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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송’에 자해 인증샷도 … 청소년 자살 원인 ‘유튜브·SNS’에 있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1-05 08:51:27
  • 수정 2020-09-08 11: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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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불안 상태서 자살콘텐츠 노출시 ‘위험’ … 청소년기 우울증, 분노·반항·짜증으로 발현

청소년은 우울증 같은 어떠한 징후 없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 14일 인기 아이돌 설리(본명 최진리)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면서 한국사회 고질적 병폐인 자살을 조장하는 요인들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한 청소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를 통해 자살 관련 게시글이나 영상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청소년 자살 위험이 더욱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1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살률 1위를 기록하며 ‘자살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OECD 회원국 1위를 차지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총 1만3670명으로 전년보다 1207명(9.7%)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6.6명으로 전년보다 2.3명(9.5%) 늘었으며, 이는 OECD 평균인 11.5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 자살은 10~30대 사망원인 1위, 40~50대에서는 암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청소년 자살이다. 자살은 2007년부터 11년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해왔다. 지난해 기준 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당 7.7명으로 최근 3년간 매년 2000여명의 청소년이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과도한 학업스트레스,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불안장애, 품행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교폭력, 집단따돌림(왕따) 등이 꼽힌다.
 
최근엔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 영상매체를 통한 자살·자해 콘텐츠 노출이 청소년 자살률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대.박.자)’라는 섬뜩한 제목의 속칭 ‘자살송’이 유행했다. 혼성그룹 ‘교문 앞 병아리’가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146만회를 돌파했다.
 
이 노래에는 ‘대가리는 의미 없어’, ‘매일 산소만 낭비해’ 등 자학적인 노랫말이 반복되는 데다 자살이란 단어가 가사에 13번이나 등장한다. 지난 6월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노래를 유해 콘텐츠로 지정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같은 달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해당 노래를 유해 매체물로 지정·고시했다. 이밖에 중고교생 사이에선 SNS에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극단적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우울해하는 청소년이 자해나 자살 관련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해는 일종의 자살의도 행위로 자살에 대한 목적을 갖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라며 “우울과 불안이 반항심과 공격성의 형태로 발현되면서 자해나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자살이 성인과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충동성’이다. 성인은 자살 시도 전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꼭 병적인 상태가 아니라도 극심한 우울감 등 징후가 미리 나타난다. 반면 청소년은 우울증 같은 어떠한 징후 없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 친구와의 다툼, 부모의 꾸중, 학업성적 저하 같은 경쟁 패배 등 사소한 계기가 자살 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인에 비해 자살시도 대비 자살 성공률이 낮은 것도 청소년기 자살의 특징이다. 약물복용이나 동맥절단 등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청소년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내기보다 자살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기 자살은 정말로 죽으려고 하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괴로움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려면 우울증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인지·사고·감정 발달이 미숙한 청소년의 우울증은 성인에 비해 절망감·허무감·죄책감은 덜한 대신 공격성·반항심·피로감·짜증 등이 강하게 발현되는 게 특징이다. 즉 성인기 우울이 내면적이고 조용한 형태로 나타나는 반면 청소년기 우울은 마치 비행청소년 같은 행동적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청소년의 우울증을 ‘가면성 우울증’이라고도 한다.
 
우울증을 겪는 성인은 평소 좋아하는 일에도 심드렁해하고 어떤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우울증 청소년은 TV 시청이나 스마트폰게임 등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엔 유독 집중하고 더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대신 조금이라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면 견디지 못해 짜증을 부리고 금방 포기해버린다.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잦은 등교 거부는 청소년기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 주요 증상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 학교에 가기 싫다며 자주 등교를 거부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우울증 가능성이 3.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사소한 일에 평소와 달리 짜증이나 화를 내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아프다고 하거나, 얼굴 표정이 침통하고 밖에 잘 나가려고 하지 않거나, 혼자 방에마 있으려고 하거나, 일기장이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죽음·외로움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하거나, 사소한 실수에도 ‘미안하다’ 또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거나, 식사를 거부하고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게 좋다.
 
홍 교수는 “조사마다 다르지만 대략 청소년의 15~46%가 1년에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하고, 3~11%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학생 자살시도자의 73%가 대학 진학 이전에 첫 번째 자살시도를 했다는 연구결과를 미뤄보면 자살 위험은 청소년기부터 싹을 키우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질환에서 예방과 조기진단이 중요하듯 자살도 청소년 식이에 싹이 트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살 고위험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 자살 충동을 느끼게 하는 유해 환경에 대한 철저한 지도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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