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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고통스러운 통풍의 약물치료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19-12-07 11:21:57
  • 수정 2020-09-10 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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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산생성 억제 또는 요산배출 촉진 … 과거엔 ‘귀족병’, 고열량 섭취자 늘며 흔해진 ‘서민병’ 돼
통풍치료제인 한림제약 ‘유리논정’(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에스케이케미칼 ‘페브릭정’, 삼일제약 ‘자이로릭정’, 명인제약 ‘명인날카리신정’
‘바람만 닿아도 엄청난 통증을 느낀다’는 뜻을 가진 ‘통풍(痛風, gout)’의 유병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30만8725명이던 국내 통풍 환자 수는 지난해 43만953명으로 4년 사이 39.6% 증가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풍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현재 3조원 규모의 글로벌 통풍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5년 쯤엔 83억달러(약 9조6000억원) 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풍이 죽을 만큼 고통스럽지만 치명적인 위험은 없어서 상대적으로 신약개발이 등한시됐고 그 탓에 아직도 탁월한 치료제가 없어 환자들의 절망을 깊게 한다. 더욱이 현재 처방되는 약들조차 안전성을 완전히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다만 통풍치료제 시장의 확대 전망에 따라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힘쓰고 있어 앞으로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통풍의 약물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통풍은 요산의 원료가 되는 동물성 단백질에 많은 핵산 구성 염기인 퓨린(purine) 대사의 이상으로 체내에 요산(尿酸, uric acid)이 과잉 축적되는 것이다. 심해지면 요산이 결정화되면서 관절과 주위 조직에 축적되며 재발성·발작성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전신성질환이다. 고통스럽고 심한 관절통과 관절염이 동반되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복부비만,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으로 악화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요산은 DNA(디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와 RNA(리보핵산, ribonucleic acid) 구성에 반드시 필요한 퓨린 뉴클레오티드(purine nucleotide)가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된 퓨린으로부터 생성되기도 한다. 식사요법만으로 줄일 수 있는 요산의 양은 전체 요산의 15%에도 미치치 못한다. 그럼에도 식사요법은 필요하다. 단백질과 지방질의 섭취량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퓨린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하이포잔틴(hypoxanthine) 및 잔틴(크산틴, xanthine)이라는 물질이 합성된다. 하이포잔틴과 잔틴은 잔틴산화효소(xanthine oxidase)에 의해서 각각 잔틴과 요산으로 전환되며 최종적으로 생성된 요산은 신장이나 그 외 경로를 통해서 몸 밖으로 배출된다.
 
퓨린 대사 과정에 이상이 생기거나 신장에서 요산 배출이 원활하지 이뤄지지 않으면 체내에 요산이 과도하게 쌓이는 고요산혈증이 나타나고, 요산염 결정이 생성돼 통풍이 생긴다. 고요산혈증이 반드시 통풍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요산혈증이 심하거나 그 기간이 오래될수록 통풍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통풍은 신장에 이상이 있거나 요산을 많이 생성하는 음식을 많이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 술과 기름진 식습관이 발병률을 높여 과거에 ‘귀족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통풍 유병률이 3% 이상이지만 과거 한국은 1% 미만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국도 고칼로리, 고지방 섭취가 늘어나면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환자도 늘고 낫지도 않아 이젠 ‘귀족병’이란 말이 무색하고 ‘서민병’으로 불릴 상황이 됐다.
 
이 질병은 2년 내 재발률이 8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최효진 가천대 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급성통풍은 치료하지 않아도 1~2주 이내에 서서히 좋아지지만 그 기간 중 극심한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며 “통풍발작이 반복, 만성화되면 심장과 신장 등 주요 장기까지 나빠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산 배출저하형 환자가 90%인데 주로 쓰는 건 요산 과다생성억제제
 
통풍치료제는 크게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물과 급성으로 발생하는 통풍 발작을 치료하는 약물로 나뉜다. 통풍은 요산 자체가 과다하게 생성되는 과다생성형과 생성된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배출저하형으로 나뉘는데 국내 환자 중 90%가 배출저하형에 해당된다. 요산과다생성형은 요산생성억제제, 배출저하형은 요산배설촉진제를 쓴다. 요산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통풍 발작을 악화시키므로 발작 시에는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물을 추가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
 
요산생성억제제는 퓨린으로부터 요산이 생성되는 과정에 작용하는 잔틴산화효소를 저해한다. 요산 생성을 억제하고 혈중농도를 감소시킨다. 잔틴산화효소억제제(xanthine oxidase inhibitors, XOIs)로 분류알로푸리놀(allopurinol), 페북소스타트(febuxostat)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에 개발된 알로푸리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통풍약이다. 가장 오래된 통풍약이고 효과는 약한 편이다. 페북소스타트는 2012년 일본에서 개발된 약으로 효과가 알로푸리놀의 두 배 이상이다. 삼일제약 자이로릭정(성분명 알로푸리놀), ‘에스케이케미칼 ‘페브릭정’(성분명 페북소스타트) 등이 있다. 문제는 국내 통풍 환자의 90%가량이 요산배출저하형인데 주로 쓰이는 약제는 요산과다생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페북소스타트는 최근 안전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2월 페북소스타트 제제의 안전성을 지적하며 1차 치료제에서 제외했다. FDA 연구 결과 이 약을 복용한 환자는 알로푸리놀 제제를 복용한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률이 1.2배, 심혈관 사망 위험률은 1.3배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 페북소스타트는 알로푸리놀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FDA의 처분을 고려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할 때 주의하도록 권고했다.

요산배출 촉진제(uricosurics)는 소변 생성 과정에서 요산이 체내로 재흡수 되는 과정을 차단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요산을 증가시킨다. 벤즈브로마론(Benzburomaron), 프로베네시드(probenecid)가 대표적이다. 벤즈브로마론 성분의 명인제약 ‘명인날카리신정’, 한림제약 ‘유리논정’ 등이 있다. 프로베네시드는 부작용으로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벤즈브로마론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햇빛 민감반응, 가려움, 발진, 간기능 손상, 위장장애, 설사, 변비 등이다. 요로결석이 나타날 수 있어 요로결석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않는다. 또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투약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다. 미국에서 벤즈브로마론 복용 후 독성 간염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통풍 발작 치료제 … NSAIDs, 스테로이드, 콜키신 등
 
급성 통풍 발작은 요산염 결정에 대한 신체의 면역 반응과 염증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종·붉어짐·통증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통풍 발작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약물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 당질코르티코이드(글루코코르티코이드, glucocorticoid) 스테로이드(steroid), 콜키신(콜히친, colchicine)이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통풍 발작으로 인한 부종이나 통증 등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조절한다. 스테로이드제는 경우에 따라 근육, 정맥, 관절강내 주사로 투여된다.

콜키신의 작용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절조직에 요산염 결정 축적을 저해하고 염증세포 활성화 및 이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요산 농도를 감소 치료를 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급성 발작의 예방을 위해서 저용량 콜키신이 사용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투여할 경우 혈액세포 수 감소·근육병증·말초신경장애·탈모·혈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 후지약품, 한국 JW중외제약·LG화학 등 신약개발 활발
 
통풍치료제는 위험성이 높아 시장성이 충분함에도 그동안 제대로 치료약이 개발되기 어려웠다. 배출저하형 치료제는 신장에 과부하를 주는 부작용을 극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장 뿐 아니라 알레르기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10여 가지 통풍 치료물질 중 레보토피소팜(levotofisopam) 등 4가지가 부작용에 따른 안전성 부족 등의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배출저하형 통풍치료제 ‘주람픽’(Zurampic 성분명 레시뉴라드, lesinurad)는 2015년 12월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잔틴산화효소억제제(XOI)만으로 원하는 혈중 요산농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XOI와 병용하는 조건으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급성신부전 등 부작용 발생 위험 때문에 처방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허가가 난 지 4년이 흘렀지만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일본 후지약품은 요산 과다생성형 환자에게 처방하는 치료제 ‘FYU-981’을 개발해 3상을 마치고 지난 11월 5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신약 시판 승인을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 제약사도 통풍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JW중외제약은 통풍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URC102’로 140명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a상에서 높은 안전성과 혈중 요산수치 감소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URC102은 요산 배출저하형 통풍을 호전시킨다. 지난 9월엔 중국에 기술수출도 성사시켰다.
 
LG화학의 ‘LC350189’는 잔틴산화효소를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이다. 전임상과 임상 1상에서 1일 1회 복용으로도 최적화된 효능을 보여줬다. 통풍 환자 대상으로 LC350189과 기존 통풍치료제 페북소스타트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하는 임상 2상을 연내에 미국 보스톤에 있는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 주도로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 FDA로부터 임상 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LC350189가 반복된 약물 복용에서도 간독성과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상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높은 안전성을 보일 것으로 LG 측은 기대하고 있다.
 
맥주 등 모든 술 절주 … 급격한 체중감량도 요산 상승 유발
 
통풍 증상 발생과 악화를 예방하려면 퇴근길 술 한 잔의 짜릿함은 포기하는 게 좋다. 맥주에 있는 효모에는 퓨린이 많아 요산 수치를 높이고, 소변에 의한 요산 배출도 방해한다. 다른 종류의 술에 포함된 알코올도 혈중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배설을 억제해 급성발작 발생률을 높인다. 금연도 필수적이다.
 
뚱뚱한 사람은 체중을 적정체중에 가깝도록 줄여야 한다. 퓨린 함량이 많은 췌장, 신장, 간 등의 내장류를 비롯한 고지방·고칼로리 섭취를 자제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며 정상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급격한 체중감량은 혈중 요산수치를 상승시켜 통풍발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는 게 중요하다. 또 혈액 속 요산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루에 2L 이상의 물을 마셔 요산 배설을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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