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이 참여한 EVOLVE-2 임상 연구에선 투여군 226명의 6개월 간 월 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는 4.3일로 위약 투여군 450명의 2.3일에 비해 2일 적었다. 만성 편두통에선 엠겔러티 투여군의 28%에서 3개월 간 편두통 발생 일수가 5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 투여군은 15.4%에 그쳤다.
알베르토 리바 한국릴리 사장은 “앰겔러티 출시로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국내 환자에게 혁신적 치료옵션을 제공하게 됐다”며 “편두통 치료에 대한 인식개선과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앰겔러티는 지난 6월 미 FDA로부터 군발성두통 적응증에서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BT)로 승인받았다. 동일 기전 약제 중에선 앰겔러티가 유일하게 이 증상에 효과가 있다. 군발성 두통은 매우 심한 통증이 야간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CGRP 표적치료약은 앰겔러티 이외에 암젠·노바티스가 공동 개발한 ‘에이모빅’(에레누맙, Erenumab)이 지난해 5월, 테바의 ‘아조비’(프레마네주맙, Fremanezumab)는 지난해 9월에 FDA 시판 승인을 받았다. 에이모빅과 아조비는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