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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병·의원서 4가 독감백신 품귀 … 비용보다 ‘효과’ 선택한 소비자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1-06 23:46:24
  • 수정 2021-06-02 18: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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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3가 백신 무료접종 대상 확대에도 4가 선호 뚜렷 … 내년 4가 NIP 포함 앞두고 마케팅전략 수정 불가피
국내 4가 독감백신 매출액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GC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주’(왼쪽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주’, GSK ‘플루아릭스테트라주’
“4가 백신 재고가 없어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요즘 의약품 도매상은 제약사나 큰 도매상으로부터, 병의원 관계자는 제약사 영업직원이나 도매상으로부터 흔히 듣는 얘기다. 4가 독감백신의 인기가 무섭다.
 
3주 전부터 4가 독감백신 접종 건수가 예상을 초월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예상치 못해 백신 재고를 넉넉하게 쌓아놓지 못한 일부 병의원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기존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품목인 3가 백신보다 비급여 품목인 4가 백신이 한가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독감 바이러스)를 더 예방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입소문을 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존 3가 백신은 지난해 9월부터 생후 6개월~만 12세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접종이 가능해졌다. 올해부터는 33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임산부, 이전에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지 않았거나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만9세 미만으로 백신 접종 첫해 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하는 경우에도 무료다.
 
이같은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2만5000원~3만원의 자기 비용을 내고 4가 백신을 접종한다는 사람이 늘었다. 언론들이 독감백신의 이점을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데다가 메이저 업체인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이 유례 없이 이전과 다른 공격적인 마케팅 자세로 대중 TV 광고를 통해 백신의 효과를 노출시키고 있어서다. 게다가 일선 병의원들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 등 접종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는 “납품하는 중·소형 의원 중 품절된 곳이 생각보다 많다”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납품해달라는 재촉이 들어와 해결하는 데 분주하다”고 말했다.
 
국내 백신제조사 A업체 관계자는 “백신시장은 원래 3가 백신이 중심인데 예상 밖으로 4가 백신 수요가 늘고 있다”며 “영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4가 백신을 맞추려는 부모의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이런 현상은 정부의 백신 출하량과 백신 제조사의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허가된 독감 백신은 3가 백신(바이러스 A형 2종·B형 1종) 8개, 4가 백신(A·B형 각 2종) 11개 등 19개 품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약 2500만명분의 독감 백신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3가 백신은 1425만 도즈, 4가 백신은 1042만 도즈다. 지난해엔 4가 백신 출하가 더 많았으나 올해 무료 접종 대상이 확대되면서 3가 백신 출하량을 더 많이 잡아놨다.
 
지난 9월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출하 신청된 백신은 2200만명 분으로 3가 백신이 1000만명, 4가 백신은 약 1200만명 분이다. 전년 대비 3가 백신은 200만명 분이 줄고 4가 백신은 30만명 분이 늘면서 4가 백신이 더 많이 출하됐다.
 
올해 유행할 독감은 A형(H1N1, H3N2)과 B형(야마가타, 빅토리아)으로 지목됐는데 4가는 A·B형 모두에 항체가 형성되고 3가는 B형 독감 바이러스 2가지 중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상한 한 가지만 선택해 만들어진다. 올해 3가 백신엔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선정됐다. 대체로 3가 백신을 맞고도 B형독감에 걸리는 ‘미스매치’ 사례가 발생해 유럽의약품청(EMA)은 4가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3가 백신 ‘지씨플루프리필드시린지주’ 450만 도즈, 4가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주’ 400만 도즈 등 총 850만 도즈를 출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주’ 3가 300만 도즈, 4가 200만 도즈 등 500만 도즈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8월 4가 백신인 GSK ‘플루아릭스테트라주’ 판권을 따면서 추가로 200만 도즈를 확보해 총 600만 도즈의 4가 백신을 공급하게 됐다. 전체 독감백신 출하 물량으로 보면 GC녹십자가 GSK 물량을 포함, 총 1050만 도즈로 올해 계획된 국내 총 2500만 도즈 중 약 42%를 홀로 판매한다.
 
지난해 독감 백신 제조사들은 4가 백신 수요가 올해 증가할지 확신할 수 없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올해 발표한 출하량을 봐도 3가 백신이 더 많은 것으로 볼 때 폭증하는 4가 백신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조사가 생산하는 3가 백신은 대부분 정부 조달을 위한 것으로 수익보다는 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비해 수익이 높은 4가 백신 생산·판매에 신경을 썼지만 올해는 예측 실패로 더 큰 돈을 벌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러나 예상 외의 4가 백신 물량에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계획을 수립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셀플루주는 3가는 녹십자의 물량 공세에 밀리고 4가는 팔 재고가 부족해 아쉬워하는 상황이다. SK는 국내에 출시된 백신 중 유일하게 세포배양 방식을 채택해 제조과정이 짧아 변질 우려나 보존제·항생제 함유 위험이 없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단 점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경쟁사 백신 제조사 B 관계자는 “유정란과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한 백신이 품질엔 큰 차이가 없다”며 “세포배양 방식 백신이 특별히 안전하다는 명확한 근거도 부족하고 일선 현장의 의료진이 딱히 세포배양 백신을 선호하지 않고 오히려 시니어 의사들은 전통 유정란 배양 방식의 백신을 고집해 막상 큰 차별화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년에는 4가 백신도 NIP 사업 품목에 포함될 전망이어서 시장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2020~2021절기사업부터 어르신·임산부·어린이 등의 접종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3가 백신에 비해 방어력이 큰 4가 백신에 대한 무료 접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영국·호주·일본·캐나다·핀란드 등에선 이미 2017~2018절기부터 4가 백신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플루엔자 B형에 해당하는 바이러스가 번갈아가며 2년 주기로 유행하고 있고 이에 질병관리본부가 2018년도 초 소아와 노인 모두에게 4가 백신을 접종하도록 전환하는 비용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내년도 4가 백신 무료접종 예산도 편성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 1412만명분 534억원을 편성해 놓은 상황으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모든 대상자에게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4가 백신이 무료접종 항목에 포함되면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바이오파마 등 백신 제조업계는 지금보다 더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4가 백신 개발비를 고려해 올해도 적정 공급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NIP 정부 입찰가가 전년도 공급가를 기준으로 선정되는 점을 고려해 올해 출혈적인 가격경쟁은 자제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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