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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의사단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 진짜 이유는 심평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1-21 09:01:55
  • 수정 2020-09-09 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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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개 단체 반대성명, 환자정보 유출·행정업무 과중 이유 … 중개기관 비급여 통제 우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시행되면 가입자는 직접 종이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의료기관에 진료명세서를 실손보험사에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10년 넘게 부딪혀 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의 운명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2일 해당 법안을 심의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예정된 가운데 법안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찬성하는 보험업계의 여론전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가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등 올해 안에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39개 의료단체는 일제히 반대성명을 내는 등 ‘화력’ 집중에 나섰다.
 
지난 1월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손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을 전산으로 보험사에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에 진료비계산서, 진료비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을 전자문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따라야 한다. 다만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개기관’으로서 전자문서 전송 및 제출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이 법안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근본적인 청구 체계를 바꾸는 것이라 사회적인 파장이 적잖을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3442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66.6%에 달한다. 실손보험의 문제점으로 지목된 것 중 하나가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 과정이다. 가입자가 실손보험금을 받으려면 직접 의료기관 원무과를 방문해 필요한 종이서류를 발급받은 뒤 팩스, 우편, 이메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청구 방식 탓에 환자의 불편함이 컸고 소액 보험금은 아예 청구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한국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청구하지 않은 비율은 입원비가 4.1%, 외래진료비 14.6%, 약 처방비는 20.5%로 조사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입자는 의료기관에 진료명세서를 실손보험사에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만 하면 돼 미청구 금액이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추진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처음으로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그때마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번에도 대한의사협회, 서울시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외과의사회 등 39개 의사단체가 일제히 반대 성명을 내고 ‘개정안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의협은 개정안 관련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개정안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선언하고, 지난 5일 고용진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의료계는 △환자 개인정보 누출 △보험료 지급 거절 등 보험사 수익 극대화 수단 악용 우려 △병원 행정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막상 실현되면 보험사가 환자 및 질병 정보를 쉽게 획득하고, 얻은 정보를 보험금 지급이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에게 어떠한 대가도 주지 않고 청구 업무를 강제로 대행하게 하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현 의협 대변인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도입되면 보험사는 의료기관에서 빼낸 전 국민의 의료정보를 토대로 수익률 낮은 환자의 신규 보험 가입과 계약 갱신, 진료비 지급을 거부할 것”이라며 “실손보험은 보험사와 가입자 간 사적계약에 의한 민간보험인데 의료기관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서류 전송 업무를 전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환자가 직접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가 유출돼 국민의 사생활 및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대한안과학회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심사를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심평원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민간보험사의 편의를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며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의 입장은 정반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자문서로 진료기록을 받으면 진료 행태가 더 투명하게 드러나 환자의 알권리 충족과 과잉진료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시 가입자가 문서로 보내는 자료를 전자화하자는 것일 뿐인데 건강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심평원의 비급여 통제 우려’라는 주장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심평원이 중개기관으로서 전자문서화 된 비급여 의료비용 정보를 손에 쥐면 특정 비급여 행위를 과잉진료로 판단해 진료비를 삭감하는 등 비급여 통제에 나설 여지가 커진다”며 “지금까지 병원과 의사들의 재량에 맡겨졌던 비급여 정보가 심평원에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심리가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찬성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서울YMCA는 찬성,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보험업계 수익 향상과 편의 봐주기를 위한 법안으로 민감한 환자 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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