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최초 개발·허가·영업·판매 직접 주도 …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통해 2020년 출시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 Cenobamat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대상 부분발작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이 치료제는 SK바이오팜이 2001년 후보물질 탐색부터 시작한 뇌전증 치료제로 개발, 허가, 영업, 판매까지 국내 제약사가 직접 주도한 첫 사례다.
이번 신약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 FDA에 신약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가 230만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허가 신청은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이뤄졌으며 미국 내 마케팅과 판매를 직접 담당한다. 생산은 SK바이오텍이 맡는다. 2020년 2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전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까지 69억달러(약 7조원)로 성장해 2018년 대비 약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약 2만명이 새롭게 뇌전증 진단을 받으며 환자의 약 60%는 치료제를 복용해도 발작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나 신약개발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엑스코프리의 작용기전은 체내 감마아미노뷰트릭산수용체A(Gama-aminobutyric acid receptor type A, GABAA) 이온 채널의 양성알로스테릭(Positive Allosteric) 활성화와 전압개폐성 나트륨 전류의 차단으로 신경세포의 반복적인 발화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에서 뇌전증 치료제를 1~3개 복용하지만 부분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험 결과, 모든 용량별로 위약 투여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발작 빈도를 낮췄다. 이 약은 12.5mg 투여를 시작해 2주 간격으로 용량을 조정하며 1일 1회 복용한다.
6주간 적정기간을 거쳐 약물치료 유지 6주 동안 진행된 첫 번째 임상시험인 Study 013에서 엑스코프리를 최대 200mg을 복용한 환자 113명의 발작 빈도 중앙값이 56% 감소해 위약 투여군 108명에서 22% 감소한 것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12주간 이뤄진 두 번째 임상시험인 Study 017에선 100mg 108명, 200mg 109명, 400mg 111명에서 발작 빈도 중앙값이 각 36%, 55%, 55% 감소했다. 이 역시 위약 투여군 106명에서 24% 감소한 것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두 임상에서 약물치료 유지 기간에 완전 발작소실을 보인 환자가 나왔다. 첫 번째 임상에서 엑스코프리 복용 환자의 28%, 두 번째 임상에서 100mg, 200mg, 400mg 복용환자의 4%, 11%, 21%가 정상적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위약군은 두 임상에서 각각 9%, 1%에 불과했다.
마이클 스펄링(Michael R. Sperling) 미국 토머스제퍼슨 의대 산하 제퍼슨종합뇌전증센터(Jefferson Comprehensive Epilepsy Center) 박사는 “이번 승인으로 부분발작이 계속되는 환자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적용하게 됐다”며 “복용 환자에서 발작 빈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일부에서 발작 소실까지 나타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이번 허가는 SK바이오팜이 뇌전증을 포함한 중추신경계(CNS) 질환 분야에서 신약개발 및 상업화 역량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R&D)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와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