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분식회계 의혹과는 관계 없이 별도로 판단” … 검찰, 법리 보강해 이달 내 수사 마무리 전망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고위급 임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는 9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이 모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박 모·김 모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부사장에게도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서 모·백 모 삼성전자 상무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모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삼성바이오 안모 대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증거위조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 처분을 내렸다. 집행유예를 받은 5명에게는 80시간씩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수사 결과, 그룹 내 핵심 재무통인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고위 임원과 함께 ‘어린이날’ 회의를 열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어린이날 회의 직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주도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 관련 형사책임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들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인멸·은닉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해 결코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떳떳하다면 경영과정에서 오해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숨길 게 아니라 공개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사건의 첫 법원 판결이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과 상관 없이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로 확정되지 않은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오직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에 지장이 초래됐는가만을 기준으로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안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툴 수 있는 쟁점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 쟁점에 대해선 어떠한 최종적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최근 분식회계 사건 관계자를 재소환하는 등 기소 전 법리 보강을 통해 올해 안에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