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혈당(HbA1c) 유지기간은 2.2년 연장 … 고령화·젊은층 유병률 증가로 조기치료 중요
국내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30%가 이 병에 노출될 전망이다. 나이 들면서 발병하는 질병이란 인식과는 달리 최근엔 낮은 연령대에서도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학계는 더 이른 시기부터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철영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데다 20~30대 젊은층에서 당뇨병 발병이 늘고 있어 치료기간도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며 “한국인은 건강상태와 기대여명 격차가 약 10년으로 이 기간 동안은 질병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미리 질병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당뇨병은 진행형 질병으로 진행 속도를 늦추고 적정 상태를 유지하는 게 당뇨병 관리의 목적”이라며 “증상이 발현돼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이미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Beta cell) 기능이 이미 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타세포는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이 기능이 떨어지기 전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바티스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주최한 ‘제2형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기자간담회에선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당뇨병치료제 ‘가브스정’(성분명 빌다글립틴, Vildagliptin)과 메트포르민(Metformin) 병용요법의 효과를 발표하고 치료법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난 9월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4상 임상 VERIFY 연구에는 처음부터 빌다글립틴을 메트포르민과 병용하는 게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이후 병용치료하는 것에 비해 이점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연구는 5년간 빌다글립틴·메트포르민 조기 병용치료의 지속성을 평가한 유일한 연구로 전세계 34개국 254개 기관에서 치료 경험이 없는 2001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상자 당화혈색소(HbA1c) 수치 평균은 6.7%, 유병 기간은 3.3개월이었다.
연구 결과, 빌다글립틴(1일 2회 50mg)와 메트포르민(환자에 따라 1일 1000~2000mg) 조기 병용요법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대비 1차치료 실패율을 49% 감소시켰으며 목표혈당 유지기간을 평균 2.2년 연장했다. 메트포르민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에서도 빌다글립틴 병용요법으로 변경한 뒤 2차치료 실패율이 26% 감소됐다.
제2형 당뇨병에 대한 대규모 국가 코호트(Cohort) 연구인 영국전향적당뇨병연구(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 UKPDS)에 따르면 목표 당화혈색소 수치가 6.5~7.0% 이내로 조절돼야 당뇨합병증 발병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2형 당뇨병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포도당에 대한 인슐린 분비반응이 저하되거나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하면서 만성 고혈당 상태가 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과식,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불량한 생활습관과 연령 증가가 주 요인이다. 발병이 느리고 자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꾸준한 치료가 어려운 면이 있다. 2형 당뇨병 치료는 메트포르민(Metformin) 제제를 1차 치료제로 처방하고 효과가 떨어지거나 없으면 단계적으로 병용요법을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그동안 병용요법에 대한 근거 연구가 부족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and)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가 급격하게 떨어져 고혈당이 되는 질환이다. 1형 당뇨병은 유전, 바이러스 감염 등 환경인자로 인해 자가면역에 이상이 발생해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병한다. 1형 당뇨병이 의심되면 즉시 인슐린요법을 시작한다.
박 교수는 “이번 VERIFY 임상결과 발표로 기존 단계적 치료 전략 대비 조기 병용치료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부작용 감소와 혈당 유지기간 연장 등 치료의 유의성을 확인한 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