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창립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럽에서 판매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약 6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트너사인 바이오젠과 미국 머크(MSD)의 판매 실적을 모두 합친 금액으로 전체 시장 판매액은 연말까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화이자 엔브렐주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 Etanercept)와 애브비 휴미라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 얀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리시맙 Infliximab),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성분명 트라스트주맙, Trastzumab) 등 4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해 유럽, 미국, 한국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 중 베네팔리와 임랄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네팔리는 2016년 출시 이후 누적 매출이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며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5개국에선 오리지널 제품보다 많이 팔리고 있다. 임랄디는 지난해 10월 암젠, 산도스, 마일란 등 경쟁사 제품과 함께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출시 후 1년간 매출액은 1700억원을 기록했으며 시장점유율에서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보통 제약사가 1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데 평균 22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삼성바이오는 8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될 것을 예측하고 준비한 제약사가 많지 않고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대량생산이 이뤄져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준비가 잘 된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신규 진입을 기피하는 시장으로 변모할 것” 이라며 “신규 진입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해 진출하기는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에 이미 자리를 잡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두 회사가 경쟁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사업 전망과 관련해선 “유럽에서 판매 허가심사가 진행 중인SB8(로슈 아바스틴주의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베바시주맙) 외에 SB11(노바티스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라니비주맙)의 판매 허가 신청도 준비할 예정으로 각국에서 허가 받은 제품 출시도 기대된다”면서도 “구체적 목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공개가 어렵다”고 회피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는 자체 자금이 조달이 가능해 상장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지만 향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우 언제든 상장을 고려할 수 있다”며 “미국 시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현재와 같이 병원에 공급되는 제품이 아닌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되는 2023년이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은 정부가 입찰하는 유럽 시장과 달리 의료기관에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을 주로 선택한다. 이같은 이유로 병원에 공급되는 제품은 특정 의약품이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측은 자가주사제형으로 개발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2023년 미국 내 약국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출시되면 판매량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에 대한 진출도 검토 중이다. 다만 셀트리온이 추진하는 직판 체계 구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 사장은 “지난해 사업개발(BD) 부서를 만들고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을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며 “초일류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국 바이오 생태계 구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으로 내년에는 구체적 실천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