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3년 넘게 이어져 온 노바티스 리베이트 공판이 마무리됐다. 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407호 법정(형사5단독)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인 노바티스 전 대표 문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고 다른 전 노바티스 임직원 전원에게도 실형을 구형했다.
전직 임원 김 씨(A)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다른 김 씨(B)와 채 씨, 배 씨에겐 각각 징역 1년, 곽 씨는 징역 10월이 각각 구형됐다. 한국노바티스 법인에는 45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3년간 이어진 공판으로 고통을 겪은 점을 참작해 이들에게 징역 1년 내외의 실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리베이트 살포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문지, 출판사 대표자도 실형을 받았다. C전문지 대표 양 씨는 징역 1년, M전문지(A) 대표 이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또다른 M전문지(B) 대표 김 씨는 징역 8월, H전문지 사장 조 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E출판사 대표 이 씨는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각 전문지 법인에는 C사 3000만원, M사(A) 2000만원, 다른 M사(B) 2000만원, H사 1000만원을, E출판사에는 3000만원의 벌금형이 구형됐다.
노바티스는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를 피하기 위해 의학전문지를 창구로 의사를 불법 접대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2016년 8월 노바티스 전현직 임원 6명, 의약전문지 5곳, 보건의료계 출판업체 1곳 등 관련자 34명을 불구속 기소해 법정에 세웠다. 이 중 대형병원 의사 15명은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아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M매체 대표 S씨가 사망하면서 그를 제외한 개인 및 법인 18명의 피고인이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공통되게 노바티스가 주최한 좌담회, 학술지 편집회의 등이 단지 학술적 목적의 행사였으며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며 “노바티스가 전문지와 함께 진행한 모든 행사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리베이트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연 및 자문료 등이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약사법상 문제가 안된다는 주장은 판매 촉진 목적이 없어야 성립한다”며 “의약품을 판매하는 노바티스가 진행한 모든 행사는 기본적으로 판매 촉진 목적을 배제할 수 없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노바티스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이후에도 소규모 라운드테이블미팅(RTM)을 원하는 의사들과 함께 동일한 행사를 진행했으며 리베이트 쌍벌제 회피를 위해 중간에 전문지를 참여시켜 형식만 바꿨다”며 “노바티스는 대체 과징금 566억원을 정부에 납부했고 판매업무정지 3개월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았음에도 피고인들은 ‘몰랐다’, ‘직원의 일탈’이라는 주장만 반복했다”고 질책했다.
이에 문 씨 측 변호인은 “리베이트는 해외 여러나라에서도 시행되는 일반적 광고 수단으로 의사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지급한 30만~100만원은 납득할만한 수준”이라며 “좌담회 후원은 약사법상 합법적인 광고수단”이라고 했다.
문 모 전 노바티스 대표는 “검찰은 적법한 광고행위를 리베이트 행위로 보고 전문지 대표 등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했다”며 “극소수 직원의 일탈 행위가 정당한 활동으로 제품 홍보에 힘쓴 직원들의 노력까지 범법행위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적법한 광고비 집행을 이유로 업계 생활을 마감하고 전과자가 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노바티스 임직원들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일로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노바티스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다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지, 출판사 대표의 최후 변론도 이어졌다. C전문지 대표 측 변호인은 “정확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고 제품이 노출되면 광고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아닌 고전적 광고방법일 뿐”이라며 “노바티스로부터 수령한 광고금액 총 63억원 중 의사 몫으로 지급된 건 11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정 의료인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좌담회, 온라인서베이, 온라인케이스(최신 지견을 칼럼으로 작성해 온라인 게재), 논문리뷰 등 해외에서 진행되는 유사 행사를 소개하면서 C전문지 역시 비슷한 행사를 진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1000만원을 지급한 사례에서도 개인에게 전달한 것이 아닌 S대 병원 명의로 계산서를 발행했다”며 “C전문지는 의료전문지 중 가장 독자가 많고 신뢰가 높아 광고주에게 인기가 많은 매체로 국민건강 증진에도 기여해왔다”고 피력했다. 또 “경영자로서 기업이익을 위한 새 마케팅 수단을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C전문지 양 대표는 “우리 매체는 그동안 의료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매체”라며 “다른 전문지가 하는 것과 같이 학술행사가 리베이트 창구로 전용됐다는 의혹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일로 회사 평판에도 문제가 생기고 개인적으로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진료에 도움이 되는 정론지를 지향하는 언론으로서 위법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위법이라고 생각하시면 상응하는 벌을 내려달라”고 변론을 마쳤다.
M전문지(B) 대표 김 대표 변호인은 “노바티스 임원이 M전문지에 관련 행사를 제안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며 “일부 전문지가 범행을 자백했으나 다른 전문지가 그랬다고 M전문지가 똑같이 했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검찰이 교통비 5만원까지 리베이트로 지목했지만 이를 판촉을 위한 리베이트로 보긴 어렵고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단 10원도 리베이트로 제공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M전문지(B) 대표 김 대표는 “극히 정상적인 활동의 일부로 불법행위는 전혀 없었고 노바티스로부터 참석의사 명단 정도만 제공받았을 뿐”이라며 “18년간 정직하고 성실하게 언론사를 운영해왔으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재 및 콘텐츠를 제작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직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꾸려나가고 좋은 언론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울먹였다.
E출판사 측 변호인은 “학술지 편집회의 등은 약사법상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으로 해외 사례도 많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출판하는 일반 서적과는 달리 제약사 후원으로 제작되는 학술지이기 때문에 제약사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술지 편집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한 것일 뿐 편집위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엘스비어에서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노바티스 측 제안이 나와 (2016년 당시) 대표가 리베이트를 인정한 발언을 했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다”고 변론했다.
재판부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 사건이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사안인 만큼 양측의 제안을 꼼꼼히 살펴 판결하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내년 1월 설 연휴 전 이뤄질 예정이다.